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14 16:29:36
Name   니누얼
Subject   고백의 추억(1)
"여보세요."
"너도 나 때문에 화났던 적 있어?"



평범한 평일 밤 11시..
내일 출근을 위해 일찍 자려고 막 누웠던 참이었다.
오늘은 전화가 없네..라고 생각을 하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상기된 당신의 목소리.
나는 단 한문장을 듣고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어떤 여자를 화나게 만든게지. 쯧쯧.

"이번엔 누구야. 누구를 화나게 만든거야?"
"내가 그때 말했던 여자애 있잖아. 독서실에서 역까지 태워준다는. 암튼 너도 나 때문에 화났던 적 있냐니까?"
"아, 그 여자분. 오빠 땜에 화난 적이야 나도 있지. 근데 왜 화나게 한건데? 말실수 했어?"
"나 때문에 화났었어? "
"응, 근데 왜 화나게 한건데? 여자분이 화났다고 오빠한테 말했어?"
"나 때문에 왜 화났는데? 언제 화났었어?"

우리의 대화는 동문서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조금 더 상기된 것 같았다.

"집에 가는 중이야? 운전 중?"
"어, 운전 중. 근데 왜 화났었냐니까?"

내가 당신에게 화나가서 반년이 넘도록 연락을 안했었는데....
몇 달 전 너무 보고싶은 마음에 용기를 낸 전화를 시작으로 다시 연락을 하게 된지 몇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당신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목소리로 나에게 왜 화가 났었는지를 묻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 때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나 자신이다.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이렇게 생생하고, 그가 한 말들은 다 기억이 나는데
내가 무엇 떄문에 다시는 연락을 하지 말자고 다짐을 할 정도로 화가 났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몰라. 기억안나. 오빠가 뭘 잘못했다기 보단. 내가 오빠를 좋아했으니까 화가 나고 서운했었던 것 같아."

지금이다. 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렇게 다 지난간 일 처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흘리듯 내 뱉은 말이 흘러 떠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암튼, 여자분은 왜 화나게 한거야??
"나 좋아했었어?"
"그랬었다고. 내 질문에는 대답 안할거야?"
"헐...."

그는 헐 이라고 했다. 좋아했었었었었다는 말이 '헐'이라는 단말마를 내뱉을 정도의 일인가.
나는 괜한 말을 꺼낸 나를 자책했다.

"나 차 세웠어."
"헐"

이번엔 내 차례였다. 아니 차는 왜 세우는거야?

"왜? 사고 났어?"
"나 지금 완전 놀랐어. 운전 못할 것 같아. 진짜 나 좋아했어?"
"아니 뭐 그런걸로 놀라.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거지?

"아니야. 나 진짜 몰랐어. 정말로 나를 좋아했어?"
"아니 그럼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 만나겠다고 그렇게 쫒아다니는 여자가 어딨냐!"

얼굴이 보고 싶어서.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내가 밥을 샀으니까 다음에는 오빠가 밥 사.
이번에 오빠가 밥 샀으니까, 다음에는 내가 살께.
그렇게 지낸지 만 3년이 지났다.
오빠가 부르면 친구들과의 약속도 마다하고 달려나갔다.
오빠가 멋있어 보인다는 말도 했더랬다. 그런데 몰랐다니.

아니지아니지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뭐야. 왜 놀라는거야. 왜 이런 반응인건야. 그냥 계면쩍어하면서 그랬었구나..하고 넘겨야지.
왜 놀라는거야. 왜 기대하게 만드는거야. 왜..

"헐. 진짜 몰랐어. 나는 그냥 너가 심심해서 나랑 밥 먹는 줄 알았어. "
"그래. 몰랐다고 치자. 나는 그냥 그랬었다는 얘기를 한거야. 그게 다야. "

나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그가 말했다.

"있잖아. 내가 고등학교 때 만났던 첫사랑 얘기 해준 적 있어?"


=================================================================================



혹시 이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고 심심하신 분들을 위해
되도 않는 글이지만 올려봅니다.
카테고리는 창작입니다. 약간의 사실을 바탕으로 죄에에에에에다 창작입니다....!!!????!!!

절대 탐라권은 하나 더 얻기 위해서 글을 중간에 끊은 것은 아닙니다!



9
  • 빨리 다음편을 쓰시라고 춫천
  • 기만자님 글 잘 봤습니다. 못 쓰신다더니 순 거짓말쟁이셨군요?!
  • 연애이야기는 춫천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202 창작불결한 글. (1) 5 세인트 17/03/16 3152 3
5200 창작[소설] 홍차의 연인 (5) - 완결 29 새벽3시 17/03/16 3493 11
5184 창작고백의 추억(2) 15 니누얼 17/03/14 4110 6
5183 창작당신의 쪽지를 기다리며 하얗게 밤을 새다 29 열대어 17/03/14 3718 6
5182 창작고백의 추억(1) 8 니누얼 17/03/14 3945 9
5173 창작위험한 그녀 20 열대어 17/03/13 3464 7
5171 창작피스 카페 (3) 完 6 선비 17/03/13 4351 7
5168 창작너의 기억.2 11 사나운나비 17/03/13 3175 8
5163 창작피스 카페 (2) 8 선비 17/03/12 4330 3
5144 창작[소설] 홍차의 연인 (4) 37 새벽3시 17/03/11 3512 10
5141 창작피스 카페 (1) 9 선비 17/03/10 3734 7
5129 창작[소설] 홍차의 연인 (3) 55 새벽3시 17/03/09 5005 10
5124 창작너의 기억. 35 사나운나비 17/03/09 4304 14
5120 창작이 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26 열대어 17/03/09 3535 6
5109 창작[소설] 홍차의 연인 (2) 62 새벽3시 17/03/08 3965 16
5101 창작타바코 8 선비 17/03/07 5094 9
5095 창작[소설] 홍차의 연인 (1) 80 새벽3시 17/03/07 4657 19
5057 창작오늘이 아닌 날의 이야기 (6) 12 새벽3시 17/03/03 3044 6
5054 창작저기요, 제가요 26 열대어 17/03/02 3668 6
5007 창작눈 길이 쓰다듬는 사이 2 二ッキョウ니쿄 17/02/25 2840 0
5001 창작잡채와 당신 16 열대어 17/02/25 3586 6
4982 창작갑오징어에 대해서 생각하다 9 열대어 17/02/24 3382 1
4981 창작[소설] 여름 날 31 새벽3시 17/02/24 3217 8
4968 창작오늘이 아닌 날의 이야기 (5) 8 새벽3시 17/02/23 2993 5
4945 창작생선살 발라주는 사람 58 열대어 17/02/20 5393 1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