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애초에 어떻게 50여개 지구를 다 쓰실 생각을 ㅎㅎ

3년전에 무작정 갑자원행을 하게 된건,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미나미를 갑자원에 데려다 달라던 아다치 미츠루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 데려다줬습니다. 거기어 샤다라빠의 고시엔 기행 만화를 보고 생각보다 어렵진 않겠다 싶기도 했구요.

뭐 살면서 한번정도 보고오는건 괜찮잖아? 싶어서 갔는데, 그후로 매년 여름에 찾아가고 있습니다. 봄의 센바츠도 한번 가봤고 늦가을에 하는 진구대회도 다녀와 봤지만 역시 최고는 나츠 코시엔입니다. 남의 나라 고딩야구를 보러 한여름에 불지옥 간사이를 가는 미친짓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더냐.

일단 전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야구입니다. 오늘 지면 내일이 없는 선수들이라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어떤 순간에도 걷지 않습니다. 공수교대에도 뛰고, 볼넷에도 뛰고, 몸에 맞아도 뛰고, 땅볼에도 뛰다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합니다. 선수들만이 아닙니다 지붕이 없는 응원구역(알프스석)에서 선수 못지 않게 열심히 응원하는 응원단과 브라스 밴드도 있습니다. 심판들도 동작 하나하나 건성으로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볼 스트라이크 아웃 전광판도 엄청나게 빨라서 미트에 공이 들어가기 전에 불이 들어오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찜통에서 몇시간이고 경기를 보고 있는 약 사만팔천명가량의 관중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것과 연계되어서 경기가 엄청나게 스겜입니다. 첫경기가 8시에 시작하는데 하루에 4경기가 배정됩니다. 경기당 2시간 반씩 차이나는데 경기장 정리에 30분 걸리는거 생각하면 한경기에 2시간씩 배정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보통 두시간 내외로 끝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순간 뛰어다니고, 투수는 쓸데없는 인터벌이 없고, 타자도 쓸데없이 타석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즉 일반적인 크보경기와 비교하면 갑자원은 경기의 밀도가 마치 중성자별 급입니다.

그 외에 싸진 않고 야구장 버프 감안하고서라도 엄청나게 맛있는 야구장 음식들이 있고,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보통의 크보구단보다 더 살만한 것들이 많은 상품들도 있고... 이걸 다 떠나서라도 그곳에 있으면 영원히 청춘으로 남을수 있을것 같은 착각까지 듭니다. 어쩔땐 아이들의 쏟아붇는 청춘을 수혈받는 느낌까지 들면서 조금은 죄책감까지 들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알뱃에 공맞는 소리와 미트에 공 꽃히는 소리와 브라스 밴드의 쿵짝쿵짝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면 저는 갑자원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