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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3/26 23:26:39
Name   타는저녁놀
Link #1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00000010101&pgm_mnu_id=14825&pgm_build_id=3&contNo=&srs_nm=1116&srs_id=22000085772
Subject   그것이 알고 싶다 '17년간 봉인된 죽음 - 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 1부' 보셨나요?
같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타임라인에 올리려다가, 내용이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티타임으로 왔습니다.
주말에 방송 한 번 본 게 전부라, 사실은 물론 방송내용과도 조금 다른 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3월24일 토요일에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17년간 봉인된 죽음 - 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 1부' 보셨나요?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육군 상사가 피살된 사건에 대한 얘기입니다.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로 사건이 다시 검토됩니다.
그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굉장히 놀랍습니다. 진짜 미제라서 미제가 된 사건이 아닙니다. 물증이 나왔고, 살해할 동기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알리바이는 빈약한 증언에만 의존한 불명확한 것임에도 (결국 그 당시 알리바이는 허위 증언으로 밝혀집니다) 고의적으로 미제로 만든 사건입니다.
방송은 그날의 피해자와 용의자들의 행적을 좇고, 어떻게 이 사건이 미제가 되었는지, 조직적인 은폐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누가 그 은폐의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 추측하는 것까지가 1부입니다.
어느 정도 답은 나온 것 같은데, 여기까지가 겨우 1부이고 1시간 분량의 2부가 남은 건 어째서일까요?
우선 방송 내용을 요약해봤습니다. 실제 사건을 추적하고, 밝혀진 순서라기보다는 방송의 편집 순서에 가깝게 적었습니다. 물론 위에 적었던 것처럼 한 번 본 기억에만 의지해서 적으니 좀 틀릴 수도 있겠으니 양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1. 2001년 12월. 염순덕이라는 육군 상사가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둔기에 맞아 살해된다. 경찰과 헌병대는 합동 수사를 시작했다. 현장 인근에서 범행 도구가 발견되는데,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나오고, 사건은 어쩐지 급하게 미제로 종결되었다.

2. 살인 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미제사건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한다.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다. 용의자(군인)들의 알리바이가 민간인의 증언만으로 확보되었는데, 저 민간인은 군납업자다. 용의자 둘 포함 넷이 당구를 쳤다고 하는데, 당구장 주인의 진술서조차 없다. 용의자 중 한 명은 부대에서 쓸 기름을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피해자와 마찰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술자리에서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이 날의 회식은 부대 내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조촐한 자리였는데, 용의자 한 명은 다른 부서임에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고 하고 나머지 한 명은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닌 파견나온 기무사였는데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합석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염상사가 소속된 부대와 기무사의 관계는 껄끄러울 관계라 길에서 만난다고 의기투합해서 술을 마시러 갈만한 관계도 아니다.

3. 합동 수사인데 경찰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살인으로 적었던 것에 비해, 군대(헌병) 측에서는 계속 사건을 변사로 덮어서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눈치다.

4. 알리바이는 거짓이었다. 당구장 주인은 그렇게 증언한 적도 없고, 네 명이 당구장을 쳤다고 했지만 실제로 두 명은 도중에 나갔던 것이 확인됐다. 군납업을 하던 민간인은 다른 한 명이 그렇게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사건의 중대함을 모른 채 그냥 그렇게 말했다라고 인터뷰했다.

5. 여기서 놀라운 것은, 저 두 명의 DNA가 검출된 담배꽁초가 사체 옆에서 발견됐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거된 증거물이었고 국과수 조사를 통해 용의자와 완전히 일치함이 확인되었다. 군대에도 이 내용이 전달되었는데 (피해자는 육군 상사이고, 용의자 역시 군인으로 좁혀지면서 수사권이 사실상 헌병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증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사실상 저 증거가 무시된다. 결정적인 증거임에도, 이 내용은 가족들에게 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6. 기무사 소속 용의자가 있었는데, 그 당시 기무사는 외부에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이미 기무사가 휘두른 불법적인 권력 때문에 정치권에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중이었는데, 여기서 소속 군인이 살인행위까지 저지른 게 밝혀졌다가는 기무사의 존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 기무사 쪽에서 손을 써서 사건을 마무리한 정황이다.

7. 그런데, 상황을 뒤엎는 놀라운 제보가 들어오면서 1부가 마무리된다. 단순히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게 아닌, 더 많은 이유가 있었고 그 대가로 더 많은 것들을 누린 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용의자 중 한 명이 성매매로 군복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서, 열다섯 장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 화에는 진실-이거나 혹은 진실로 추측되는-이 밝혀질 것 같은데, 수많은 군대 의문사 중에서도 정말 최악으로 꼽힐 만한 사건이라고 한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절대 미제로 남을 사건이 아니었음에도, 미제로 남아버린 사건이죠. 방송 중에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범인이 왼손잡이로 보이는 정황들이 있어, 용의자를 좁히기 더 쉬웠을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2001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입니다. 7,80년대도 아니고요. 군대에서 일어난 억울한 죽음이 대체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맡고 있는 업무 특성 상 군대와 얽히는 일들이 좀 있습니다. 굳이 갑을을 나누자면 제 쪽이 갑이지만, 이 조직과 일하는 건 정말 힘겹습니다. 육사 출신의 엘리트 장교더라도 일반적인 합리성과 상식이라는 게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조직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폐쇄적이고, 합리성과 상식이라는 것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그 안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밖에서 더 느껴지더군요. 고인 물은 썩습니다. 군대는 너무 오래 고인 물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부조리함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해쳤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많은 관심을 통해 잘못된 것들이 조금이나마 바로 잡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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