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2/07 16:52:13
Name   죽음의다섯손가락
Subject   나를 연애하게 하라
언젠가 주진우 기자의 강연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양반이 우리 청춘들에게 강조했던 것은 다름아니라,
사랑이었다. 젊었을 적에 사랑을 꼭 해보라는 것이었다.
비단 그 양반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또한 같은 지론을 갖고 있었다. 대학교 때 연애 한 번 겪어보긴 해야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강조하는 만큼 그 연애라는 경험이 확실히 대단한 것이긴 한가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 저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걸요.

15년지기 친구들 다섯과 농담조로 맹세한 적이 있다. 우린 결혼하지 말고 나중에 같이 빌라 구해서 살자.
나만 빼고 모두 연애를 하게 되었다.
또, 좌충우돌하는 소중한 대학 친구들과도 이야기했다. 연애는 무슨, 연애할 시간에 자기계발을 해서, 멋진 인간이 되자.
그 녀석 또한 애인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숱한 친구들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나는 여전히 혼자다.
그 녀석들이 애인에 대해 한탄이라도 내놓으면 나는 훌륭한 상담사가 되어 주었다. 사람 사는게 다 그렇고 그런걸. 그사람 참 못 되었네. 서로 대화해보렴. 참을 수 없으면 그만두렴.
하지만 연애도 안 해본 사람이 어떻게 연애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연애에 관심없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다. 사실 관심이 있긴 하다.
단지 그냥 성정이 이렇다. 나같은 사람은 친구와의 약속에 수 번의 다짐과 용기가 필요하다. 명 당 세 시간을 넘기면 그보다 곤혹스러울 수가 없다. 그런데 만약 연애를 한다면 일주일에 무려 한 번을, 그것도 긴 시간을 들여서 한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엄청나군.
물론 누군가를 엄청 좋아한다면 기꺼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엄청나게 좋아한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
내가 여태까지 느낀 좋아함이라는 감정은, '와우, 어쩜 저렇게 기가 막힐 수가 있지!'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을 좋아하는 그 정도의 느낌이다.
그러니까 동년배나 동기들에게 그런 감정이 들 때, 굳이 안달내기엔 모양새가 웃긴 것이다.
동기 중에서 그 정도의 감정이 느껴졌단 상대는 딱 두어 명이었다. 그런데 이미 애인이 있길래, 나는 좋은 친구로 남았다.
비단 그 양반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의 이성들은 귀신같이 이미 애인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면 늘 재미로 타로를 보곤 하는데, 아이들은 하나같이 '연애운'을 본다.
그만큼 이들은 정력적이다. 나도 반강제적으로 딱 한 번 보았다.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물론 딱 한 번만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타로가 아니라 모든 점괘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 이모들은 사주나 신점을 종종 보러가는데, 하필이면 내 미래까지 봐주곤 한다.
거기서도 말한다.
35살 전까지는 꿈도 꾸지 말라고.
다시 말하지만, 한 군데에서 그런 소리를 한 게 아니다.

사실 안해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로망스라는 표현에 아주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정말 궁금한 것이다.
온 주변 사람들이 다 하는데, 심지어 절대 안 할 것만 같은 사람도 하는데,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맨날 이별 곡소리가 나는 판에,
나는 아니다.
그러니 왠지 홀로 뒤쳐진 것만 같다. 어딘가 결손된 것만 같다.
또,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미리 겪어보지 않으면 나중에 쇠빠지게 고생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


ama 게시판에서 갑자기 연애 이야기가 나오기에..
생각나서 써봤습니다ㅎㅎ



7
  • 춫천
이 게시판에 등록된 죽음의다섯손가락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47 오프모임1월중에 함께 차모임 할분 모집 중!(일시 미정) 45 나루 20/01/04 5872 7
7624 오프모임6월 15일 금요일 조용한 모임 87 아침 18/06/05 5848 7
7612 오프모임[오프공지]선릉뽕나무쟁이족발 48 무더니 18/06/01 4615 7
7550 일상/생각무도와 런닝맨, 두 농구팀(?)에 대하여... (1) 7 No.42 18/05/19 3666 7
7496 음악고무신(Rubber shoes? Lover Shoes?) 8 바나나코우 18/05/09 3969 7
7471 도서/문학[서평]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피터 콜린스, 2018 3 化神 18/05/02 4585 7
7469 음악모차르트 "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1 맥주만땅 18/05/02 5322 7
7404 오프모임[완료]4/19(목) 점심~오후 고정 주제없는 수다모임 가지실 분? 55 Erzenico 18/04/18 4240 7
7339 역사징하 철로 - 중국 근현대사의 파란을 함께한 증인 호타루 18/04/05 5180 7
7261 일상/생각대학생활 썰..을 풀어 봅니다. 28 쉬군 18/03/22 8451 7
7257 여행서울 호텔 간단 투숙기 (1) 13 졸려졸려 18/03/21 5523 7
7230 문화/예술[웹툰후기] 어떤 글의 세계 2 하얀 18/03/12 4645 7
7204 역사내일은 여성의 날입니다. 7 맥주만땅 18/03/07 3717 7
11837 정치쥐 생각해주는 고양이들 17 주식하는 제로스 21/07/02 3970 7
7116 도서/문학별의 계승자 / 제임스 P. 호건 14 임아란 18/02/14 4367 7
8889 게임오늘자 이영호 입장 발표 19 아재 19/02/20 4522 7
7064 일상/생각나를 연애하게 하라 16 죽음의다섯손가락 18/02/07 5140 7
7057 음악[번외] Bill Evans (1) - Very Early 6 Erzenico 18/02/06 3464 7
7008 사회한국판 위버, 테스티노 사건. tannenbaum 18/01/27 6632 7
8088 꿀팁/강좌의사소통 능력 (Communicative Competence) 2 DarkcircleX 18/08/21 7342 7
8087 게임[LOL] 30대 아재의 다이아 달성기 - 탑 착취 오공 공략 7 하울 18/08/21 5304 7
6929 오프모임월욜 1/15에 코코 같이 보쉴??? 58 elanor 18/01/11 5953 7
6892 역사할아버지 이야기 -2- 4 제로스 18/01/04 4173 7
6883 일상/생각사투리 36 tannenbaum 18/01/03 5851 7
6875 도서/문학밑줄치며 책 읽기 (1)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2013) 5 epic 18/01/02 5225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