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3/23 14:17:16
Name   행복한고독
Subject   과거 겪었던 미투와 펜스룰...
현재 한참 미투 운동이 유행이고, 이에 따라 많은 논란이 있는데요. 과거 주변에서 겪었던 미투 비슷한 것과 펜스룰 비슷한 경험이 있어 적어봅니다.


때는 대학원 석사 과정일 때의 일입니다.

당시 대학원생이 충분했고, 대학원생이 적었던 시절에도 학부 출신 대학원 생이 학과조교를 맡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습니다.

때문에 학부 출신 대학원 생의 경우 이런 저런 행정적인 것 뿐만 아니라 교수평가 결과에 관한 내용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과의 교수님 중에는 소위 천재형이라 불렸으며, 학위로 인한 오랜 외국생활...그리고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추가로 부모님이 탈북자 출신이신 관계로 친인척이 거의 없으며, 어머님 장례식에 학부생들 조문이 많았던 경험으로 학과생들을 매우 아끼셨네요.

학과수업 중에도 관련 인물이 나오면 그 인물의 에피소드나 당시의 시대상에 대해서도 종종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방학기간...학과사무실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누가 왜 그런 평가를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강의평가에 교수님께서 성차별 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시 문제의 강의는 듣지 않았으나, 평상시 수강한 강의를 참고하자면...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남녀차별의 역사...정확히는 과거 여성이 핍박 받은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낸 여성학자분들에게는 매우 후한 평가를 하였습니다.

그를 바탕으로 현세대의 학생들은 축복 받았다느니와 같은 꼰대적 발언은 당연히 없었구요.

당시 해당 강의를 들었던 복수의 후배들에게 확인을 했지만...역시 성차별적인 발언은 없었다는 평가였습니다.


이분 강의에 추가적인 특이사항이 있다면...이분이 천재형이다보니 시험문제가 매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험문제 3개(서브문제 2~3개해서 총 7~9개 정도가 출제됩니다.) 중 1개는 매년 1명이 풀까 말까이며...정답이 아니라도 어느정도 푸는 것만으로도 A 또는 A+가 가능했습니다. 덕분에 타과생의 강의평가가 좋은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또한 종종 역사 이야기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강의와 관련이 없다는 면에서였죠. 다만 그 시간은 보통 20분을 넘기지 않았으며, 강의 진도를 고려하시기 때문에 무리한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건...이러한 강의평가를 받은 해당 교수님은 어떠한 제재가 있었을까요?

'전혀'입니다.

이미 정교수셨고, 교무처에서 해당 결과와 주의 정도의 메일이 있긴 했지만,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무엇보다 한명의 평가만으로 제재를 받는 다는 것 역시 공평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교수님께서 상심이 크셨습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은 학부생들을 아꼈던 마음으로 매학기 학부 전공 3과목 이상을 맡았던 것을 1과목 또는 아예 전공과목을 맡지 않으시고, 대학원 강의와 당시 대외협력처의 직책을 맡으시면서 외국인 학생 강의만 주로 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천재형인 이교수님의 수업은 여타 교수님의 강의와는 다른 매력이 많았습니다.
(물론 다른 교수님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습니다만, 학생의 입장에서 여러 스타일을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시험 스타일 등 한차원 더 위의 고민거리를 던져주시는 이 교수님도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민감한 학 학우의 평가로 인해 후배들은 그 기회를 얻기 힘들게 되었죠.



미투운동과 펜스룰...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두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과거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10 창작[조각글 23주차] 희나리. 3 헤베 16/04/29 3917 1
    2702 음악고딕의 우아한 첨탑이자 높은 별. 20세기 마지막을 알리며 탄생한 거인. 8 헤베 16/04/27 4126 1
    2686 음악BE BORN AGAIN, KURT. 6 헤베 16/04/25 3928 2
    2683 창작3월 중에. 5 헤베 16/04/24 4185 8
    11927 여행홍차넷 여행듀스 101 - 여러분의 여행지에 투표하세요 32 헌혈빌런 21/07/28 3944 1
    11048 요리/음식타지 생활중 쥐뿔도 없는 재료+도구로 파스타 만들어먹기 3 헌혈빌런 20/10/13 4280 5
    10857 일상/생각당근마켓 거래 후기 14 헌혈빌런 20/08/13 5730 1
    10322 의료/건강5년전에 이미 예견된 코로나 바이러스 19 ? 13 헌혈빌런 20/02/25 4536 0
    9563 영화미드 체르노빌 2화 끝부분.....영상...... 5 헌혈빌런 19/08/20 5309 3
    14809 문화/예술"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2. 세기말을 함께한 목소리들 3 허락해주세요 24/07/30 703 2
    14803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4 허락해주세요 24/07/24 795 5
    11083 일상/생각아이폰12 저도 살까봐요.. 색 고민중.. 4 허니레몬티 20/10/23 4030 1
    10260 일상/생각처음 느낀 늙음 3 행복한사람 20/02/03 4546 19
    12646 경제바이낸스 등 해외에서 암호화폐 투자하시는 분이라면 1주일 후 주의해야할 부분... 12 행복한고독 22/03/18 3262 3
    11613 기타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 거래소 5 행복한고독 21/04/26 5545 8
    8998 일상/생각과거 카풀 드라이버 경험 6 행복한고독 19/03/24 4076 13
    7270 일상/생각과거 겪었던 미투와 펜스룰... 3 행복한고독 18/03/23 7360 2
    10141 일상/생각악플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8 햄볶는돼지 20/01/02 4597 0
    10216 오프모임1/24 부산(?) 34 해유 20/01/23 5082 5
    10074 일상/생각아픈 것은 죄가 아닙니다. 27 해유 19/12/13 4735 29
    9999 오프모임11/29 공식(?) 술쟁이의 술벙개 +_+ 82 해유 19/11/18 5617 5
    9671 일상/생각사랑, 그 부유물에 대하여 10 해유 19/09/16 3624 3
    10098 기타어린 양 6 해유 19/12/21 4554 5
    97 기타방금 번개 모임 끝나고 나오는 길입니다. 10 해바라기 15/05/30 6546 4
    4163 정치철 지난 후크송, 시위에 재활용해봐요. 2 합궁러쉬 16/11/16 387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