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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24 21:54:31 |
Name | Raute |
Subject | 재미있게 읽었던 책 추천(1) |
홍익대 강대진 교수의 일리아스 해설서입니다. 첫페이지부터 강하게 머리를 두드려맞았던 책으로 단순히 신화라고만 생각했던 일리아스를 문학의 관점에서 제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줬죠. 이 책의 단점이라면 너무 친절한 나머지 불친절한 일리아스 원본을 보기 싫어진다는 겁니다. 일리아스보다 이 책이 더 재밌었어요. 이화여대 정병준 교수가 쓴 책입니다. 한국전쟁 연구라고는 끽해야 브루스 커밍스랑 박명림 정도밖에 모르던 저에게 역시 핵폭탄급 충격을 줬죠. 굉장히 두껍기 때문에 첫인상은 '이야 6.25 전쟁을 쫙 나열했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개전초기에 집중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두툼한 이유는 정말 어지러울 정도로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과 주석 때문입니다. 저는 주석 보는 걸 꽤 좋아하는데 주석에 압도되어 지친 건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 다 읽고 나서 역사학자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 정도. 아마 제 기준에 재밌는 책이지만 보편적 관점에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둔기일 겁니다. 굳이 설명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유명한 책인데 저는 2002년 판본으로 읽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과학철학 관련된 교양을 듣는데 참 재미가 없었습니다. 강사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여성이었고 경험이 많지 않았는지(좀 젊어보이긴 했습니다) 강의실을 휘어잡지를 못하더군요. 덕분에 강의실은 저처럼 졸거나 문자하거나 핸드폰하는 학생들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지쳐보이는 표정으로 이 책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고 권하더군요. 나중에 한 번 펼쳤다가 순식간에 다 읽고 마음 속으로 고마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나지만 이 책 추천해줘서 감사합니다. 헝가리 출신의 카를 케레니가 쓴 희랍 신화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신화라길래 별 생각 없이 샀는데 내용이 새롭습니다. 좀 많이 새롭습니다. 온갖 저작들과 전승들을 집대성해놔서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옵니다. 달리 말하면 외워야 할 이름들이 더 많고 복잡해지는 것도 같지만 그만큼 새롭습니다. 혹시 신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집필하시는 분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아폴로도로스조차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아예 이해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2권에 영웅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는데 안 나왔고 1권도 지금은 절판됐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책입니다. 야구 좀 좋아하면 읽어보라고들 하죠. 야구 얘기이긴 한데 정작 심오한 야구 얘기는 별로 안 나와서 대강 규칙이 어떻게 되는지만 알아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그냥 소설 읽듯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입니다. 왜곡도 좀 있고 야구보다는 경영학 책으로 보는 게 맞다는 얘기도 있죠. 그래도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같은 책보다는 훨씬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자주 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시간 될 때는 읽으려고 합니다(그래놓고 라노벨에 손이 더 자주 가는 게 함정이죠). 저는 문학전집으로 을유문화사를 골랐는데 한 권 한 권 모으며 읽는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게 이 책입니다. 러시아 문학은 열린책들이 손을 많이 댔던 걸로 아는데 뭐 제가 거기까지 논할 조예는 없고 그냥 가볍게 읽었다가 두 번 읽고 세 번 읽었습니다. 시와 소설이 접목되어서 굉장히 우아합니다. 이거 읽고 여학생들 앞에서 허세 부려볼까 하는 망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올렸던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집. 개정되기 전의 판본으로 읽었습니다. 중편소설 두 편이 실려있습니다. 이걸 읽고 제가 작가는 멋진 직업이라는 헛된 꿈에 잠깐 허우적댔던 적이 있습니다. 개꿈이었죠.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이 책으로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대책 없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마구잡이로 사 읽었죠.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책만큼의 충격을 준 건 당연히 없었고 그나마 울림을 줬던 건 [악의]와 [붉은손가락]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 이상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지 않고 있죠. 그래도 이 책은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추리소설 트릭 같은 거 따지기보다는 서사를 보고 푹 빠져드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너무 좋았어요. 기욤 뮈소는 이 책으로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마구잡이로 읽었으며 결론 역시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2) 기욤 뮈소가 통속적인 작가라서 나쁘다기보다는 자가복제에 가까워서 싫더군요. 정작 가장 유명한 [구해줘]는 안 읽어봤는데 이미 충분히 지쳐서 더이상 손은 안 대고 있습니다. 그냥 이 책이 만들어낸 뮈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었던 거죠. 존 그리샴은 [소환장]과 이 책만 읽어봤습니다. 소환장이 더 재밌긴 했습니다만 주인공의 설정은 이 작품이 좀 더 재밌었어요. 다만 다 읽고 나면 좀 허탈한 느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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