-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9/13 18:40:44
Name   모모스
Subject   핸디캡 이론 (흡연과 음주의 이유)
우리는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로 황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우리의 건강이 위협 되는 것에 강한 분노를 느낍니다. 하지만  흡연가들은 황사보다 훨씬 해롭고 무서운 독성화학물질인 담배연기를 자발적으로 흡입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하지만 담배나 코카인이나 독주 등 강력한 독성화학물질 등에 중독되는 것은 과거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성행했고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문화입니다.

자기파괴적인 알콜중독, 코카인이나 필로폰 같은 마약중독, 흡연 등에 잘 빠지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수명도 짧고 아이를 돌보는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후손을 남기기 힘들어서 이런 유전자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이전에 도태되었을 유전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 인류에 만연하고 넓게 퍼진 유전자로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도 미래에도 계속 유지될 유전자입니다.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이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형질이 존재하는 이유는 손실을 웃도는 숨겨진 이익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청소년기에 자기 과시로 고통을 참으면서 시작한 화학물질 (흡연, 지나친 음주, 마약)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적 이익이 아닌 누구나 우리 뇌의 신경전달체계를 파고드는 화학물질에 쉽게 중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일 뿐이며 자기를 높이는 행동은 아닙니다. 물론 원래 예술작품 활동은 자기 과시를 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현재 자기 만족을 위해 예술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음주와 흡연도 억압을 벗어나기 위해, 괴로움을 잊기 위해, 본인의 기호에 맞는 맛있는 술을 먹기 위해서 이런 화학물질을 자발적으로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 담배, 마약처럼 쉽게 중독되는 화학물질은 주로  청소년기에 처음 접하게 됩니다. 인간은 청소년기부터 어른이 되기 시작할 무렵에 자신의 지위를 주장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이 때 고통을 참으면서 흡연이나 음주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위험한 과시 행동을 합니다. 과시 행동을 하는 것은 "나는 강하고 우수하다"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자신의 라이벌과 이성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강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량에 대한 자신감과 자랑은 역시 자신은 강하고 우수함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술을 많이 먹으면 안 좋은 걸 알면서 왜 과시할까요? 그럼 왜 이런 위험한 행동으로 과시를 하며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요?

수명이 짧고 구애행위도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동물들은 자신의 우수한 유전자를 상대가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고 즉흥적이고 빠른 신호를 내야합니다. 따라서 위험한 행동이나 외모를 바탕으로 자신을 과시해서 암컷들을 유혹하고 재빨리 교미를 하려고 합니다.





뉴기니에 서식하는 극락조 수컷은 위의 사진처럼 화려한 색깔이나 쓸데없이 긴 꼬리를 가졌습니다. 또 저런 외모에 큰소리를 내거나 티가 나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암컷을 유혹하는데 이런 외모와 행동은 천적들에게도 눈에 띠게 되어 수컷 극락조의 생존율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반면 극락조 암컷은 수컷과 달리 위장색이 잘 되어있습니다.

극락조 수컷은  긴 꼬리나 뛰어난 노랫소리가 갖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수컷들로 그 외의 것에 대해서도 틀림없이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즉 핸디캡이 크면 클수록 그 시련도 컸을 테니 일부로 핸디캡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우수함을 과시하기 위함입니다.  인간도 값비싼 물량 공세로 재산이 많은 것을 과시해서 재빠르게 여성을 유혹하고자 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이들은 "나는 이만큼의 돈을 다 써버려도 상관 없을 정도로 당신과 아이를 먹여 살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하며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하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특히 클럽이나 나이트에 값비싼 시계나 옷 그리고 외제차로 무장하고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들 중에 가짜 신호도 많습니다. 동물이나 인간 모두 이런 가짜 신호에 현혹되기도 하고 속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가짜신호이기 쉬운 빠르고 짧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면적인 지표보다는 좀 더 어려운 핸디캡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이견이 존재하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실력자가 소수인 예술작품 활동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인간은 오래 살고 구애시간도 비교적 긴 편이라 시간을 투자하여 서로의 가치를 살펴 볼 시간이 충분합니다. 즉 신뢰성이 적은 표면적인 지표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물론 즉석만남같은 경우 이런 표면적인 지표가 우수한 사람이 유리할 지 모르지만 후손을 생산하기 위한 장기적인 만남을 지향하는 인간의 짝짓기 시스템상 이런 즉흥적이고 표면적인 지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물론 인간도 이런 표면적인 지표에 반응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쿵푸의 달인이 휘발유를 마시고 아무렇지 않다고 자신을 과시합니다. 일반 사람은 조금만 먹어도 토하고 난리가 나지만 쿵푸로 달련된 사람은 건강함을 표현하기 위해 남들은 흉내도 못 내는 휘발유를 마시기를 함으로써 사람에게 즉각적으로 자신의 우수함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밖에 뛰어난 화가, 가수, 댄서, 뮤지컬배우 등의 예술가들도 보통 사람이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핸디캡이나 우수성을 강조함으로써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 정도 표면적인 지표라면 뭐 인정할 수 밖에 없죠.

인간의 이런 본능을 이용하여 많은 명품 광고와 마찬가지로 술이나 담배 광고는 이성 앞에서 그 술이나 담배를 사용 하면 성적 매력을 발산하게 하거나 자신의 체력이나 재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암시하듯 광고를 했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쉽게 이에 넘어갑니다.  실제로는 담배 피는 사람과의 키스는 끔찍할 정도이고 술을 많이 먹고  거사 시 약점을 노출될 정도로 술과 담배는 이성에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화학물질 중독 같은 핸디캡 신호에 의존했던 우리의 옛 본능은 예전에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담배나 술로 자신의 핸드캡을 과시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즉 청소년기, 본인 자신의 생각과 달리 담배와 술로 핸드캡을 의도적으로 보이고 자기과시를 하는 것은 현재 인간 세상에서는 이성에게나 경쟁자들에게나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고 거의 효과가 없다고 봐야죠. 자기 과시로 청소년기에 시작한 음주와 흡연 또는 약물은 결국 중독 현상만 남아 본인의 나머진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고 지배할 뿐입니다. 흡연이나 지나친 음주 그리고 마약 중독 같은 것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청소년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핸드캡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단지 이론에 불과함을 감안해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네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 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024 과학/기술혈우병과 무당 라스푸틴 2 모모스 16/10/28 8823 6
    4010 일상/생각꼬마 절도범 5 tannenbaum 16/10/26 3727 6
    4000 정치외국인 범죄에 대한 진실과 오해 6 tannenbaum 16/10/24 4745 6
    3915 역사러일전쟁 - 뤼순항, 마카로프 6 눈시 16/10/15 4093 6
    3887 기타모태솔로 11 알료사 16/10/12 4821 6
    3878 꿀팁/강좌셀카기술학 개론 (1) 17 elanor 16/10/12 7060 6
    3825 문화/예술영어의 두 얼굴: 게르만-로망스 41 Event Horizon 16/10/04 7263 6
    3792 게임SKT와 ROX를 보며 97, 98년의 NBA를 떠올리다 (응원글) 14 Vinnydaddy 16/09/28 4140 6
    3781 역사사피엔스 - 농업혁명 - 함정 5 이젠늙었어 16/09/27 6694 6
    3728 의료/건강금연과 챔픽스 8 모모스 16/09/19 6684 6
    3708 의료/건강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5 모모스 16/09/15 11430 6
    3701 창작큐브툰 #001 - 수요일의 이중인격 8 문틈 16/09/13 3928 6
    3697 기타핸디캡 이론 (흡연과 음주의 이유) 9 모모스 16/09/13 5499 6
    10808 문화/예술지금까지 써본 카메라 이야기(#03) – Leica X2 (이미지 다량 포함) 10 *alchemist* 20/07/23 6351 6
    8876 역사삼국통일전쟁 - 12. 백제는 죽지 않았다 2 눈시 19/02/17 3806 6
    3512 일상/생각반사 21 기아트윈스 16/08/14 3957 6
    8881 게임문명 6 - 신난이도 엘레오노르 영국 정복없는 문화승리 (용량주의) 4 코리몬테아스 19/02/19 12281 6
    9032 일상/생각콘텐츠 개발 국비지원사업에 대한 소고 4 메존일각 19/04/03 3522 6
    9112 일상/생각돈 버는 법 8 HKboY 19/04/23 4758 6
    3354 일상/생각이럴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33 Darwin4078 16/07/26 6994 6
    9027 도서/문학시험기간에 보면 좋을 아마추어 작가들의 만화 추천 4 BiggestDreamer 19/04/03 7376 6
    9024 여행2년뒤에 써보는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4 아재 19/04/02 5679 6
    3325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10) 10 NULLPointer 16/07/22 16540 6
    9020 IT/컴퓨터GPU 2개로 하나는 게임, 하나는 녹화하기 (OBS) 5 메리메리 19/04/01 10214 6
    3316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8) 17 NULLPointer 16/07/21 15849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