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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5/20 09:41:15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2019 Giro d' Italia 1주차 종료 - 중간점검


어제 비가 내리는 산마리노 일대에서 펼쳐진, 개인 타임 트라이얼(ITT) 경기였던 Stage 9를 끝으로 1주차가 종료되었습니다. 오늘은 휴식일이라 경기가 없고, 내일부터 지로 디탈리아는 Stage 10부터 2주차 경기가 펼쳐집니다.



어제의 경기결과는 대체로 예상 가능한 편이었습니다. 현재 GC라이더들 중에 가장 앞서있는 윰보-비스마 소속의 프리모츠 로글리치(사진)는 TT 괴물입니다. 현재 TT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를 뽑으라면 세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선수죠. 그나마 TT로 로글리치에 대항할 수 있는 드물랭은 낙차로 리타이어했기 때문에, 어제 경기의 주요 쟁점은,

1. 로글리치를 제치고 우승할 TT 스페셜리스트가 있었는가
2. 각 GC라이더들은 로글리치에게 얼마만큼 시간을 잃는 걸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로글리치에게 TT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1번은 결론만 말하면 없었습니다. 2위를 기록한 로토-수달의 빅터 캄페나르츠(사진)가 좀 아쉬웠습니다. 아워 레코드 기록을 최근에 경신할 정도로 폼이 좋은 선수인데, 안타깝게도 업힐구간 직전에 기재고장으로 바이크를 바꿔야 했습니다(이번 TT는 업힐 구간이 길게 있어서 그 앞에서 자전거 교체가 가능하긴 했습니다). 사진은 tt바이크로 교체 후 오르막이라 매카닉이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인데(업힐 구간이므로 바이크도 TT바이크가 아닌 로드바이크로 교체했습니다), 교체에도 시간이 걸리고, 가속이 죽어서 다시 가느라 시간 걸리고 힘도 많이 썼죠. 여기에서 시간을 좀 잃는 바람에 아쉽게도 나중에 로글리치에게 스테이지 우승을 내주게 됩니다.



로글리치를 제외한 GC라이더들은 희비가 많이 엇갈렸습니다. 바레인-메리다의 빈첸조 니발리는 1스테이지에 이어 이번 스테이지에서도 선방하면서, 로글리치를 가장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트렉-세가프레도 소속 바우케 몰레마(사진). 사실 제가 그간 썼던 글에선 주요 GC로 소개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최근 부진했던 선수인데, 2번의 tt에서 대단히 선전해서 니발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업힐구간이 시작도 하지 않았으므로 거기 가면 또 모르긴 한데, 원래 몰레마는 tt가 약점이라 평가받던 선수입니다. 그러니 대단한 거죠.



이외에도 데커닝크-퀵스텝의 밥 융겔스(사진)도 본인의 tt실력을 보이면서 추격권에 살아남았고, 보라-한스그로헤의 다비드 포몰로, 라파우 마이카도 아직 추격권에 있습니다. 이 둘도 tt가 약점인데 의외로 잘 해냈습니다.



반면 미첼튼-스캇의 사이먼 예이츠(사진), 아스타나의 미구엘 앙헬 로페즈, 무비스타의 미켈 란다 등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란다는 1스테이지에 이어 이번에도 tt를 망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고, 앞 둘은 1스테이지의 선전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예이츠는 로글리치랑 3분 30초차이니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는데, 뒤의 둘은 시간차가 4분, 5분이 넘습니다. 이정도면 우승경쟁에선 사실상 이탈이라고 봐야 합니다. 로글리치가 설사 무너진다 하더라도 앞에 있는 경쟁자가 너무 많죠. 란다는 심지어 같은 팀 소속 선수들보다 훨씬 뒤쳐지는 추태를 보여서, 팀 내부에선 리더를 바 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란다는 참 지로가 잔혹동화네요.



어제 스테이지의 탑 10 경기기록입니다. 캄페나르츠가 좀 아쉽죠. 진짜 그 교체만 없었어도... 몰레마, 니발리, 융겔스 등이 눈에 띕니다.



Stage 9까지의 종합순위 성적입니다. Stage 6에서 윰보가 전략적으로 핑크를 내줬을때, 낼름 가서 차지한 콘티가 어제 로글리치 대비 3분 20초가량만 잃어서, 아직 핑크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GC라이더나 TT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선수로서는 훌륭한 기록이죠. 산악구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인 Stage 12까지는 핑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죠. 그 이후에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곧 로글리치가 받으러 갈 겁니다. 사실 표를 보면 6,7스테이지에서 BA로 나가 로글리치와 시간차를 죽죽 벌려놨던 무비스타의 로하스, 아마도르를 TT 한 방으로 자기 밑으로 내려버린 로글리치의 위엄입니다. 무비스타는 전략이 또 잘못되었죠. 몇 년째 도메스티크들로 흔들어놓고 정작 리더가 빌빌싸서 망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운영을 정말 발로 합니다. FDJ와 함께 펠로톤의 양대 호구죠. 작년 삼지창은 진짜 그 병맛운영의 절정...

까놓고 말해서 종합순위 싸움은 거의 경기가 터졌습니다. 로글리치 막을 방도가 없어요. 남은 산악구간에서 나머지 모든 팀들이 로글리치를 다굴쳐야 아마 흔들리지 싶은데, 로글리치만큼 산 잘 타는 GC라이더도 흔치 않습니다. 그나마 니발리가 시간을 잘 막아서 어찌 해볼 구석이 있어보이긴 한데, 로글리치는 내리막도 잘 탑니다-_-;;; 그 정도로 만능 개사기 선수라... 경험부족 이야기도 하는데 작년 투르 4위출신이거든요.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답은 산악구간에서 다굴밖에 없죠.

로글리치와 주요 GC선수들 간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비스타는 앞서 말했듯 란다에서 리더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은데, 누가 될 지 모르고 GC가 아닌데 기록이 좋은 선수들은 많아서 누구로 리더를 삼을지 몰라서 일단 가능한 선수들을 다 넣어봤습니다. 앞에 있는 로하스랑 아마도르는 도메스티크급이라 리더 줄 거 같진 않고, 카라파즈 정도.. 보라-한스그로헤도 포몰로와 마이카 성적이 비슷해서 둘다 넣어봤습니다. 일단 간판은 마이카긴 한데...

프리모즈 로글리치(윰보-비스마)
호세 로하스(무비스타) +43s
안드레이 아마도르(무비스타) +49s
빈첸조 니발리(바레인-메리다) +1m 44s
바우케 몰레마(트렉-세가프레도) +1m 55s
밥 융겔스(데커닝크-퀵스텝) +2m 18s
다비드 포르몰로(보라-한스그로헤) +2m 52s
라파우 마이카(보라-한스그로헤) +2m 53s
리차드 카라파즈(무비스타) +3m 16s
일누르 자카린(카츄사-알페신) +3m 32s
사이먼 예이츠(미첼튼-스캇) +3m 46s
미구엘 앙헬 로페즈(아스타나) +4m 29s



산악왕 저지는 현제 트렉-세가프래도의 지올리오 치코네(사진) 가 1스테이지부터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고, 포인트 저지도 보라-한스그로헤의 파스칼 아커만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부문 경쟁은 이미 이 시점에서 끝난 거 같네요. 스테이지 12가 끝나면 아커만을 제외한 스프린터들은 활약할 곳이 없어서 지로를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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