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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11/04 02:22:42수정됨 |
Name | 温泉卵 |
Subject | 이 시국에 올리는 고토치라멘 이야기 - 1 |
일본에는 고토치구르메(ご当地グルメ)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지역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 지역만의 특별한 먹거리, 혹은 특출나게 유명한 음식을 의미하는데, 우리로 치면 전주비빔밥이라든지 포항과메기, 아니면 광주의 상추튀김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고토치 라멘(ご当地ラーメン)은 이런 고토치구르메 중 라멘을 따로 가리키는 말인데, 심플하면서도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라멘의 특성상 지역마다 개성 강한 라멘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유명한 라멘들을 소개하고 원조가게, 아니면 현재 그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나 도쿄에서 맛볼 수 있는 괜찮은 가게를 적어볼까 합니다. 모든 사진은 저작권 때문에 일본의 위키피디아에 있는 거 그냥 가져왔습니다. 따라서 꼭 이 글에서 소개한 맛집의 라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삿포로라멘 (홋카이도 삿포로시) - 홋카이도 3대 라멘이자 나아가 일본 전체 3대 라멘 중 하나인 전국구 네임드. 원체 미소라멘으로 유명하다보니 일반적으로 면이 어쩌고 스프가 어쩌고 이런 거 다 제끼고 삿포로는 미소라멘이다, 옥수수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로 알려져 있습니다(면은 원칙적으로 두꺼운 편). 삿포로 미소라멘의 시작은 1955년으로 알려져있으며, 니시욘초메의 아지노산페이(味の三平)가 원조 가게로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가게 위치는 이전을 한 거라고 합니다). 아사히카와라멘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 홋카이도 3대 라멘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사히카와의 인지도가 떨어져서 라멘 역시 밀리는 편. 홋카이도의 쇼유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프의 베이스는 어개류 국물과 돈코츠/닭뼈 등 두 개를 섞어 쓰는 가게가 과반이며, 삿포로라멘과 마찬가지로 라드도 넣어줍니다. 1947년에 창업한 노포, 아사히카와요죠의 하치야(蜂屋)가 아사히카와라멘의 틀을 확립한 걸로 여겨집니다. 하코다테라멘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 홋카이도 3대 라멘의 마지막으로 당연하게도 시오라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통 시오라멘 하면 도쿄랑 하코다테를 쳐줍니다. 하코다테에서는 원래 맑은 국물의 시오가 주류였기 때문에 이런 라멘을 따로 시오라멘이나 하코다테라멘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라멘이라고 불러왔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여기는 이렇다할 원조라든가 그런 가게를 콕 찝기 애매합니다. 최초로 라멘을 열었던 가게는 지금은 맥이 끊긴 거 같고요. 츠가루라멘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 츠가루는 아오모리현 서부 지역의 옛 이름인데, 이 라멘은 해산물을 이용한 진한 니보시 스프에 간장을 부어넣은 국물로 유명합니다. 여기도 딱히 원조라고 불리는 집은 없는 거 같고, 저는 도쿄의 나가오츄카소바(長尾中華そば)에서 먹어봤습니다. 근데 여기는 국물이 사진처럼 불투명하다 못해 끈적거려보일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하치노헤라멘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 - 하치노헤도 니보시 계열이긴 한데 여기는 국물이 깔끔하고, 고명을 멘마와 파 중심으로 하는 게 특징입니다. 역사가 엄청 오래되긴 했어도 타 지방에까지 알려진 건 근래 들어 지역 차원에서 좀 푸시를 한 덕분인 듯 한데, 원조는 없어진 거 같고, 하치노헤 갔을 때 이거 먹으려고 했더니 어느 가게를 가야 좋을지 몰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긴 하네요. 히야시라멘 (야마가타현 야마가타시) - 냉라멘입니다. 보통 야마가타현과 후쿠시마현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다고 하는데, 저는 야마가타 원조설로 접해서... 야마가타 시내의 사카에야(栄屋本店)라는 가게가 원조로 알려져있습니다. 여담으로 야마가타가 일본에서 인구대비 라멘 가게 1위던가, 라멘 엄청 먹는다고 하고 사카타라멘이라든지 요네자와라멘이라든지 뭐 이것저것 있긴 한데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고, 야마가타 하면 다들 이모니 떠올리지 라멘은 좀... 키타카타라멘 (후쿠시마현 키타카타시) - 일본 3대 라멘으로 꼽히는 명물입니다. 맑은 돈코츠 쇼유를 베이스로 해서 니보시를 블렌딩한다는데 솔직히 구성만 봐선 차별점을 잘 모르겠더군요. 제가 먹어본 장소가 도쿄인 것도 있긴 한데... 겐라이켄(源来軒)이란 가게가 원조고, 가장 유명한 건 마코토식당(まこと食堂)이란 곳입니다. 시라카와라멘 (후쿠시마현 시라카와시) - 맑은 국물에 전반적으로 심플한 구성, 선홍빛 챠슈 등이 포인트라고 하는데 저도 이건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사진 말고는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원조는 옛날에 문을 닫았고, 현재는 토라식당(とら食堂)이란 가게가 유명합니다. 스태미나라멘 (이바라키현 미토시) - 흔히 스태미나라멘 하면 이바라키현 버전이랑 사이타마현 버전 두 개가 있는데, 체감상 사이타마쪽은 안 유명한 느낌... 비주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일반적인 라멘과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원래는 히타치나카시를 중심으로 유행했다고 하는데, 몇 달 전에 총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츠고로(スタミナラーメン 松五郎) 사노라멘 (토치기현 사노시) - 꽤 유명한데 먹어본 적은 없고, 특징이라는 것도 가게마다 각양각색이라고 하니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북관동 지방 여기저기에 퍼져있어서 사노시만의 것도 아니고... 대체 뭐하는 라멘인가 하는 그런 개인적인 의구심이 있습니다. 여담으로 '시나소바야'라고 꽤 유명한 라멘 브랜드가 있는데 여기 창업자 이름이 사노 미노루라서 전혀 관련 없는데도 연관 있는 걸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타케오카라멘 (치바현 타케오카시) - 치바현 3대 라멘으로 꼽히는데 면을 삶은 물을 간장에 부어 만든 국물에, 고명으로 끼얹는 다진양파로 유명합니다. 맛있긴 한데 원조가게인 우메노야(梅乃家)가 너무 외진 곳에 있고, 기차역이 무인역일 정도로 깡촌인지라 접근성 좋은 가게로 타협할 수도 없습니다. 도쿄에 취급하는 가게가 있다곤 하는데 평이 별로라서... 카츠우라탄탄멘 (치바현 카츠우라시) - 역시 치바현 3대 라멘으로 유명한데 이름과는 달리 전혀 탄탄멘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게 탄생한 계기가 탄탄멘이란 요리가 있다더라, 라는 소문을 듣고 자기 나름대로 만들어본 음식이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한 거라서 아예 별개의 물건입니다. 탄탄멘의 달달한 땅콩맛이 아니라 일본 기준으론 꽤 매운 화끈함이 포인트. 원조는 에자와(江ざわ)인데 접근성이 너무 꽝이라서 저는 그냥 시내에 있는 이시이(御食事処 いしい)에서 먹었습니다. 아리랑라멘 (치바현 나가라마치) - 치바현 3대 라멘의 마지막. 이름은 그 아리랑의 아리랑고개에서 따왔고, 왜 하필 아리랑이냐는 얘기에 주인장 답변이 자꾸 바뀌어서 정확한 유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뭐 아리랑이란 이름답게 부추, 마늘 등 자극적인 재료를 팍팍 넣은 스태미나라멘입니다. 八平の食堂라는 가게에서 시작해 두 개의 분점이 있는데... 접근성이 정말 끔찍하게 나쁩니다. 드라이브나 바이크 여행자들의 쉼터 같은 느낌? 이에케이라멘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시) - 흔히 요코하마 이에계로 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라멘입니다. 요시무라야(吉村家)라는 가게가 본점인데, 한국계 일본인이 만들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재료 팍팍 때려박아서 자극적인 맛이 특징입니다. 근데 이게 직영점 아니고 이름만 이에계인 라멘가게 들어가면 지뢰 밟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원래 요코하마는 산마멘이라는 걸로 유명했었다는데 이제는 이게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라멘으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한편 탄멘이라고 주로 관동지방에서 먹는 야채라멘이 있는데, 이거 발상지가 요코하마라는 설이 있습니다. 비교적 안 유명하다 싶은 것들 다 쳐내고, 홋카이도 + 토호쿠 + 관동까지만 쓰면서 도쿄 라멘들은 제외했는데도 엄청 기네요. 다른 지역은 나중에 생각이 나면 쓰는 것으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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