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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7/19 01:26:22 |
Name | 알료사 |
File #1 | x9788952235268.jpg (98.9 KB), Download : 8 |
Subject | 저 면접 못갑니다. 편의점 알바 때문에요. |
줄거리 요약에 스포 가득.. 여기에 18년 동안 편의점 알바로 살아온 게이코라는 36세의 독신 여성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집요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자 부모님은 점점 불안해했지만 그때는 이미 때가 늦었어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취업 활동에 뛰어들어보기도 했지만 서류 심사를 통과한 경우가 별로 없었고 면접까지 가더라도 왜 몇 년 동안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 할 수가 없었어요. 금요일과 일요일이 휴일인 게이코는 가끔 금요일에 고향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친구들은 아직도 결혼 안했느냐고, 아직도 계속 아르바이트만 하느냐고 묻습니다. 20대까지는 프리터들도 많기 때문에 특별히 변명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부분이 취직과 결혼을 하게 되는 나이에 이르자 이상하게 여겨질 것 같아서 여동생이 가르쳐 준 대로 지병이 있어서 연애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고 둘러대는데 지병이 있다는게 어째서 이유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친구들은 납득해 주었습니다. 어느날 '시라하'라는 35세의 남자 신참이 들어옵니다. 출근 첫날부터 지각을 하고 잘못한 일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편의점 일을 멸시하는 발언을 합니다. '이 가게는 정말이지 밑바닥 인생들뿐이에요. 편의점은 어디에나 그렇지만.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주부, 이렇다 할 장래 설계도 없는 프리터, 가정교사 같은 좋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대학생, 일본으로 돈 벌러 온 외국인' 한번은 게이코가 시라하에게 상품 진열하는 일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그가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조몬시대(일본의 신석기)부터 남자는 사냥하러 가고, 여자는 집을 지키면서 나무 열매나 들풀을 모아 놓고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요. 이런 일은 여자한테 알맞은 일이에요' '시라하 씨! 지금은 현대에요! 편의점 점원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모두 점원이에요!' 근무중에는 금지되어 있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등 게으른 태도로 일관하던 시라하는 동료 여직원들과 단골 여손님들에게 집적대다가 해고당합니다. 모든 편의점 근무자들이 시라하를 '극혐'하던 차에 그의 해고를 기뻐했습니다. '지병이 있다'는 변명으로 많은 것을 이해해 주던 친구들만의 모임과는 달리, 부부 동반 모임을 하게 되자 친구들의 남편들은 적극적으로 게이코에게 결혼을 권합니다. 인터넷 중매 사이트를 이용하라든가 소개팅을 하라든가.. 서두르는 편이 좋다, 이대로는 초조하지 않느냐, 더 나이가 들어버리면 늦는다.. 기분이 우울해진 게이코는 휴일인데도 편의점을 찾아가 일을 합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런데 가게 밖에 있는 시라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여전에 스토킹하던 여자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어요. 게이코는 시라하에게 다가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경고합니다. 시라하는 또 이상한 소리를 하네요. '사축(회사가 시키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불평불만 없이 하는 직장인을 비꼬는 말) 같은 밑바닥 인생이 뭘 한다고. 내가 한 일이 나쁜 짓이라고 생각 안해요. 마음에 드는 여자는 자기 것으로 만든다. 이건 옛날부터 전해오는 남녀의 전통이에요.' '당신 논리대로면 강한 남자가 여자를 손에 넣어야 해요. 당신은 안돼요' '내가 창업만 하면 여자들이 나한테 떼거지로 몰려올 겁니다' '먼저 창업을 성공시키고 실제로 몰려든 여자들 중에서 고르는게 순서겠죠' '지금은 조몬시대와 다르지 않아요. 인간은 어차피 동물이라고요.' 하고 논점에서 벗어난 말을 합니다. '모두가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거죠. 30대 중반인데 왜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가, 성경험이 있는가, 창녀는 빼고, 나는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다들 나를 강간한다' 랍니다. 자기 때문에 곤란을 겪은 여자 알바생이나 손님들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강간이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하며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니? 게이코는 시라하가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사고회로를 갖고 있구나 합니다. '그래서 결혼해서 그놈들한테 불평듣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자기 인생에 간섭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불평을 안 들으려고 일부러 그런 삶을 택해요? 그건 결국 당신이 싫어하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게이코는 의아해합니다. 조용히 시라하의 말을 듣고 있던 게이코는 문득 엉뚱한 제안을 합니다. '그토록 결혼만이 목적이라면 나랑 혼인신고 할래요?' '나는 게이코 씨한테 발기되지 않습니다' '발기요? -_- 그게 결혼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결혼은 서류상의 문제고 발기는 생리 현상이에요. 시라하 씨 말대로 세상이 조몬시대와 같다면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 메뉴얼을 따르세요. '보통 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에요.' '그게 괴로우니까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방금까지 영합하려고 했었잖아요. 역시 막상 하려니까 어려운가요? 그래요, 정면으로 세상에 맞서 싸워 자유를 획득하는게 성실한 길이에요. 시라하 씨와는 달리 나는 아무래도 좋아요. 전 무리의 방침이 있다면 거기에 따르는 게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머뭇거리는 시라하를 결국 집으로 데려가 재우는 게이코. 밥(먹이)도 줍니다. 자취방에 남자를 데려와 재웠다고 여동생과 친구들, 편의점 동료들에게 알리자 다들 전후사정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여동생은 축하한다, 기쁘다, 응원하겠다, 그동안 고생하더니 이해해주는 사람을 드디어 찾았구나, 라면서 법석을 떨고 자기 멋대로 사연을 지어내어 감동했어요. 친구들 역시 기뻐 날뛰었습니다. 직업이 없다는 사실을 말했는데도, 그런 사람이 묘하게 진실하거나 상냥해서 매력적이다, 다른 아는 사람도 바쁘기만 하고 시간 안내주는 남편에게 질려서 기둥서방 같은 남자한테 걸려들었다, 그런데 행복다하더라, 라면서 어떻게든 게이코에게 좋은 쪽으로 이러쿵 저러쿵 떠들었습니다. 게이코가 듣기에는 시라하와 게이코의 이름이 등장할 뿐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이야기들이었어요. 가장 모를 사람들은 편의점 동료들이었어요. 그렇게도 시라하를 '극혐'하던 동료들이었는데, 근무시간에 온통 시라하 이야기만 하면서 회식할때 부르라고 하는 겁니다. 시라하를 해고했던 점장은 시라하의 이력서를 다시 꺼내들어 그의 이력을 직원들과 공유하며 품평했습니다. 다들 게이코가 비로소 진정한 '한패'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쪽에 잘 왔어, 하고 모두들 게이코를 환영하고 있는 듯했어요. 게이코는 지금까지 자신이 '저쪽' 인간이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제 게이코는 18년 동안 일해왔던 편의점을 그만두고 정식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했어요. 편의점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어색했습니다. 시계를 보면 지금은 음료 보충할 시간이네, 지금은 잡화가 배달될 시간이네, 지금은 상품 검사할 시간이네, 지금은 바닥을 청소할 시간이네, 하고 언제나 편의점의 광경이 떠올랐어요. 잠을 자는 것도 일하기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자야 할 동기도 없었어요. 그냥 졸리면 자고 일어나면 밥먹었습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내자 연락이 왔습니다. 파견직이긴 하지만 10년 동안 입지 않았던 정장을 꺼내 입고 면접장으로 향합니다. 너무 일찍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다 편의점이 보여 들어가 봅니다. 이제 곧 열두 시가 되려는 참이었습니다. 점심 피크타임. 매장 안을 거닐던 게이코는 본능적으로 어질러진 상품들을 정리합니다. 계산대에 있던 점원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냅니다. 게이코가 인사를 하자 점원은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계산에 집중했어요. 정장 차림 때문이었는지 본사의 직원으로 생각했었나 봅니다. 손님들의 행렬이 잠시 끊기자 계산대에 있던 점원이 게이코 쪽으로 달려오더니 게이코가 정리한 매대를 보고 감탄합니다. '굉장해요, 마법 같아요, 오늘 알바 한명이 빠져서 점장님한테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돼서 곤란하던 참이었어요. 신참과 둘이서...' '그래요? 계산대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예의 바르게 아주 잘했어요. 바쁜 시간이 지나면 음료를 보충해줘요. 빙과류도 날씨가 더워지면 막대 아이스크림이 더 잘 팔리니 위쪽으로 놓아주세요. 잡화 선반에는 먼지가 많으니 청소 한번 해주고 자동문에 손자국이 많이 묻어 있어요. 눈에 띄는 곳이니까 거기도 청소해주세요. 그리고 여자 손님이 많으니까 수프 종류가 좀더 있는게 좋겠다고 점장에게 전해줘요. 그리고...' 게이코는 마치 편의점이 내리는 계시를 전달하듯 막힘없이 말했고 점원은 신뢰에 가득 찬 태도로 대답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게이코는 깨달았습니다. 무엇이 자신을 게이코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지. 면접장에는 가지 않았고, 시라하와는 이별했습니다.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한 것은 소설 속 주인공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작가 자신이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했고, 이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고 시상식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왔다며, 편의점은 자신에게 성역과 같은 곳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약간은 장강명의 표백이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표백이나 김지영의 인물들은 규격화를 강요하는 세상에 비판적으로 저항하다 파멸합니다. 표백에서는 거의 자살하고 김지영에서는 미쳐버리죠. 그런데 편의점 인간의 게이코는 웬만하면 세상에 맞추려 합니다. 여동생의 충고를 받아들여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대답을 준비하고, 말투는 편의점 동료들을 흉내냅니다. 옷차림이나 가방, 악세사리 등도 주변 사람들의 스타일을 참고하여 자신도 최대한 닮으려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나는 왜 다를까? 하는 순수한 의문점은 있지만 거기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런 태도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는게 건달이나 다름없는 시라하와의 동거입니다. 주변에서 내가 연애하고 결혼하길 원해? 그게 보통 사람이야? 까짓거 그렇게 해주지 뭐, 그딴건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거죠.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세상의 간섭을 뿌리칩니다. 개인적으로 그 순간이 참 통쾌했네요. 그래, 승자는 게이코 너야, 너가 이겼어! 하고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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