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4/04 09:44:17
Name   혼돈
Subject   [꿈이야기] 꿈속의 그는 내안의 나인가.
저는 희한한 꿈을 종종 꿉니다. 정말 논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장르를 판타지나 SF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얼척없는 그런 꿈을 종종 꿉니다 ㅋ
오늘도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났는데 문득 꿈을 곱씹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근길에 꿈을 되뇌어 보았습니다.

오늘의 꿈은 장르로 따진다면 판타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꿈속의 주인공(저)은 굉장히 킹왕짱 쎈 케릭터 였습니다.
인상깊었던 장면은 이 구역에 쎈 애들 다나와 하고 염력 같은 것을 써서 손가락 하나로 해결해 버리는...
그냥 철부지 같고 별 생각 없지만 졸라 쎈 캐릭터였습니다.
여주인공은 그런 싸움만 하는 남주인공에게 잔소리 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역시 대표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만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감이 오실 겁니다. 아무튼 되게 흔한 남주와 여주가 있는 꿈 속 세계였습니다.
보통 제가 꿈을 꿀때 느끼는 인칭은 특이한데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면서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인...
말하고 보니 사실 모든 분들이 이렇게 꾸실지도 모르겠네요.
사건은 남주와 여주가 한창 분위기 좋을때 발생합니다. 둘이 좋은 분위기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고 남주가 여주에게 고백을 합니다.
뭐 평생 함께하자 같은 거겠죠. 그리고 승락을 하고 둘이 춤을 춥니다. 마치 라라랜드 처럼요.
네 꿈속이니까요. 뭐 이거저거 제 머리속에 있는 것들이 짬뽕된 느낌입니다.
여튼 둘이 그렇게 춤을 추며 길거리는 황홀한 불빛으로 가득찬데 춤이 끝나고 난 뒤에 여주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300년만에 부활한 마녀단의 짓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악당들은 그 여주가 필요했고 하필이면 둘이 가장 신나하고 있을때 여주를 납치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등신같은 남주는 힘만 쎘지 여주가 사라지는 것도 모릅니다. 뒤늦게 여주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고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주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으면 찾으러가고 킹왕짱 쎄니까 다 쳐부셔서 여주를 구해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남주는 그냥 그 자리에여 여주를 기다립니다. 10년 20년 얼굴이 수염으로 다 덮혀 소년이 중년이 될 때까지...
둘이 마지막으로 갔던 식당마저 없어질 때까지 하염없이 같은자리에서 여주를 기다리고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그러던 그 앞에 한사람이 나타나는데...

여기까지가 꿈 내용입니다. 보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시간 버리셨습니다. 그냥 개꿈같은 스토리 들으셨네요 ㅋㅋㅋ
그런데 이런 엉터리 같은 꿈을꾸고 일어나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꿈 내용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꿈속에서 무슨 교훈? 의미 같은 것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꿈을 바탕으로 저의 심리를 파악해 본 것이죠.

1. 아무리 강해도 가장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제가 첫번째로 들었던 생각입니다. 주인공은 자세히 쓰지 않았지만 꿈속에서도 경악스러울 만큼 강합니다. 상대를 무너뜨리고 굴복시키는 것에는 거의 무적에 가까울 만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도 모를 만큼 아둔한 주인공입니다. 결국 주인공의 능력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내용은 제가 요즘 생각하는 내용과 얼추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돈이 많아도 소중한 사람을 챙기지 못하면 쓸모없다. 이런 제 생각이 무의식 중에 꿈에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그런데 왜 주인공은 자책만 하는가?

꿈속인데도 주인공을 보면서 고구마를 한박스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저인데도 말이죠. 즉 스스로를 보면서 답답해 하고 자책하고...
주변을 다 뒤져봤는데도 단서가 없다면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찾아 나서야지 vs.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 느낌이었는데... 마치 시간이 지난뒤 주인공의 모습은 여주를 기다리는 것인지 여주가 잊혀지길 기다리는 것이지 모를 정도로 무기력하고 생기가 없었습니다. 무려 무적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 것이 이 꿈속의 장면은 지금 제 상황 또는 현재 제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 같았습니다. 무적? 까지는 아니었지만 주위에서 꽤나 총명하다는 소리도 듣고 스스로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을 지나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현실에 정착한 삶을 사는 나에 대한 무의식이 꿈속에서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꿈속의 여주는 어쩌면 잊혀져 버린 제 꿈 같은 것이 될수도 있겠네요...

항상 글의 끝마무리는 어렵네요. 그냥 꿈속 스토리 보다는 그 엉터리 같은 꿈 내용도 잘 생각해보니 제 의식 상태에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경험이 신기해서 공유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시나요? 아무 꿈도 꾸지 못한다고 아쉬워 하지 마세요. 숙면한다는 증거입니다ㅋㅋ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4 과학/기술'한국어 자연어처리 데이터 수집'에 관련하여 글 남깁니다. 21 홍차드립되나요 19/12/28 6132 3
    14366 일상/생각얼른 집가서 쏘우보고싶네요 12 홍차 23/12/29 1974 0
    7346 기타내일 서울나들이갈때 바를 립스틱 4 홍비서 18/04/06 4436 1
    7338 일상/생각오늘은 하루종일 1 홍비서 18/04/05 3513 1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2595 0
    13591 기타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된다고 보시는지요...? 35 홍당무 23/02/23 2891 0
    9826 의료/건강허리에 좋은 운동과 나쁜 운동이라고 합니다... @.@ 8 홍당무 19/10/13 5367 0
    8059 일상/생각앞으로는 남녀간 명백한 성행위 의사를 밝히는 것이 당연하게 될 것 같습니다 @@ 7 홍당무 18/08/15 4684 0
    10692 의료/건강비중격 만곡증 수술 후기 9 혼돈의카오스 20/06/16 9302 7
    5351 도서/문학‘회사에서 왜 나만 상처받는가’에 대한 저의 실천 방안 4 혼돈의카오스 17/04/02 4968 4
    3710 방송/연예질투의 화신 7화 (개인적으로)재밌는 장면! 6 혼돈의카오스 16/09/15 4187 0
    5962 방송/연예[비밀의 숲] 드러나는 범인에 대해 [걍력스포주의] 7 혼돈 17/07/17 5389 2
    5369 일상/생각[꿈이야기] 꿈속의 그는 내안의 나인가. 혼돈 17/04/04 3617 1
    4786 게임포켓몬고 플레이 후기 18 혼돈 17/02/06 5141 1
    3950 일상/생각소소한 이야기 - 이사 후기 9 혼돈 16/10/19 3743 0
    3880 스포츠이길 만한 팀이 이긴다. (어제 야구, 축구 경기를 보고) 12 혼돈 16/10/12 4680 0
    3082 일상/생각홍차넷 삼행시 공모전 당선 후기 16 혼돈 16/06/21 5367 4
    964 일상/생각대기업 그 안락함에 대하여 19 혼돈 15/09/10 4831 0
    12559 정치비전문가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향후 추이 예상 19 호타루 22/02/28 4022 26
    12268 방송/연예스포있음) 여섯 박자 늦은 오징어 게임 감상 호타루 21/11/14 3566 6
    12225 게임수고 많았다 상혁아 9 호타루 21/10/31 4375 12
    12025 게임던지면 어떠냐 19 호타루 21/08/28 3861 9
    12002 정치미국사의 단편적인 장면으로 보는 현 정치에 대한 단상 9 호타루 21/08/21 4265 8
    11968 게임[스타2] [이미지 초스압] 자날 캠페인 노치트 무손실 클리어 성공했습니다. 12 호타루 21/08/08 4153 14
    10865 철학/종교교회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7 호타루 20/08/17 506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