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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9/21 12:21:47 |
Name | 로오서 |
Subject | 부족하면 찾게 된다. |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니, 여유를 가져야 할 필요가 생겨서 잔잔하던 제 바다에 여유라는 돌덩이를 던지게 되었습니다. 결핍. 10년 이상이나 느끼지 않았던(이제와 생각해보니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구분이 잘 안됩니다. 결핍이 쌓이고 쌓여 제 바운더리를 넘어간 이제와서 느끼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 안에서 부족하다고 소리치는 호소, 감정들을(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어떤것을 위해) 싹 무시하고 살다가 우연히 그게 채워졌을때.. 아 부족했던거구나. 하고 느끼는 것인지. 부족하면 찾게 된다. 현재 제 안에서 그 결핍이 그 어느때보다, 그 무엇보다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사람을 만나기 전 저에게 굉장히 중요했던. 저라는 사람의 근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어떤 것이. 그사람을 만나고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고 저는 꽤 오랫동안 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흐른 요즈음 우연한 계기로 그것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고 저는 이렇게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저는 잔잔하던 제 마음속에 물리적/심리적 여유라는 돌덩이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여유로 인해 홍차넷에 다시 들르게 되었지요. 아마 비슷한 것 같아요. 우연히 가지게 된 여유, 혼자 정리하기에는 버거운 어떤 감정-혼란-결정. 대화 또는 들어줄 누군가가 결핍되어있는 현재. 우연히 다시 들르게 된 홍차넷에 이런 글을 끄적이는건, 그 사람과 함께 오랫동안 잘 지내왔고 많은것을 충족하며 살아와서 주변에 이러한 고민을 나눌 사람조차 없기 때문일 겁니다. 정말 많은것이 충족된 삶을 살았으면서도 이렇게 혼란스러운건. 그 약간의 결핍된 부분이 지금 저에게 너무나도 반짝이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좀 기계같이 산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제는 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 내면에 대해 더 깊이 마주하고 받아들여 생각하고 정리하려 합니다. 그 결과가 제 잔잔한 바다에 폭풍우가 오는 결과라고 해도. 사족. 긴 시간동안 혼자 무얼 해본적이 거의 없는데 요새 하나씩 해보고 있습니다. 조금씩 잊었던 무언갈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꽤 재미있네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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