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25 09:56:43
Name   시커멍
File #1   포맷변환_당면_안들어간_고로케.jpg (48.7 KB), Download : 10
Subject   당면고로케를 그리며


홍차넷에 첫 글로 신고합니다.
38살쯤 쓴 글인데 요즘 글들의 감성에 약간 다른 느낌은 있네요.
홍차넷 식구들의 집단심성?에 찬물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올려봅니다.
----------------------------------------------------------------------------------------------------


당면고로케를 그리며....


어릴 적.
아버지는 늘 집을 비우셨다.

도로포장 장비를 임대하고 시공하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하신 후 제대 이후부터 대전에 올라오셔서
토목계통에서만 40년 가깝게 종사하셨다.

그렇게 일주일 열흘, 한달을 외지 생활하시다가 집에 오시는 날은
한 손에 꼭 뭔가를 사들고 들어오셨다.
포장용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대패밥? 아니 아주 얇은 나무용기에 든 만두라든가, 포장마차에서 산 아나고회(대패밥용기도 있었다.넓고 얇은 대패밥을 여러개 포개는....그나저나 우리 엄친의 얼굴은 왜 그리도 검게 그을리셨던가,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다)

또 제과점에서
그것도 에펠제과였다.
(대전역앞에 아직도 있는 집인데 옛날 생각하고 빵 사먹어봤더니 옛날 맛이 아니더라)
제과점에서 빵 한봉지를 사들고 오곤 하셨는데
그중에 들어있는게

고로케였다.
크로켓이 맞는 외래어표기라고 주장하는 이들 있으나 고로케와 크로켓은 어감의 정감이 서로 반비례다.
아버지와 난 어찌 입맛도 비슷한지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데 빵도 그렇다.

지금도 빵을 좋아하는 난
제과점에 갈 때마다
꼭 잊지않고 사는 것이 고로케다.

빠리바게뜨,크라운베이커리, 동네 앞 제과점. 모두를 찾아 헤맸지만 당면고로케는 없다.
모두 으깬 계란,카레,감자,치즈,약간의 고기 모두 그런 것으로 맛을 낸 고로케들 뿐이다.
그 당면 고로케를 찾아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심당에도 여러 차례 가보았지만
당면고로케는 찾을 수 없었다.

한 8~9년 전 쯤 배재대학 아래 골목에서 우연히 당면고로케를 산 적이 있었다.
흐흐~ 추억의 그맛.
그러나 얼마 후 다시 가보니 그 빵집 없어졌더라.

그래서 난 고민중이다.
부인님께서 만두를 아주 잘 만드시는데
만두전문점을 창업할까 생각하며
만두를 만들 때마다 원가 계산을 해보라고 늘 말하지만

매번,
김장김치 만드는 거부터 계산해야 되는데 그게 계산이 돼? 하며 무시당한다.

만약에
만두가게를 창업하는 일이 생긴다면
난 반드시 당면고로케도 같이 만들거다.

다른 빵은 안해도 당면고로케만은 꼭!
붐벼라, 고로케 가게여,
운집하라 ,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기리는 모든 이들이여....


---------------------------------------------------------------------------------
이 글을 제 선배들에게 뵌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나라 잘 사는 나라됐다고요. 그래서 고로케에 당면을 안쓰는 거라고.



2
    이 게시판에 등록된 시커멍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002 요리/음식당면고로케를 그리며 3 시커멍 17/02/25 5882 2
    3939 음악고등학교 시절 나름 빠져 살았던 비주얼락(?) 밴드 EVE 6 swear 16/10/17 5884 1
    8327 기타프루스트의 질문 40 원림 18/10/05 5884 8
    9235 오프모임회사에 출근해서(?) 담주 토욜 저녁 벙개 기획 중입니다 36 은목서 19/05/26 5884 13
    2305 음악탁월한 해석 - Twenty One Pilots의 Stressed Out 2 눈부심 16/02/28 5885 2
    3335 일상/생각평범한 회사원은 웹툰 작가가 부럽습니다. 37 졸려졸려 16/07/24 5885 0
    1847 일상/생각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습니다. 11 스트로 15/12/22 5886 1
    6295 생활체육수컷들은 다 똑같다. 15 tannenbaum 17/09/16 5886 14
    14580 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2 cummings 24/04/04 5888 37
    9267 일상/생각생각을 명징하게 직조하기 10 기아트윈스 19/06/01 5890 40
    10180 기타(공포) 얼굴을 가린 방문자 1 키스도사 20/01/14 5891 0
    12102 문화/예술과연 문준용 씨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36 Cascade 21/09/20 5892 25
    4943 꿀팁/강좌[사진]아웃포커싱에 대해 알아봅시다 33 사슴도치 17/02/20 5893 7
    5329 꿀팁/강좌쉽게 지킬 수 있는 몇 가지 맞춤법. 21 에밀 17/03/30 5893 9
    3137 철학/종교제가 느낀 것 주절주절 7 전기공학도 16/06/27 5894 1
    2875 일상/생각강남역을 바라보며 생긴 의문들... 26 No.42 16/05/24 5895 6
    12286 여행해외출국을 위한 COVID-19(코로나19) PCR 영문진단서 발급 건 4 떡라면 21/11/19 5895 4
    618 일상/생각'여야택시' 재미있게 봤네요 6 DEICIDE 15/07/20 5896 0
    1002 정치노사정위를 통과한 노동개혁에 대하여 9 nickyo 15/09/15 5896 3
    2393 일상/생각일상 속의 차별: EBS와 CBeebies를 중심으로 13 기아트윈스 16/03/13 5896 6
    6503 음악(일하기 싫어서 쓰는) 많은 사람들이 알(걸로 믿는) 인디 음악 모음 12 *alchemist* 17/11/01 5896 0
    8823 오프모임[결렬,망함] 2/3-2/4 슈퍼볼벙 (대책x 지금부터 계획해야 됨) 57 엘라 19/01/31 5898 18
    2361 경제서구의 세대양극화 38 눈부심 16/03/09 5899 1
    4477 여행LA 에서 Big Sur, San Luis Obispo 가기 51 elanor 16/12/30 5899 3
    9043 과학/기술화학 전공하면서 들은 위험했던 썰 몇가지 29 Velma Kelly 19/04/05 5899 1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