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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5/18 13:27:38 |
Name | 카라숏 |
Subject | 정치동화 은영전 |
책을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심지어 그걸 전자책에서도 반복하고 있지요. 그래서 밀린 거 소화도 시킬겸 몇 년 전에(...) 새로 나온 은하영웅전설을 읽었습니다. 젊었을 때 읽었던 은영전은 어떻게 전제국가가 번영하고 민주주의가 질 수 있냐고 실망했던 이야기지만 지금 다시 보니 애초에 작가가 일종의 우화이면서 미형 캐릭터 팔아 먹고사는 라이트노벨로 쓴 거란 걸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스페이스오페라로 분류하기에도 애매하고 SF라기 보다는 SF의 탈을 썼달까요. 그리고 가만 보니 의외였지만 작가에 의해 기괴하게 만들어진 자유행성동맹 보다는 제국이라는 형태가 수많은 별로 이루어진 국가의 통치형태로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별 하나라면 모를까 물리적 거리가 까마득한 별들의 통합정부, 수 백 억명의 국민이 있는 국가의 정부가 고작 십여명의 고위 관료에 의해 통치된다는 게 이만저만 부자연스러운게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별을 영지로 치환할 수 있는 제국은 정상으로 보여요. 아무리 최악의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싶었다지만 진지한 소설이었다면 그런식의 정부는 못 만들었을 겁니다. 각 별을 주로 삼는 합중국 형태가 되는게 훨씬 상식적인 형태지요. 또 새삼스럽지만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에도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통신이 끊어진 스크린이 회색이라니. 브라운관을 보지 못 한 요즘 아이들은 어째서 회색인 걸까 싶겠지요. 그리고 작중 묘사되는 가정내 여성의 역할쯤 되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이게 뭔가 싶을 겁니다. 그래도 재밌네요. 다시 읽어보면 영 아닌 것들도 많은데 아직 재밌어서 좋군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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