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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8/24 18:08:56
Name   swear
Subject   살면서 겪었던 무서웠던 경험들
살면서 겪었던 무서웠던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가위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던 건 중학교 때 였습니다.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잠깐 밖에 나갔다 와서 샤워를 한 후 선풍기를 틀고 거실에 누워 있다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몸이 안 움직이더군요.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아직 꿈에서 깨지 않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었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것 말고는 몸의 감각이 너무 생생한 겁니다.

그때서야 아...이게 가위 눌리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살짝 열려 있는 안방문 사이로 처음 보는 사람이 누워 있는게 보이더군요.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여자였는데 살짝 미소짓는 그 표정이 왠지 모르게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그 여자의 몸이 기괴하게 움직이면서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더군요.

보통 사람이 누워서 몸을 움직인다 하더라도 뭔가 약간 꿈틀거리면서 앞으로 오거나 팔이나 다리로 살짝 밀면서
다가와야 하는데 분명히 몸이 바닥에 붙어있는 상태인데 살짝 몸이 공중에 뜬 것처럼 앞으로 다가오는데 아주 미치겠더군요.

점점 앞으로 가까워지는 여자를 보며 저는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만큼 여기저기 힘을 주다 어느 순간 손가락이 움찔거리는 느낌과 함께
가위가 풀려버렸는데 그러고 앞을 보자 어느새 그 여자는 사라지고 없더군요.

꿈인지 더워서 헛 것을 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경험은 너무나 생생했고, 아직도 그 여자의 얼굴과 기괴하게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은
제 머릿 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저는 몇 번의 가위 눌림을 더 경험해 봤지만 그렇게 충격적으로 무섭다거나 그런건 없었습니다.
항상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나오더라도 그렇게 비쥬얼적으로 저를 충격에 빠트릴 정도의 귀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딱 한 번 가위 눌리면서 충격적으로 무서웠던 경험이 있는데 그건 바로..군대에서였습니다.

당시 20살이 넘어서 가위에 눌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신교대 입소해서 가위에 다시 한 번 눌린 것이죠.

밖에서 탱자 탱자 놀기만 하다가 저질체력으로 입소를 하다보니 매일매일이 진짜 피곤함의 연속이라 눕기만 하면
바로 곯아 떨어지곤 했는데 3주차의 월요일 밤, 그 날도 저 나름대로 빡세게 훈련을 받고 피곤함에 쩔어서 눕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뭔가 발가락 쪽에서 서늘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깼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안 움직여지는 걸 느끼고, 아..또 가위 눌렸구나 하고 있는데 발가락 쪽에서 뭔가 하얀 물체가
기어 올라오는 겁니다.

점점 다가올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그건 작은 아기였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아기 울음소리 같기도 한 묘한 울음소리와 함께 점점 위로 기어올라오는데 진짜 온 몸에 털이 쭈뼛 선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당해서 그런가..아무리 한 곳에 힘을 집중하려고 해도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천천히 올라오던 아기는 어느새 제 배까지 도착해
있더군요.

그리고 그때 마주친 아기의 눈에는 검은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흰 자로 가득한..

진짜 그 당시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면서 가위 눌리면서 한 번도 이 정도로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소리도 나오지 않고 아무리 힘을 줘도 안 깨지는 상황에서 진짜 필사적으로 다시 힘을 줘서 겨우겨우 몸이 움직여진 순간은 아기가
제 가슴까지 올라와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깨어나자마자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제 몸을 보고 지금이 과연 1월이 맞나 싶을 정도더군요. 얼마나 내가 용을 썼나 싶기도 하고..



그 후로 저는 지금까지 가위를 눌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또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시절 가위를 한 번도 눌려본 적이 없을 때 친구들 앞에서 나도 귀신 보고 싶다 엄청 궁금한데 라고 했던 그 말이 후회가
되긴 합니다. 그 말이 씨가 되어서 그런 경험을 했나 싶기도 해서..






* 폐교 체험

위에서 귀신을 보고 싶다고 한 것처럼 저는 사실 무서운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공포영화도 굉장히 좋아하고, 공포게임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죠. 물론 지금은 와이프가 귀신이라면 아주 기겁을 하는 사람이라고...공포 영화고 게임이고 안 본고 안 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어쨌든 저는 기본적으로 그런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중학교 시절에도 그래서 다양한 잡지나 소설 중에서 공포류를 많이 봤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나 관심이 많았던 건 폐교나 폐병원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보면서 이게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보통 그런 류의 글들이 어린 나이에 조금 더 신빙성이 있어보이고, 실제로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런 호기심의 결과..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전 저와 친했던 친구 2명과 함께 폐교에 직접 가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집에는 친구집에서 잔다는 거짓말과 함께 말이죠. 폐교 체험 하러 간다면 미쳤다고 하고 보내 줄 리가 없을테니 말이죠.

그렇게 버스를 타고 저희는 목적지로 향했고, 낮시간에 도착해서 그런가 폐교의 모습은 그냥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다만 좀 여기저기 더 낡은 느낌? 정도가 들었고 말이죠.

밖에서 학교를 대충 들러보고 근처 슈퍼에서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간단히 사들고 안으로 들어가니, 확실히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조금 더 폐교의 모습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먼지도 꽤나 여기저기 많이 쌓여 있었고, 당연히 전기나 물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구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낮이다 보니 뭔가 으스스하다거나 무섭다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더라구요. 그냥 좀 낡고 오래됐다는 느낌 정도..

저희는 1층에서부터 4층까지 한 번 둘러보고는 1층에 한 교실에 자리를 잡고 이런 저런 게임도 하고 사온 먹을 거리도 먹으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해가 지는데 확실히 학교가 있는 곳이 지대도 높고 근처에 산이 많아서 그런지 일찍 어두워 지더라구요.

날이 어두워지자 조금은 으슥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저를 비롯해서 친구녀석들은 그 느낌에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하필 화장실이 가고 싶더군요. 계속해서 참는데 이게 가자니 조금 무섭고, 같이 가자고 말하려니 뭔가 자존심도 상하고..
참 미치겠는 와중에 도저히 참기 힘든 타이밍이 왔고, 어쩔 수 없이 저는 손전등을 가지고 혼자서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친구녀석들은 제가 걱정되는지 같이가줄까 하는걸 저는 자존심에 괜찮다고 말하며 어두운 복도를 따라 화장실로 갔습니다.

어느새 드리워진 칠흑같은 어둠, 저는 귀신따윈 없다고 혼자 중얼걸리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시원하게 볼 일을 보면서 괜시리
무서움을 이겨내려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볼 일을 다 본후 손을 씻으려고 세면대에 몸을 숙이는데 당연히 물이 끊긴지 오래인데 물이 나올리는 없었죠.
혼자서 아..바보같은 짓을 하는구나 라고 고개를 드는데 거울에 스쳐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걸 느끼며 손전등을 놓쳤고, 저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친구녀석들이 있는 교실로 향했습니다.

제가 완전 넋이 나가서 빨리 나가자고 계속 소리를 치자 친구녀석들은 저에게 묻지도 않고, 무언가 이상한 걸 봤구나라는 걸 느꼈는지
황급히 다같이 짐을 싸서 그 길로 곧장 학교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폐교체험..
원래는 1박을 하기로 했지만.. 저때문에 잠깐의 체험으로 끝이 나버렸고, 그 후에 친구녀석들과 저는 그 검은 물체를 무언인지 이야기를
해봤지만 아직도 그것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인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건 제가 너무 그 분위기가 무섭다고 느껴져서 헛 것을 봤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긴 하는데 분명히 그 검은 그림자가 너무
또렷이 보이긴 했거든요. 그게 사람의 그림자인지 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기도 하고..그래도 1박은 하고 나왔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하지만 지금 다시 하라 그러면 왠지 못 할 것 같은 느낌...그때는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가 싶기도 하고..나이가 들면서 겁이 더 많아진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이상한 남자

어째 이야기 하다보니 계속 중학교 시절 이야기인데 이것도 중학교 1학년 시절 이야기입니다.


평소와 같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집으로 가는 그 길이 가로등도 많이 없고, 주변에 빌라와 주택으로 계속 이어져 있어서
조금 으슥한 편입니다.

하지만 한 번도 무섭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그 길이 제일 빠른 길이라 그 날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 길을 통해서 집으로 가고 있었죠.

그런데 집에 가는 길을 절반쯤 왔을 때 뒤에서 누군가 저를 따라오는 느낌이 들더군요.

흘깃 뒤를 둘러보자 모자를 쓴 남자였는데 제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발걸음이 일정하게 저와 비슷하게 맞춰서 걷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약간 기분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걸어 어느새 집 앞
골목까지 도착해서 재빨리 몸을 꺽어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남자도 같은 골목으로 들어오더군요.

에이..아니겠지..옆 집 사람이겠지.. 내가 동네 사람들 얼굴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모르는 옆 집 사람이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새
집 앞 철문까지 도착해 저는 안도의 한숨과 문을 밀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제 어깨를 살짝 잡더군요.

순간 뒤를 돌아보는데 어둡기도 하고 모자를 써서 자세히 안 보이는데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데 금이빨 하나가 보이더군요.

그 표정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 남자 손을 뿌리치고 2층으로 뛰어올라가는데 살면서 그렇게 빠르게 제가 움직인 것 처음이었습니다.
1층 철문에서 2층 저희집 현관문까지 아마 5초도 안되게 뛰어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밖을 살짝 보는데 그 남자는 집 앞에서 잠깐
서성이다 걸음을 옮기고 있더군요.

저는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남자가 나를 따라왔다라고 가족들한테 말했는데 제가 남자라 그런가 가족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군요.
아마 술 먹고 집을 잘못 찾아왔겠지 이런 분위기더라구요. 저는 놀라서 심장이 터질 거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제 하소연은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저는 그 후로 일주일을 넘게 그 길 말고 넓은 대로변으로 돌아서 집으로 갔습니다.
대로변으로 돌아가는 길이 5분은 넘게 더 멀었지만 도저히 그 길로 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물론 그러고 한 2주가 지나서는 다시 원래의 길로 다녔지만 말이죠..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그 남자..정말 집을 잘못 찾았는데 저 혼자 너무 놀랐던 걸까요?
뭔가 기분 나쁜 그 미소는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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