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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26 11:01:14
Name   구름비
Subject   짧은 이야기 1
여고시절

어느날 학교에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왔다.
수업중인 학생들은 무슨 일인지 창가로 달려갔다가 선생님의 불호령을 받고 궁금함을 삼키며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정작 궁금함을 못참았던건 선생님이었는지 문제풀이를 시키고 창가에 서서 밖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수업이 마치고 교실 안에는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나름 지역명이 붙는 명문여고에 경찰차가 수업중에 출동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야야 교무실에 2반이랑 3반 애들 불려갔어."
촉이 빨랐던 친구가 교무실로 달려가 물어온 고급 정보였다.
"그 반에 누구?"
"A랑 B랑, 있잖아 그 무리들."
그 무리로 명칭되는 그 아이들은 좀 논다고 하는 축에 속하는 애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찰이 올만큼 막나가는 짓을 저지를 아이들은 아니었다.
반쯤 풀린 궁금증은 오히려 갈증을 더 유발했다.
하지만 좁은 학교 안에서 사실이 밝혀지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 문을 따고 옥상에 올라간 그 무리 애들이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카드 놀이를 했는데 학교 근처에 있던 아파트 주민이 그걸 보고 학생들이 학교 옥상에서 술판이랑 도박판을 벌였다고 신고를 한 것이었다.
학교 망신을 단단히 시켰다며 그 친구들은 일주일정도 근신을 당했고 그 시간동안 유구한 역사를 가지는 벌인 화장실 청소를 해야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의도치 않은 스노우볼을 굴렸다.
왜냐면 그 친구들의 근신 기간동안 모의고사가 치뤄졌는데 맨날 꼴지를 하던 3반이 무려 1등을 한 것이었다.
반 아이들 근신 때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던 포커페이스 3반 담임샘이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지은건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시 보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 90년대 인문계 고등학교의 성적 지상주의를 보여주는 일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쨌든 그 일 이후에 학교 옥상은 폐쇄되었고 그 무리들의 근신이 풀림과 동시에 3반은 다시 꼴찌로 복귀했다.
덕분에 우리 담임 선생님은 해맑은 미소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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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다.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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