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9/10 15:16:48
Name   혼돈
Subject   대기업 그 안락함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혼돈입니다.

혹시 그런 느낌 아십니까?

지금 딱히 부족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는데 무언가 답답하고 쓸때없는 걱정 고민만 하는 상태.

일에 흥미도 성취감도 못느낀채 시키는 일을 하고 점심시간, 퇴근시간, 주말만 기다리는 느낌.

그런 느낌적인 느낌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얼마전에 대학원때 같이 공부했던 형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너 이직 생각 없냐?"

조건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버는 연봉에 + 평균적으로 받는 성과금, 지켜질진 모르겠지만 업무시간 보장 등...

지금 하는일 보다 대학원때 공부했던 분야와 더 가깝고 제가 간다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있는 회사는 나름 이름있는 큰 회사였고 오퍼가 온 회사는 15명 내외에 벤처 회사 였습니다.

또한 지금 제 위치는 막내 대리급 정도, 오퍼가 온 쪽은 프로젝트 팀장

막상 나가려고 보니 두려움이 앞서더군요.

-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것도 팀장일을? 전 제 밑에 사람을 두고 있어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제가 프로젝트 리더? 팀장?

- 그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그런 보장도 없긴 하지만) 제가 나가지 않고 버티기만 한다면 10년은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기업 정규직이니까요.

그런데 그 회사는? 잘되서 제가 임원이 될 수도 있고 지분을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망해서 오갈곳 없는 처지가 될 확률도 있겠죠.

- 일은 당연히 더 힘들어 질것이다. 제 관심 분야를 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분명 제가 해야할 일은 지금 이상으로 많아질 것입니다.

그만큼 요구하기 위해서 오퍼를 한 것이겠죠.

- 난 혼자가 아닌데... 얼마전에 결혼해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와이프 의견은 당연히 제 결정에 맡기겠지만 남아있는게 더 안전해 보인다고 합니다.

결국 그쪽 회사 포트폴리오를 보기도 전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아직은 더 배울 것이 많다는 핑계로... 그런데 과연 이곳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더 느꼈습니다. 아 나는 참 많이 나약해졌구나...

그리고 또 느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참 안락한 느낌이구나... 그리고 그만큼 사람을 안주하게도 만드는 구나...

모두들 잘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밖은 지옥이라고...

저도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전혀 후회하지 않을까? 자신이 없네요.

아니 오히려 제가가지 않았던 선택이 후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정신좀 차리지 않을가요?

기회가 다시 올까요? 아니 기회가 다시 온다고 해도 제가 잡을 수 있을까요?

싱숭생숭한 마음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짓 저짓 딴짓을 하다가 끄적거려 봅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4 과학/기술'한국어 자연어처리 데이터 수집'에 관련하여 글 남깁니다. 21 홍차드립되나요 19/12/28 6131 3
    14366 일상/생각얼른 집가서 쏘우보고싶네요 12 홍차 23/12/29 1973 0
    7346 기타내일 서울나들이갈때 바를 립스틱 4 홍비서 18/04/06 4435 1
    7338 일상/생각오늘은 하루종일 1 홍비서 18/04/05 3513 1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2594 0
    13591 기타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된다고 보시는지요...? 35 홍당무 23/02/23 2890 0
    9826 의료/건강허리에 좋은 운동과 나쁜 운동이라고 합니다... @.@ 8 홍당무 19/10/13 5366 0
    8059 일상/생각앞으로는 남녀간 명백한 성행위 의사를 밝히는 것이 당연하게 될 것 같습니다 @@ 7 홍당무 18/08/15 4683 0
    10692 의료/건강비중격 만곡증 수술 후기 9 혼돈의카오스 20/06/16 9301 7
    5351 도서/문학‘회사에서 왜 나만 상처받는가’에 대한 저의 실천 방안 4 혼돈의카오스 17/04/02 4968 4
    3710 방송/연예질투의 화신 7화 (개인적으로)재밌는 장면! 6 혼돈의카오스 16/09/15 4186 0
    5962 방송/연예[비밀의 숲] 드러나는 범인에 대해 [걍력스포주의] 7 혼돈 17/07/17 5389 2
    5369 일상/생각[꿈이야기] 꿈속의 그는 내안의 나인가. 혼돈 17/04/04 3617 1
    4786 게임포켓몬고 플레이 후기 18 혼돈 17/02/06 5141 1
    3950 일상/생각소소한 이야기 - 이사 후기 9 혼돈 16/10/19 3742 0
    3880 스포츠이길 만한 팀이 이긴다. (어제 야구, 축구 경기를 보고) 12 혼돈 16/10/12 4679 0
    3082 일상/생각홍차넷 삼행시 공모전 당선 후기 16 혼돈 16/06/21 5366 4
    964 일상/생각대기업 그 안락함에 대하여 19 혼돈 15/09/10 4830 0
    12559 정치비전문가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향후 추이 예상 19 호타루 22/02/28 4022 26
    12268 방송/연예스포있음) 여섯 박자 늦은 오징어 게임 감상 호타루 21/11/14 3566 6
    12225 게임수고 많았다 상혁아 9 호타루 21/10/31 4374 12
    12025 게임던지면 어떠냐 19 호타루 21/08/28 3860 9
    12002 정치미국사의 단편적인 장면으로 보는 현 정치에 대한 단상 9 호타루 21/08/21 4265 8
    11968 게임[스타2] [이미지 초스압] 자날 캠페인 노치트 무손실 클리어 성공했습니다. 12 호타루 21/08/08 4152 14
    10865 철학/종교교회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7 호타루 20/08/17 5060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