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0/23 23:29:39
Name   코리몬테아스
Subject   퍼스트맨 짧은 생각들
퍼스트맨 짧은 생각들



아마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셔젤감독 다음 작품은 무적권 챙겨봐야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두 작품일 뿐이지만 강렬한 작가주의가 저변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작품들은 감독의 전작에서 받은 느낌을 연장시켜주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표현하고 보니까 무슨 약쟁이같음 ㅋㅋ

  퍼스트맨은 소재가 별로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아마 제가 셔젤 감독을 한 10년 쯤 뒤에 접하고 7개쯤 되는 그의 필모를 원하는 대로 하나씩 보는 상황이었다면 퍼스트맨은 걸렀을듯.. 작년에 라라랜드를 봤기 때문에 보기로 결정한 영화에요.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소재에 대한 제 편견이나 호불호 때문에 이 영화를 늦게 접했다면 아마 후회했을꺼에요.

  소재가 끌리지 않았던 이유는 '닐 암스트롱'이 제게는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달탐사란 이벤트는 한 번도 재밌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인류사적 의의 보다도, 전 그 사건이 기본적으로 역동적이지 않다고 느껴요. 역사적 사건이 진정으로 흥미로울 때는 당대의 주류가치와 부딪치면서 승자와 패자를 가릴 때라고 생각하는 데.. 저는 달탐사에서 그런 걸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 저변에 깔린 국가주의적 가치나 냉전시대의 갈등도 지루하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북미나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얘기가 나왔는 데, 아폴로 달착륙이 힘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건 저만 가진 생각은 아닌 거 같다는 결론을 내림.. 물론 거기서 거기인 싶은 자료들만 봐서 내린 편향된 결론임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영화 얘기보다 서론이 더 길어졌는데 ㅋㅋ 영화는 다행히도 제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정치와 같은 암스트롱을 둘러싼 환경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요. 달탐사 과정에서 암스트롱이 잃는 것들, 달탐사 후에 암스트롱이 겪어야 하는 것들을 보여주죠. 소음과 색없는 금속덩어리에 갇혀서 우주로 나가는 장면에서, 우주공간의 스펙터클과 지구의 장관은 그렇게 감동적이지도 가슴벅차오르지도 않아요. 가시적으로 나타난 암스트롱의 꿈 보다 그 앞의 현실들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건 우주비행 과정에 대한 고증이 잘 되었다 이런 문제라기 보다는, 영화의 주제의식과 우주비행이라는 사건이이 잘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결론은 셔젤 감독은 셔젤 감독이었다는 거에요. 그 꿈이 음악이든 달착륙이든 그 과정에서 사람이 겪어야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게.. 감독이 가진 그 명쾌한 통찰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어요. 영화에서 그리는 꿈을 향한 여정과 그 여정속에서 잃어야 하는 것들, 감수해야하는 고통들과 꿈을 이룬 후에 견뎌야하는 세상이.. 실제 현실을 정확하게 모사한 게 아니더라도 별 상관없다는 것. 오히려 현실이 그것과 정반대라 하더라도 전 셔젤의 작품세계속 현실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의 논리로 설득당했으니까요. 정지해 있는 물체와 운동하는 물체의 본질이 다르다는 게 물리적으로 사실이 아닌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 철학을 구성하는 논리가 탄탄하다면 충분히 사람을 설득할 힘을 가지고 있는걸요.

  그런 의미에서 딴 소리를 좀 하면.. 이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 성조기 장면을 삭제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만을 터트리는 보수적 의견은.. 셔젤에게서 셔젤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착륙이라는 위대한 역사적 순간에서 카타르시스를 거세해서 내놓았으니 '이 색히 반미반동분자아냐?'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ㅋㅋ..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477 기타페페로니 피자 1티어 어디인가요 17 작은연이 23/01/12 3493 0
    5978 일상/생각페이코 좋당 'ㅇ'.. 7 Sereno설화 17/07/19 3257 0
    1702 꿀팁/강좌페이코 이벤트 꿀빠세요 (티몬 1만원 할인, 벅스 6개월 990원) 5 Toby 15/12/04 8510 1
    5374 IT/컴퓨터페이스타임 오디오를 능가하는 강자가 나타났다(!) 17 elanor 17/04/05 5871 4
    7365 IT/컴퓨터페이스북 정보 유출 확인 주소 5 Leeka 18/04/11 4934 0
    3096 꿀팁/강좌페이스북 동영상 게시판에 퍼오기 3 Toby 16/06/22 5131 1
    8437 스포츠페이롤로 알아보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2019년 우승 가능성. 6 AGuyWithGlasses 18/10/30 4401 2
    9530 경제페북펌) 한일 경제 분쟁에 대해 새로운 시각 30 소원의항구 19/08/09 6483 2
    13336 정치페미니즘-반페미니즘 담론은 정점을 지났는가 100 카르스 22/11/20 4950 2
    4837 사회페미니즘 단체들의 여성징병제 반대가 이중잣대인가? 23 타키투스 17/02/11 9136 0
    9956 일상/생각페미니즘 계급문제 노동문제로의 환원 공정과 평등 80 멍청똑똑이 19/11/08 7217 39
    9360 일상/생각페미니스트로서 트렌스젠더 이해하기? 18 와하하하 19/06/28 5364 4
    3812 게임페르소나5 플레티넘 트로피 취득 후 감상 5 YORDLE ONE 16/10/02 5048 0
    3528 역사페라리와 프란체스코 바라카 2 모모스 16/08/17 7430 2
    5289 사회페다고지와 안드라고지 사이 13 호라타래 17/03/25 11650 6
    8812 스포츠페-나-페-나-페-나-조-조-조 8 손금불산입 19/01/27 4522 0
    2902 영화펑꾸이에서 온 소년 (1983) _ 젊은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2 리니시아 16/05/27 6505 1
    11839 정치펌글)20대 남자의 악마화 작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38 cummings 21/07/02 5418 4
    4056 정치펌)최순실 정국을 보는 눈 8 님니리님님 16/11/02 4643 0
    6769 의료/건강펌) 문케어의 미래를 알수 있는 치과 사랑니 발치 32 tannenbaum 17/12/15 6068 5
    12178 게임펄어비스 - DokeV 게임 플레이 영상 공개 6 2막4장 21/10/17 4105 2
    13103 IT/컴퓨터펄 쓰던 개발자의 회상 30 아침커피 22/08/23 3704 26
    6839 방송/연예퍼포먼스의 차이와 성적의 차이, 그 간극. 22 레지엔 17/12/28 4421 3
    3981 IT/컴퓨터퍼즐 맞추기, DNA sequencing 7 JUFAFA 16/10/21 4312 2
    8412 영화퍼스트맨 짧은 생각들 1 코리몬테아스 18/10/23 3963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