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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6/05 22:14:56
Name   Under Pressure
Subject   Tour de France 소개(1)
가입인사 후 처음 쓰는 글인 것 같네요. 타임라인에도 적었지만 저는 자전거는 거의 타본적도 없는데 언젠가부터 자전거 경기 중계에 푹 빠졌습니다. 요즘은 옥수수앱에서 제공하는 유로스포츠 채널을 PC로도 시청 가능해져서 허구한 날 ASO가 칼같이 끊어대는 중계 스트리밍 찾고다닐 필요도 없고... 정말 좋은 시절입니다. 


아마 저처럼 자전거라고는 초딩때 자전거 도난당하고 십몇년을 안 타다가 따릉이 좀 타보는게 고작인, 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저기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대회라는게 열린다더라 그게 뚜른지 뭔지... 하는 걸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니 다 몰라도 고환암(...)을 정복하고 뚜르를 7연패한(그리고 약쟁이로 판명나서 모든 기록이 삭제된) 랜스 암스트롱 이야기는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번 글은 그 Tour de France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뚜르 드 프랑스 정도로 읽겠습니다(전 불어를 잘 모릅니다. 표기가 틀리면 정정 부탁드립니다). 이제부터는 뚜르 드 프랑스를 줄여서 TDF라고 하겠습니다. 올해 TDF는 7월 7일부터 28일까지 열립니다.


 TDF는 약 3주간(실제로는 23~5일정도) 프랑스와 인근 국가(작년의 경우는 독일에서 시작했습니다)를 구석구석 돌면서 총 21번의 스테이지, 총 연장길이 35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면서 가장 적은 시간으로 완주한 선수와 그 선수의 팀이 우승을 하는 방식입니다. 사이클은 다른 팀종목과 달리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막말로 팀원 8명중 7명이 전부 꼴지로 들어와도 팀 리더가 종합우승을 차지하면 그 팀은 우승한 겁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말 잔인한 시스템이며 그만큼 리더를 보호하기 위한 팀웍이 고도로 요구되는 게 로드사이클 경기입니다.

경기를 보다보면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몇명은 선두로 나와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큰 덩어리로 군집해서 달리는데 처음 볼 때는 뭐가 뭔지 모릅니다. 경기 양상의 경우는 다양한 경기를 봐야 이해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두고 저지구분부터 해봅시다. 보통 선수들은 팀별로 같은 저지를 입는데(아닌 선수들의 경우 대체로 국기 색깔을 한 저지를 입거나 무지개색 저지 등이 있을텐데 이는 다른 글에서 후술합니다) 이런 그랜드 투어 경기는 현 대회 상황을 알 수 있는 저지가 4개가 있습니다. 바로 노랑, 땡땡이, 초록, 흰색입니다.


이렇게 노란색 쫄쫄이(Maillot Joune, 마이요 존느)를 입고 있는 선수가 현재 종합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 노란색은 TDF 대회를 처음 만들었던 신문사인 L'Auto의 신문색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 저지를 하루라도 입어보는 것은 모든 자전거 선수의 소원 중 하나입니다. 타임 트라이얼 전문선수나 스프린터도 대회 초반에는 한번쯤 입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대회 초반부터 이를 위한 경쟁이 지루할 수 있는 초반부를 긴장감 있게 유지해 나갑니다. TDF 종합우승을 한 선수는 그 해에 가장 강력한 그랜드 투어 리더 선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TDF 우승=그해 최강자 대충 이렇게 봐도 됩니다. 다른 자전거 대회들과 TDF간의 대회 규모차이가 워낙 넘4벽이라(업계 고질병입니다)...


이외에도 TDF에는 3개의 저지가 더 있습니다. 이 저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실제 대회의 한 스테이지표를 예시로 들어서 설명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스테이지는 작년 TDF의 스테이지 12의 고도표입니다.



모든 업힐은 4~1등급(숫자가 낮을수록 험합니다), 그리고 1등급보다 더 험한 업힐들은 HC급(Hors Catégorie, 등급 외라는 뜻)이라고 해서 총 5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스테이지표에서 고도표 뾰족하게 나와있는 곳 위에 지명과 숫자가 쓰여있는데, 그 숫자가 해당 업힐에 매겨진 등급입니다. S라고 초록색 표시가 있는 구간은 스프린트 구간입니다. 이 스테이지는 전형적인 산악 스테이지, 산악 피니시로 실제로 종합우승을 노리는 선수들과 팀 사이 격전이 벌어졌던 스테이지였습니다.




이 민망해 보이는(...) 물방울 저지는 산악왕 저지입니다. 위에서 말한 업힐들의 정상을 가장 빠르게 오르는 선수들에게 등급별, 그리고 통과 순서별로 점수를 차등 지급합니다(이 글은 개론격이므로 자세한 점수도출 기준은 생략하겠습니다). 그걸 21스테이지 합산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그 해의 산악왕이 되는 것입니다. 주로 종합선두권 경쟁하다가 망한(...) 선수가 노리거나 순수 클라이머가 노리는 영역입니다.




초록색 저지는 정확한 명칭은 '포인트 저지'라고 합니다. 대부분 스프린트 저지로 알고 있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고도표를 보다보면 초록색 바탕으로 S마크가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중간 스프린트 지점입니다. 여기를 그날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선수에게 15등까지 점수를 차등 지급하고, 또 평지 피니시에서 가장 빠르게 들어온 선수 15명에게 점수를 차등 지급합니다(사실 이 설명은 정확한 건 아닌데, 소개글 차원에서는 이 설명이 가장 이해가 쉬울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이렇게 썼습니다). 이 결과를 종합해보면 스프린트가 가장 좋은 선수가 대체로 수상하는 부문이라 스프린트 저지로 다들 알고 있는 것이죠.





흰 쫄쫄이는 속칭 영 라이더 저지라고 합니다. 만 25세 이하 선수들 중에 종합순위가 가장 높은 선수가 입게 됩니다. 모 팀이 팀 저지 색깔을 작년부터 하얀색으로 바꾸는 바람에 안 그래도 존재감 없는 디자인이 더 찾기 힘들어졌습니다-_-
위키피디아에서 선수들 검색해보면 3대 그랜드 투어(TDF말고 이태리, 스페인의 대회가 있습니다. 자세한 건 다른 글로..)에서 어떠한 저지라도, 단 하루라도 입었다면 그 사실은 따로 기록됩니다. 그 정도로 무슨 저지든 하루라도 입어보는 것들이 소원이죠. 워낙 선수도 많고 경기도 길고 하다보니 이렇게 구분이 자세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으로 안습한 인지도를 자랑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정말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대회입니다. 2016년 TDF의 경우 이 경기를 보러 약 3주간 1,200만명이 경기가 벌어지는 구간을 찾았으며 같은 기간 TV 시청자는 총 35억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는군요. 재작년 TDF 공식 하이라이트를 올려놓아 보았습니다. 자전거 경기는 하이라이트만으로는 경기 내용을 알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대회 열기를 체감해 보시라는 의미에서 올려봅니다.


팀은 총 22팀(월드투어 18팀+컨티넨탈 초청팀 4팀)이 참가하고, 올해부터는 그랜드 투어는 한 팀당 최대 8명까지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10명이었는데 작년까지 9명이더니 올해는 1명이 더 줄었습니다. 이는 현 자전거 협회(UCI) 회장의 의도인데 목적은 선수들 부상 방지라지만 사실 강팀 견제라는 정치적 의도가 좀 깔려있는 정책입니다.




이 선수들 중에서 현재 최고 우승후보로는 며칠 전 이탈리아 투어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Team Sky의 크리스 프룸(Chris Froome)을 들 수 있습니다. 케냐 출생의 영국인입니다. 2013, 2015~2017 총 4번 TDF를 우승했으며, 작년 스페인, 올해 이탈리아 투어를 우승한 괴인입니다. 팀 스카이가 워낙 강팀이기도 하고, 본인도 TT(타임 트라이얼)와 산악 구간에서 괴물과 같은 실력을 자랑하면서 현재 아무도 당할 리더가 없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랜스 암스트롱, 알베르토 콘타도르 이후 현재 자전거 업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천식 환자이기도 한 프룸은 작년 부엘타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해당 대회 도중 제출한 한 스테이지의 샘플이 도핑 테스트를 전부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서 엄청난 논란에 빠지게 됩니다. 검출된 약물은 살부타몰이라는 천식약인데, 쉽게 이야기해서 규정치의 2배를 초과하는 살부타몰이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것입니다. 이게 고의인지 실수인지 UCI와 지리한 법정공방 중에 있으며, 업계에서 평판이 굉장히 좋지 않아진 상황입니다. 영국 내에서도 이번 지로 우승까지 해서 3연속 그랜드 투어 우승을 하고도 반응이 싸늘한 편.

사실 다른 글로 후술하겠지만, 자전거 업계는 리얼 약쟁이 천국입니다. 한때는 펠로톤의 80%가 약을 했다는 게 선수들 사이에서도 정설로 취급될 정도니 말 다했죠. MLB요? 여기에 비하면 정말 어린애 장난 수준입니다. 약 하고 경기뛰다 경기도중 죽은 선수는 최소한 없잖아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재판 중에는 무죄추정이 원칙이므로 팀 스카이는 이를 이용해서 TDF에도 프룸이 출전한다고 예고한 상황입니다.



다음 우승후보로는 이탈리아 현역 최고의 선수인 빈첸조 니발리(Vincenzo Nibali)를 들 수 있습니다. 84년생으로 노장 축에 속합니다만, 로드사이클은 의외로 전성기가 오래 가는 스포츠에 속합니다. 아직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선수입니다.
로드사이클은 크게 대회 종류를 2개로 나눌 수 있는데, TDF와 같은 경기를 투어 경기라고 하고(3대 투어는 3주가 넘지만 그 외 다른 투어들은 짧게는 5일, 길어봐야 1주일 조금 넘습니다), 그 외 하루짜리 경기들을 원 데이 클래식 경기라고 합니다. 원데이와 투어는 경기 양상이 완전히 달라서, 보통 활약하는 선수들의 특징이 좀 다릅니다. 니발리는 양 쪽 모두에서 최상급 선수인. 현대 들어서는 굉장히 드문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산도 잘 타지만 특히 다운힐을 잘 타는 천재과입니다. 유럽의 유명한 업힐들을 그 코스 그대로 거꾸로 내려가는 게 보통 대회 다운힐들인데, 꼬불꼬불한 내리막을 순간적으로 120km/h까지 가속하면서 내려가는 일은 선수들에게도 거의 자살행위에 해당합니다. 다운힐은 라인을 잘 읽지 못하면 바로 엄청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통 천재의 영역으로 불리는데, 니발리는 내리막에서 현 최고의 선수입니다.



해당 영상은 작년 이탈리아 투어의 퀸 스테이지(승부처), Stage 16의 최후반부입니다. 정말 역대 자전거 경기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불리는 경기였는데, 내리막 도중 물웅덩이를 발견하고 호핑으로 처리하는 괴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투어 3주차에 HC급을 2번 넘고 다 털려가는데 내리막에서 최고속력을 내면서 저짓을 하는 겁니다...



이 선수는 콜롬비아의 최고 스포츠 스타인 나이로 퀸타나(Nairo Quintana)입니다. 콜롬비아는 자전거 열풍이 어마어마한 나라라, 퀸타나, 우란, 가비리아, 베르날 정도의 일류 선수들은 축구 선수보다도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이 선수는 엄청난 노안으로 유명한데, 그나마 가장 젊어 보이는 사진을 골라온 것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퀸타나 옹이지만 무려 90년생입니다...

현재 최고의 클라이머 중 한 명으로, 정말 험한 산에서는 퀸타나를 이길 선수가 없습니다. 알프 듀에즈 업힐 현역 기록은 퀸타나가 가지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체구가 작아 TT에서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이며, 2014년 이후로 기량이 정체 상태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소속팀인 무비스타(스페인의 모바일 회사로, 텔레포니카의 브랜드 이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가 팀 매니징이 개판이기로도 유명해서, 작년에 무리하게 출장을 강행시켰다가 TDF에서 정말 말도 안되게 꼴아박았으며, 올해도 이탈리아 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지금 리더 셋을 TDF 한 대회에 꼴아박고 있습니다. 분명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텐데... 저로써는 잘 이해가 안 가는 모습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굉장히 길어져서 한번 끊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저지의 경쟁자들, 간략한 코스 소개와 예상되는 전개, 그리고 TDF 주변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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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려라 달려~!
  • 오오 재미집니다!!
  • 첫 티타임에 이렇게 좋은 글을 >_
  • 따르릉~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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