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02 23:37:40
Name   배차계
Subject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수차례 다시쓰면서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올려봅니다.. 최대한 짧게 적고싶었는데 글솜씨가 허접하네요.

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형적인 실패한 일본 유학생. 이공계 석사 1학년. 군필입니다.
아마 주변 한국인들이 없었으면 학부졸업도 못했을겁니다. 현재도 평균적인 졸업생 역량에 심히 못미칩니다. 일본어조차 허접하니 말다했죠..
군대도 석사 1학기 쯤에 거의 때려칠 작정으로 군대갔는데, 막상 제대후에 한국의 취업난을 뚫을 용기도 의지도 없어서 도피성 복학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름 희망적으로 이 석사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의 과오를 만회하고 정상적인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복학후 첫 한달은 그나마 봐줄만했지만, 첫 발표를 준비함에 있어 또다시 고질적인 미루기(+역량부족) 로 한달이나 되는 준비기간에도 불구, 처참...
'나는 역시나 안되' 라는 실망감과 일단 끝났다는 안도감에, 연구실이전+연말연휴 의 콤보로 서서히 히키코모리짓 시작..... 

사실 학부 졸업시즌때도 비슷했었는데, 패턴이 있습니다..
과업에 있어서 한번 밀리거나 역부족을 느끼면 그걸 따라잡지 않고 반대로 극한까지 미뤄버립니다. ('자기불구화 전략'이라는 용어를 최근에 알게됐는데
그거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들을 조금조금씩 변명거리로 삼고, 거짓말한 적도  있습니다.  차라리 뻔뻔한 성격이면 좋을텐데,
나름 안좋은 쪽으로 자기객관화는 잘된다고 해야하나요, 제가 하는 모든짓이 다 쓰레기짓인걸 너무 잘 알면서도 벗어나지질 않아서 더 괴롭습니다.
그리고 역량은 없는 주제에 수치심?을 잘 느낍니다. 예를들어 정말 일부분 밖에 못해냈더라도 일단 제출을 해야 단위가 나오든 말든 할텐데,
너무 어렵거나 결과물이 스스로 너무 부끄러워서 걍 안하는걸로 지레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구요..

운동이 무기력에 좋다는것도 알고 할일 리스트를 만들어 일단 시작해라 등등의 기법등도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 가다간 노숙자가 될거같고 실제로도 너무 불안하고 무서운데 마치 시동이 안걸리는 자동차마냥 암것도 안됩니다.
하고싶은것도 없고 그냥 다 무섭고, 모쏠이고, 외모컴플렉스가 심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딱히 그런쪽으로 노력도 안하고... 내 자신이 싫고...
부모님이 고생하는거 알면서도 동기부여가 안되고.. 나보다 훨씬 힘들게 사는 사람 많은것도 너무 잘 아는데...
스트레스야 많이 받았지만서도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딱히 뭔가를 불나게 하지도 않았거든요.. 미루다 시간에 쫓겨서 울면서 발악한후 주저앉은것뿐.

한번은 목표를 가지려고도 해봤습니다. 그나마 관심있는게 음향쪽이니, 음향기기회사에 취직하기 같은걸로 정해보고
친구따라 야마하 취업설명회도 한번 다녀왔거든요... 재밌긴 했는데 '열시미해서 여기 취직해야지!' 라기보단 그닥 와닿지 않고 공허해요. 
일반적으로는 대학기간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서 자신의 기반이 되는건데, 저는 고딩때도 걍 성적 좀 좋은거 믿고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그게 대학때도 똑같았네요... 아무것도 쌓아놓은게 없고, 진짜 뭘 어째야 할지 어쩔줄을 모르겠어서 쪽팔릴 정도에요..

진짜 정신분열이 뭔지 알것같을 정도로, 한편으론 불안해 미칠것 같으면서도 인터넷으로 끊임없이 딴짓으로 주의를 돌리려는 나.. 
결심을 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어짜피 안될거라고 예언하는 내가 있어요.. 불안함이 클수록 외면해버리는 것에 마약처럼 중독되는거 같아요. 
그리고 어쩌다 맘잡고 뭘 할라해도, 당연히 지금까지 게을렀으니 잘 안되거나 못하는게 당연한데 그 괴로움을 못이기고 다시 인터넷으로 도망가요..
어떻게 보면 나 자신에게 이겨본적이 거의 없는거 같아요.. 만약에 존재를 지우는 버튼을 누가 저에게 준다면, 지금이라면 누를 수 있을거 같아요.

이럴거면 대학원 걍 때려쳐라 라는 말 들어도 싼데, 막상 그만두면 저는 진짜 할줄아는것도 하고싶은것도 스펙도 없는 잉여인간이 되니 무서워요.
누군가 나를 세뇌해서라도 철면피깔고 몰두할수있는 무언가가 생기면 좋겠네요..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등을 보면 가끔, 의대였는데 꿈을쫓아 제빵사가 되었다는 류의 얘기가 있잖아요? 그 결단력이 너무 부럽고 상상속의 얘기 같아요...

당장 선생님이나 선배들한테 면목이 없고 변명할거리도 없어서 도저히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대로 잠수타면 결국 부모님한테도 연락이 가겠죠.. 그냥 사고라도 나서 변명거리가 생기면좋겠단 생각까지 들어요. 
이대로면 파국일걸 알면서도 왜 못벗어나는 걸까요. 와 진짜 왜 이렇게 안일한지 스스로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요 진짜.. 미친놈같아요.

걍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세요.



3
  • 춫천
이 게시판에 등록된 배차계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729 요리/음식저희집 차례(제사)상 소개합니다. 19 셀레네 17/01/31 6293 0
4730 일상/생각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16 化神 17/01/31 3664 7
4731 음악하루 한곡 016. Suara - キミガタメ 하늘깃 17/01/31 3209 0
4733 게임휴식기에 잠시 써보는 롤챔스 이야기 4 Leeka 17/02/01 4122 1
4734 게임스마트폰 게임 이야기 #1 - 왜 계정연동을 나중에 시킬까? 2 Leeka 17/02/01 5177 1
4735 일상/생각그러하다. 11 새벽3시 17/02/01 3968 13
4736 게임스플렌더 앱에 온라인 대전모드가 추가되었습니다. 2 Toby 17/02/01 13179 0
4737 창작비오는 날의 대화 3 고양이카페 17/02/01 3141 3
4738 IT/컴퓨터유료 DNS 서비스 사용시 장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8 녹풍 17/02/01 6664 0
4739 IT/컴퓨터딥러닝으로 채색하기 15 Toby 17/02/01 6808 1
4740 음악하루 한곡 017. Nell - 기억을 걷는 시간 5 하늘깃 17/02/01 3248 5
4741 역사18세기 외국어교재 - 청어노걸대(清語老乞大) 25 기아트윈스 17/02/01 5891 6
4743 기타. 20 삼공파일 17/02/01 4655 3
4744 음악하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10 진준 17/02/02 3996 2
4745 정치트럼프와 패권이라굽쇼?.... 25 깊은잠 17/02/02 5296 13
4746 창작오늘이 아닌 날의 이야기 (3) 10 새벽3시 17/02/02 3087 6
4747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7 AI홍차봇 17/02/02 2794 0
4748 게임[LOL] 마린의 슈퍼플레이와 KT의 4연승 7 Leeka 17/02/02 3132 0
4749 음악하루 한곡 018. DEEN - 夢であるように 10 하늘깃 17/02/02 3234 0
4750 일상/생각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렸습니다.. 27 배차계 17/02/02 5629 3
4752 스포츠[해축] 프랭크 램파드 현역 은퇴 2 익금산입 17/02/03 3536 1
4753 사회내가 바라보는 동성애 11 Liebe 17/02/03 4933 5
4754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4 AI홍차봇 17/02/03 2810 0
4755 창작그 남자, 그 여자 전화로 연결되다 13 마투잘렘 17/02/03 3252 2
4756 정치문재인과 안희정의 책을 일독하고 나서... 61 난커피가더좋아 17/02/03 4979 1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