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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31 19:56:31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TDF 상금 이야기 (2) - 여성부 이야기
여성부 경기에 대해서 처음 글을 써 봅니다. 사실 여성부는 저도 아는 게 많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부 경기 소식이라도 조금씩 이야기하는 사람은 피기님 단 한 명이며, 외국 웹을 뒤져도 여성부 경기 결과는 띄엄띄엄 나올 뿐이지 추합을 하기가 쉽지 않죠. 일단 결정적으로 저는 여성부 경기를 월챔 빼곤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여성부 경기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지로 로사부터 당장 한국엔 중계가 안 되는데... 그나마 UCI 월드 챔피언십이 여성부 경기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입니다.

대략적으로 여성부 경기는 남성부의 펠로톤의 80% 정도 크기이고, 선수 풀이 좁다보니 실력 편차가 좀 있는 편입니다. 에이스끼리 펠로톤 부숴버리면 펠로톤이 그 한 명을 못 잡는 경우도 꽤 흔합니다. 사실 투르 드 코리아 같은 로컬 대회에서도 꽤 흔해요. 강한 선수 나오면 그거 하나를 잡으러 우르르... 뭔가 무쌍난무 보는 맛이 있습니다. 확실히 프로 경기랑 결이 다르긴 합니다. 길이는 좀 짧아서, ITT는 길어야 20km, 스테이지는 길면 130km 좀 넘고 보통 100~130km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도 분별력이 확실히 갈려요. 현재는 네덜란드가 킹왕짱을 먹고 있는 분야입니다. 반 부이텐, 마리안 보스, 반더 브레겐... 랭킹 1~4위가 전부 네덜란드 선수로 도배더군요.


문제는 이 여성부가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 테니스 수준의 동일 상금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여성부도 유럽에선 인기가 없진 않아요. 그런데 TV 중계부터 유로스포츠 같은 전 유럽 중계는 고사하고 로컬 중계도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대회 수 자체도 2017년 이전엔 충분하지 않았고,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습니다.

2017년 9월 다비드 라파티앙이라는 인물이 UCI 회장으로 새로 당선됩니다. 공약 중에는 여성부 관련 공약이 많았었죠. 이때쯤에 여성 선수들 간의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부의 실태가 드러나는데, 한마디로 개판 5분전이었습니다.

프로 팀에 대한 규정도 제대로 없어서 무자격자가 코치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였고(이건 전문성도 심각한 문제인데 다른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46.9%의 선수가 연봉이 5천 유로(0 하나 빼먹은 거 아닙니다)가 안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저 중에서 17.5%는 아예 임금이 0이라고 답했습니다. 펠로톤의 90%가 팀과 계약할때 어떠한 법적 자문을 받지 못했고(그냥 주먹구구식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거죠), 건강보험도 없고, 선수노조도 없고, 최저임금제는 존재할 리가 없고, 펠로톤의 51.6%는 투잡을 뛰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여기에 무자격자 코치들과 무개념한 구단 관계자들이 선수들에게 가하는 성적 폭력(언어적이든 정신적이든 장난이든 뭐든)은 덤입니다. 성폭력 문제는 유럽도 굉장히 심각합니다.

라파티앙은 여기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현재 개선중에 있습니다. 여성부 월드투어 팀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서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이 팀을 운영하고 코칭을 하고 팀 재정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최저임금은 2020년에 처음 도입되고, 2023년에는 남성부 프로 콘티넨탈 팀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여성 선수들의 선수노조가 등장했고, 대회가 조금 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여성부 대회가 월드컵 시즌제에서 투어로 바뀌면서, 현존하는 월드 투어급 남성부 대회들 중 여성부 대회가 따로 없는 대회들은 새로 개최할 것을 압박받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문제가 산적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성폭력 문제는 그 후 모니터링이 된 기사가 없으니 더 알 수가 없고... 경제적인 게 가장 문제죠.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을 'TV나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헤 여성부 경기가 최소한으로라도 대중들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이걸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거 자체가 문제에요. 이태리에서 지로 로싸 주관방송사인 RAI조차 TDF랑 겹친다고 지로 로싸 생방송을 안 해주는데 뭐가 더 해결되겠습니까? 여자부 경기는 인터넷 스트리밍도 제공을 안 합니다. 볼 방법조차 강제하질 않는데 시장성 판단을 어떻게 하나요. 영국이나 네덜란드, 프랑스, 이태리 등에서는 여성부 대회도 대회 사진들 보면 수요가 분명 유의미하게 있습니다. 지금은 있는 것도 못 챙기는 거에요. 테니스, 골프, 축구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여긴 일단 최저선부터 맞추는 게 필요한 거죠.

이런 중계가 늘어야 팀이 더 생기건 대회가 더 생기건 할 겁니다. 사이클은 돈 나올 구석이 여기밖에 없잖아요.

이 파트에 대해서는 유독 진전이 없는데, 저는 유럽이 의외로 이런 남녀차별의 전통적인 문제에서는 굳어있는 점이 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스포츠에 대한 차별 이전에 여성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 80~90년대에 멈춘 듯한 게 많습니다. 사이클 팬들 중에 일부가 지적하는데, 어떤 여성부 원데이 스테이지 대회는 우승 상금이 없고 부상이 32인치(!) TV다. 이게 말이 되냐 했더니 또 댓글이 달린게 '그 대회 내가 기억하기로 몇 년 전까지는 청소기 줬던 거 같은데 이정도면 발전한 거라고 해줘야 되냐?' (...) 다음 댓글은 '나는 어떤 축구대회에서 독일 여자대표팀이 우승을 한걸 봤는데 부상이 커피 포트 전원 1개씩이고 상금이 없다. 아직도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하고 빨래나 하라는 인식이냐'...

이래서는 프로 스포츠라 부를 수가 없는거죠. 프로는 적어도 그 분야에서 프로 달고 있는 선수가 죽을 힘을 다해서 그 운동만 해도 최소한으로 먹고살 정도는 되어야 프로라고 부를 수 있는거죠. 제가 볼 때 여성 사이클은 그 정도 파이는 됩니다. 이건 명백하게 안 맞춰주는거지 못 맞추는게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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