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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7/11 15:20:14 |
Name | 마녀 |
Subject | 한이 이야기 |
:+: 주의 :+: 1. 한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의 묘사가 있습니다. 2. 몇 달 전부터 타임라인에 매번 우울한 글만 올리던 당사자입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우울함을 떨쳤으면 합니다만,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이 글은 남편의 말을 더듬어 쓰는 글입니다. 제 경험이 아닌 관계로 사실과는 다를 수 도 있습니다. 타임라인에 가끔 생일 때 마다 사진을 올리던 첫째 고양이 이름 한(Hann)이는 남편이 "공주님"또는 "마마님"으로 부르는 여자아이랍니다. 2001년 6월 24일 군부대 수송부에 노끈으로 목을 묶인 채 잡혀있는 것을 본 남편이, 생후 약 2달로 보이는 아기고양이가 기름 때 찌든 곳에서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해서 강제로 자기가 있던 관사(?)로 데리고 왔어요. 하지만, 당시 고양이 사료는 찾기 힘들 던 곳이고 군부대가 있던 곳도 그렇게 번화가는 아니여서 제대로 된 사료를 급식하기는 힘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한이는 호기심이 엄청 많은 아기 고양이였고, 군부대 장병들도 굉장히 이뻐했다고 하네요. 중간에 남편 관사에서 탈출해서 잃어버릴 뻔 한 적도 있었대요. 하지만, 한이는 어머니(저에겐 시어머니)의 반대로 한동안 집에 올 수 없었고, 남편 휴가를 빌어 시댁과 군부대를 무려 7개월 동안이나 왕복하게 됩니다. 반대하신 이유는 생명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 힘드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첫째라고 말은 하지만, 시댁에선 97년에 데려와서 1년 조금 넘는기간을 살고 떠난 아이가 있었으며, 당시 시댁에선 3살짜리 남아도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이 남아는 2007년 2월달에 무지개다리로 가게 됩니다. 한이는 2002년 1월이 되어서야, 시댁에서 같이 생활하게 됩니다. 다만, 그 날로 부터 바로 발정기가 왔고 바로 다음 날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게 되었대요. 어머님 말씀으론 수술받고 병원에서 하룻밤을 지냈는데, 쿨하게 잠긴 케이지문을 열고 나와서 병원 이곳 저곳을 조사하고 다녔다고 수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해요. 한이는 집사 입장에서 참 편한 고양이였대요. 물론 목욕은 싫어했지만 그 만큼 자신의 털관리를 잘 하는 아이였고, 똑똑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아이였대요. 입이 짧아서 고생스럽긴 했지만, (사료외에 간식을 그리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항상 가족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아이랍니다. 1월경에 발병사실을 알게되고, 병원을 가고 싶었지만 이미 아픈대로 아픈아이가 병원치료에 버틸까도 걱정스러웠고 가장 문제는 외출 후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 아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노묘이다보니 마취이후에 깨어날지도 알 수 없었구요. 4월 25일 아침, 전화를 받고 나간 남편은 멍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한이가 안되겠다고 이야기 했어요. 집에서 씻고 외출준비를 하며 9시에 집을 나선 남편은 근처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안락사를 준비하고, 바로 화장업체에 전화해서 예약을 했다고 해요. 그렇게 어머님께 안겨 한이는 병원으로 향하게 되고, 오빠(남편)에게 안겨 조용히 생을 마감하게 되었답니다. 화장업체가 12시 경에나 올 수 있다고 해서, 남편은 한이를 안고 집으로 데려와서 한참을 쓰다듬었다고 하네요.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해"란 말 뿐이라고... 화장업체에 도착해서 장례식을 치르고, 염을하고 작은 관에 넣어진 한이는 다시 30분 정도를 이동해서 화장터로 향했다고 합니다. <화장터 옆에서 찍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전 날만해도 장례를 치르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서 냉동고에 보관하고 이랬다고 하던데, 한이는 착하게도 가는 날까지 남편을 챙겨주었다고 해요. 순번을 기다리지도 않았고, 날씨도 무척이나 좋았어요. 더더구나, 그 날은 남편은 월차를 낸 날이였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모든 걸 할 수 있었어요. 윤기나는 털을 자랑했던 한이는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한 줌의 재가 되어서 작은 사기그릇에 담겨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 이후, 저와 남편 그리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모두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시댁엔 셋째랑 같이 지내고 있는데, 시아버지께선 셋째에 집착을 살짝 보이시고 계세요. 어딜가도 안고 다니실려고 하시고... 눈에 안보이면 찾아다니시네요. 시어머니랑 남편은 우울증이 조금 심합니다. 환청이 들리고, 헛걸을 보기도 하는 상황이에요. 저도 그렇구요. 한번도 우는걸 본적이 없는 남편인데, 매일 밤 보일러실이나 화장실에서 소리죽여 우는 소리는 너무도 마음이 아프답니다. 한이가 하늘에서도 재미있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빌어주세요. 그리고 그 동안 미처 소개하지 못한 아이들 사진입니다. 둘째 : 모리 (여아) 애칭은 짜부 (11살 추정) 성묘가 된 이후, 털이 엉망진창이 되어 길거리를 떠돌던 아이였어요. 클래식 페르시안이고 품종묘라서 당시 여기저기에 주인 찾는다고 글을 올렸으나 연락이 없어서 제 아이가 되었어요 모리는 현재 저희집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셋째 : 현 (여아) 애칭은 깜댕 (10살) 생후 2주 된 아이가 도로변을 기어가고 있는걸 남편이랑 저랑 (연애시절) 데려와서 살려낸 아이입니다. 새까맣다고 좋아했는데, 사실 가슴부분에 하얀털이 몇 가닥 있어요. 체형은 지금도 늘씬하고 이쁘지만 성격이 게으르고 겁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아, 먹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시댁에 거주중) 막내 : 설 (여아) 애칭은 쪼꼬맹이(줄여서 맹이, 4살) 여러분이 타임라인에서 가장 많이 보셨던 아이입니다. 나이에 비해서 너무 작아서 걱정이에요. 살도 안찌고;; 아가 때 이름을 붙이기 전 꼬맹아~ 라고 부르다가 맹이가 애칭이 되었어요. 성격은 개냥이입니다. 접대묘 기질도 있는편이고 무릎냥에 안기는 걸 좋아해요 잘 때도 제 팔에 안겨서 팔 베고 자고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남편 말론 제가 원하는 고양이상(전 부비고 안는걸 좋아해요)에 완벽에 가까운 고양이라고... 맹이도 저희집에서 살고 있어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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