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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10/30 01:45:58 |
Name | Broccoli |
Subject | 알고 있는 것, 알려줘도 되는 것 |
작년 한 해 일했던 곳에서 아이들이 축제를 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옛 일터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행사 자체는 연례행사삼아 해오던 일 중에 하나라서 틀이 제법 잡혀있다보니, 별로 마음에 안든다는 자평에 비해서는 이것저것 잘 준비를 했더라고요. 축제의 핵심은 먹고 노는거니까 맘껏 먹고 놀고 즐기고 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친구 하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안좋은 애기 많이 들었어요"라고 하데요. 제 얘기인줄 알았는데, 시설 이야기라는 겁니다. 누구한텐지는 몰라도 들어서 알고있다면서 왜들 오래 일하는 사람이 없는가 이제는 알겠다는 나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디든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리고 그 안에서 직접 부딪혀보면 많은 것을 알게 되지요. 저에게 있어 가장 강렬했던 경험은 학생으로 다녔던 학교의 숨겨진 일면을 보았던 한 달 간의 교생실습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께서 교생실습을 마칠 때 "많이 봤으니까 가능하면 열심히 공부해서 공립을 가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겨우 일년을 일했기에 제가 알면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일을 하던 사람이니 결과만 받는 그 친구들보다는 많은 것을 알겠죠. 그런데, 자기들은 곧 떠날거니까 당장이 아니어도 알려달라는 이 친구들한테, 제가 겪고 봐온 것 중에서 뭘 알려주어도 괜찮을까요. 아니, 그 친구들이 몇 년동안 있었던 곳의 좋은 기억과, 저의 좋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조용히 하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곧 떠날 입장이니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치우쳐져있을 소견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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