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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11 10:45:14
Name   쉬군
Subject   나이가 들어가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제 나이는 올해로 30대 중반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30대가 될거라는 상상을 해본적도 없는데 어느새 절반정도가 지나고 있네요.

20대 초반에 같이 어울리던 여자애가 27살인 아저씨(?)랑 사귄다며 놀렸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27살은 그냥 부러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홍차넷에는 제 나이가 부러운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작년까지는 못느꼈는데 올해들어 내가 나이를 먹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걸 느낀 징조를 나열해 보자면...

1. 게임시간이 줄고 수면 시간이 늘었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저는 꽤나 헤비 게이머였습니다.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새벽2시까지 게임을 하고 4~5시간 수면 후 출근을 하는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리고 별로 체력적 부담도 못느꼈구요.

그런데 올해초를 기점으로 뭔가 바뀌더라구요.

전히 게임을 좋아하지만 게임 자체에 대한 열정도 많이 사그라들고 컴퓨터에 앉아있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12시전에 잠들기 시작했구요.

하루에 7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몸이 너무 피곤하더라구요.

2.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저는 옷을 좋아합니다.

아니, 패션 자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이한 옷이나 신발, 가방을 모으는건 제 취미였고 여전히 즐기고 있습니다만, 이 또한 올해를 기점으로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와이프랑 동대문이나 가로수길 같은곳에서 쇼핑하러도 많이 다녔는데 올해들어 쇼핑하러 간게 손에 꼽힐 정도네요.

살이쪄서 그런지 예전보다 옷입는 스타일도 많이 노멀해졌구요.

3. 꼰대가 되어가는거 같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꼰대를 싫어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보다 오래살았던 사람에게는 분명히 뭔가를 배울것이 있다는게 제 주의였고 누군가 제게 꼰대같은  말을해도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안그래야지..라고 생각했던 말이나 행동들을 저도 모르게 하고있습니다.

특히 늦둥이로 내년에 20살이 되는 제 동생과 대화를 하다보면 제가 생각해도 꼰대도 이런 꼰대가 없더라구요.

특히 제가 제입으로 "아직은 이해 못하겠지만 내 나이쯤 되면 알거다." 라는 말을 했을때는 좀 서글프기 까지 했습니다.

4. 점점 친구 만나기가 어려워 집니다.

뭐...먹고 사느라 어쩔수 없지만, 친구를 만날 시간이 줄어드는게 슬픕니다.

인생 선배들은 더 나이가 들면 다시 친구들이 필요해지고, 만나게 되는 시간이 온다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제 나이에는 이미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였습니다.

그때 부모님을 생각해보면 정말 아저씨, 아줌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어린 친구들이 나를 보면 같을 생각을 하겠구나...싶은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네요.

결국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걸까요.

아직은 젋게 살고있다고 믿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거 같은 인생이라 좀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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