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02 19:42:23
Name   아침
File #1   20180629_095030.jpg (1.72 MB), Download : 7
Subject   집단상담, 무엇을 다루며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 글은 집단상담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는 Toby 님이 댓글 요청에 대한 대답으로서 작성되었습니다.
집단상담 참여 경험 10여회에 불과한 꼬꼬마 집단원으로서의 소견일 뿐 전문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집단상담의 기본적인 그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5~15명 정도가 원형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 세션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로 이루어지고 한 세션이 끝나면 15분에서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집니다. 1박 2일 또는 2박 3일의 단기집중 집단이라면 휴식시간과 식사시간까지 합쳐 하루에 9시간 정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1회 2시간 정도의 모임을 10주 정도 지속하는 형태도 있고 학교 등 단체에서 이루어지는 집단은 이러한 형태가 더 일반적입니다.비용은 1박 2일을 기준으로 20만원~ 45만원 정도인데 평균적으로는 25만원~30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집단상담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존중감 향상, 조직 적응유연성 향상, 자기성장, 사회성 증진, 건강한 연애경험향상, 발표불안 완화, 주장훈련, 학업 및 직무 스트레스 대처, 대인관계기술 증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자기조절력 강화, 진로탐색, 양성평등, 비양친가정 자녀의 심리적 문제해결 등.
그런데 특정 주제를 다루지 않는 경우도 많고 특히 비구조화 집단상담일수록, 집단리더가 대가(?)일수록 특정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집단상담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형식성의 정도에 따라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조화 집단 - 진행방식과 활동이 정해져있음.
(ex: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사람이 나에게 점수를 준다면/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일지 생각해보고 감점 요소에 대해서 나누어보기, 파트너의 말을 그대로 따라해보기)
비구조화 집단 - 특정한 방식과 활동을 정하지 않고 진행.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나눌 수 있고 융통성 있는 진행이 가능.


이 중 비구조화 집단상담에서 많이 다루는 문제들은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부모-자녀 간 미해결문제(외적,내적 갈등)
2) 자기수용 (ex: 수치심), 타인수용 (ex: 분노)
3) 대인관계 갈등 (부부, 친구, 직장동료 등)


상담진행 방식을 대충 정리해봤습니다.
1) 한 집단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2)  집단원들이 서로 피드백을 한다
( ex: 아침님의 괴로운 마음이 느껴져서 저도 가슴이 아프고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침님은 말을 잘 못한다고 하셨지만 지금 하신 말씀은 참 와닿고 이해가 잘 됐어요/ 지금 말씀이 굉장히 지루하거든요,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분 말씀이 아침님을 깍아내리는 뜻이 아닌 것 같아요/ Toby님은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아침님이 공감한다면서 말하는 게 저는 좀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좀 더 Toby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지금 아침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아침님한테 굉장히 화가 나네요)

3) 집단리더가 중간 중간 질문, 반영, 직면 등을 통해 개입하며 생산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돕는다.
(ex: 아침님의 이야기를 듣고 Toby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는데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가족을 위해 희생당하신 건가요 아니면 배려하셨는데 아무도 안 알아줘서 상처받으신 건가요, 그 둘은 좀 다른 것 같거든요/ 아침님한테 화가 난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화가 나시는 건가요/ 지금은 말씀하기 싫다는 뜻을 존중합니다, 아침님이 말하고 싶으신 부분까지만 말씀하시면 돼요. )

집단상담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레빈의 장이론은 저도 논문 하나 읽어본 정도라서 이론 자체에 대해서 논할 바는 못 됩니다만 집단상담에서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몇 시간 혹은 1박 2일의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통해 혼자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문제가 풀리는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빈은 한 시점에서 한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 내면의 태도, 기대, 감정, 욕구와 그 사람이 지각한 환경 (심리적 환경)의 상호작용이라고 보았습니다. 가령 홍차넷 AI가 반란을 일으켜 Toby님을 축출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홍차넷이 인간 운영진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굳은 내적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운영진이 곧 복귀할 것이라고 상황을 해석했던 일부 클러들은 당시 상황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웃어넘기는 행동을 보였지만 AI가 Toby님보다 더 합리적으로 홍차넷을 운영할 것이라는 내적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AI가 완전히 권력을 찬탈했다고 해석한 일부 클러들은 AI를 향하여 충성 맹세를 하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제가 명단 적어놨습니다, Toby님)
이렇듯 한 사람의 행동은 개인 요소와 환경 요소의 함수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개인 요소와 환경 요소는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가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환경이 아니라 개인이 지각한 심리적인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의학 전문가 한 명, 법률 전문가 한 명, IT 전문가 한 명, 심리전문가 한 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면 흥미를 가지실 분도 있겠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않을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문가들이 모여서 나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하면 여기에 무관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문가들이 홍차넷의 회원이며 평소에 나와 서로 댓글을 주고 받는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그들의 피드백에 대한 몰입도와 심리내외적 반응은 앞서의 경우와는 수준을 달리할 것입니다.  

평소에 스스로 미심쩍고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있는데 이에 대해 이들이 한 목소리로  대해서 '괜찮다, 나도 그렇다, 이해가 된다, 좋아 보인다'고 수용적인 반응을 보이면 어떨까요. 직업적 전문성의 권위를 인정하는 태도와  그들이 나에게 가지는 개인적인 영향력을 수긍하고 환영하는 태도가 합쳐져 평소에 혼자서 도달하기 힘들었던 수준의 자기수용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어떨까요. 불행하게 끝난 연애사에 대해 한 사람은 누구나 진짜 연애 속에서는 서툴어질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옹졸하고 찌질했던 내 모습을 직면하게 만들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내가 가진 죄책감과 배신감의 양가감정을 이해해주는데 이들의 말이 모두 다르면서도 모두 깊이 수긍할만한 면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처음 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라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친분과 신뢰를 쌓아온 홍차넷 회원의 피드백이라면 혼란스럽기 보다는 복잡다단의 연애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즉 깊이 있는 자기탐색을 촉구하는 자극제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집단상담이 객관적으로 생면부지의 타인의 모임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단원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랫동안 교류해 온 홍차넷 전문가 회원 이상의 신뢰와 친밀감을 가진 주관적 존재가 되는 것이며 그러한 심리적 중요성을 가진 집단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자기탐색과 자기이해, 타인이해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해내는 경험입니다.  레빈은 이렇듯 개인과 개인에 대해서 존재하는 심리적 환경을 생활공간(life space)라고 불렀는데 집단상담은 심리적 긴장과 유인가를 단시간 내에 끌어올려 밀도 높은 생활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고도의 심리적 장을 형성하기 위한 노하우를 쌓아왔습다.

이상으로  제가 아는 한에서 집단상담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를 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참여한 호시담 연구소의 조수연 박사의 상담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추천합니다.
집단상담 초보자라면 김명권 교수의 집단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집단상담의 대가. 근데 저하고는 악연...ㅋㅋㅋ)
저는 경험해본 적 없습니다만 유계식 교수님의 게슈탈트 집단상담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14
  • 간단치가 않은 설명은 춫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68 게임 6월 30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2 발그레 아이네꼬 18/06/29 3871 1
7769 음악[팝송] 조자 스미스 새 앨범 "Lost & Found" 김치찌개 18/06/29 3612 0
7770 생활체육홈트레이닝을 해보자 -1- 16 파란아게하 18/06/30 6673 17
7771 생활체육홈트레이닝을 해보자 -2- 35 파란아게하 18/06/30 7392 25
7772 스포츠180630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시즌 15호 2점 홈런) 3 김치찌개 18/06/30 3114 2
7775 게임 7월 1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18/06/30 3543 0
7776 스포츠180701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에릭 테임즈 시즌 11호 솔로 홈런) 김치찌개 18/07/01 3210 0
7777 스포츠[사이클]크리스 프룸은 이번 TDF에 나올 수 있을까 7 Under Pressure 18/07/01 4306 3
7778 스포츠[사이클] 주요 투어대회들 5 Under Pressure 18/07/02 3344 1
7779 음악프듀가 흥했으니 락메탈 여돌 봅시다 10 레지엔 18/07/02 5078 9
7780 꿀팁/강좌집단상담, 무엇을 다루며 어떻게 진행되는가 3 아침 18/07/02 5174 14
7781 육아/가정고부갈등을 해결해보자 - 희망편 40 기아트윈스 18/07/02 5565 54
7782 도서/문학언니는 죄가 없다. 12 알료사 18/07/03 5929 13
7783 음악한 시간 늦게 일어났더니 6 바나나코우 18/07/03 3645 5
7784 일상/생각S의 부친상에 부치는 글 5 Tikas 18/07/03 4556 9
7785 스포츠[사이클] Belle 'EPO'que 6 Under Pressure 18/07/04 4177 5
7786 게임넴몸넴몸폼켐몸 - 포켓몬 퀘스트 2일차 15 TimeBED 18/07/04 4883 1
7787 사회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사태를 나름 개조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5 CIMPLE 18/07/04 4477 7
7788 의료/건강리피오돌 사태는 어디로 가는가 35 Zel 18/07/04 5615 10
7789 육아/가정엉뚱발랄 콩순이를 혹시 아십니까 26 얼그레이 18/07/04 5631 5
7790 영화[불판] 앤트맨과 와스프 스포일러는 여기로 모입시다 26 Toby 18/07/04 5437 0
7792 스포츠180704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1타점 적시타) 김치찌개 18/07/05 3285 0
7793 음악문득 고기를 굽고 싶다 바나나코우 18/07/05 3449 0
7794 일상/생각농담, 비하 그리고 PC 38 솔루션 18/07/05 4827 9
7795 일상/생각헉 이렇게 큰 행사인줄 몰랐는데... 16 집에가고파요 18/07/05 5232 1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