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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07 16:20:34수정됨
Name   녹차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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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이탈리아(로마/아시시/피렌체) 여행 팁.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로마/아시시/피렌체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팁 정도로 간단히 써 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반말체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행 소회도 아니고 팁 따위를 이렇게 길게 써버리다니 ㄷㄷ
사실 탐라에 올리고 싶지만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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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젤라또는 맛있음. 1일 2젤라또 이상을 추천함. 유명하고 평이 좋은 가게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름없는 곳들도 충분히 맛있다. 유명하고 평이 좋은 곳들은 하나같이 인생 젤라또 급. 수박, 쌀, 부온탈렌티(buontalenti) 등이 추천 맛이고, 레몬맛도 아주 refreshing해서 즐겨 먹음.

2. 이탈리아는(특히 로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에 실망하고 돌아옴. 이탈리아 음식은 너무 글로벌하고 한국에서도 이미 수준급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천지가 뒤집히는 새롭고 놀라운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음. 믿을 것은 구글 평점. 모든 식당들의 만족도가 구글 평점 순서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구글 평을 안 보고 갔다가 대차게 실패한 적이 있어서..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는 선택임.

3. 로마에서 먹었던 식당 중 딱 한군데 상호명을 추천하자면 'Borghiciana Pastificio Artigianale' 바티칸 인근에 있는 곳으로, 격식 있는 레스토랑이라기보단 가볍게 점심식사를 할 만한 곳이며, 가격대도 저렴함. 이탈리안 가정식을 파는 곳. 라자냐와 까르보나라를 먹었는데 요란하지 않고 정갈하면서도 맛있었음. 파스타는 모두 직접 만든다고 함.

4. 토스카나 지방은 티본 스테이크가 유명한데, '피오렌티나' 라는 이름도 붙어 있음. 피렌체에서 몇 군데에 갔는데, 모두 좋았음. 그래도 결국 스테이크란 소고기 구운 거니까, 눈이 튀어나오는 새로운 맛은 아님. 육식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면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티본스테이크와 맛의 차이도 느낄 수 있을 것임. 육질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편이라, 굽기 정도를 따로 묻지 않고 rare로 나오는 경우가 많고, 이런 육질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어울린다고 함. (미리 굽기 정도를 물어보는 곳도 있었음.) 가격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쌈. 느낌상 1/3에서 1/2 수준. 와인 페어링했던 것을 생각하면 1/4 수준이라고도 볼 수있겠음. 맛은 한국에서 '그냥 스테이크집' 말고 '상당히 비싼 고급 레스토랑' 급.  갔던 세 군데 스테이크집 중에 주관적으로 제일 좋았던 곳은 'Ristorante Rosso Crudo'

5. The fork 라는 앱이 있는데, 레스토랑 예약에 널리 쓰이는 앱으로 보임. 활용도가 높고 20~40% 할인되는 경우가 많아 추천.  

6. 이탈리아는 음식점 팁은 주지 않아도 된다. 테이블 피나 서비스 차지가 붙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영수증에 이미 반영되어 있으니 그 금액만큼만 지불하면 됨.

7. 한국 수준은 아니더라도 카드결제는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에서 가능하다. 무리하게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닐 필요는 없을 듯.

8. 결과적으로 기대에 비해 치안 수준은 아주 좋았음. 여행 카페를 보면 소매치기, 그림밟기, 팔찌사기단, 날치기, 오물투척단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온갖 범죄에 대한 경험담이 넘쳐나고, 그 중 이탈리아 로마/피렌체 등은 심하기로 유명. 글들을 찾아보고 미리 경각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을 듯. 신경을 쓰고 다녔지만 소매치기 의심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었음. 콜로세움 밖에 팔찌단이 드글드글하다고 했지만 한 명도 보지 못했고, 기부 싸인을 요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쓸데없이 말을 거는) 사람 단 한명 만났으며, 피렌체 두오모 앞에서 그림밟기 사기치는 사람들도 하나도 못 볼 뻔. 여행 끝무렵에 드디어 한 팀 발견하고 신나서(?) 사진이라도 찍을까 했으나, 잠시 사이에 금방 군인들에게 단속되는 모습을 봄. 관광지 여기저기에 무장 군인들이 매우 많아서 그런지 치안은 기대에 비해 아주 훌륭한 수준. 이곳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8시 전후에 저녁식사를 하는 편이라 그런지 밤늦게도 번화가는 꽤 붐비는 편임.

9. 로마에서는 많이 걷게 될 것임.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트레비분수, 스페인광장 등을 위시한 많은 관광지가 생각보다 좁은 영역에 모여 있지만 애매한 거리. 아마도 로마 도심 지하를 마음놓고 파면서 개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에 따른 것으로 추측하지만, 주요 관광지를 잇는 지하철은 충분치 않음. 버스를 타기에 경로가 애매하거나 티켓을 살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음.

10. 트레비분수, 스페인광장 등 유명 관광지에서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즐기거나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새벽부터 움직이자.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도 마찬가지. 일몰이나 일출 모두 사진찍기 참 좋은 시간이지만, 일몰 시간에는 어마어마한 인파에 묻혀 원하는 사진을 편하게 찍을 환경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피렌체에선 새벽에 다른 동선으로 움직이느라 미켈란젤로 언덕에 가 보지 못했지만 예쁜 사진을 많이 찍는 현지 스냅 사진 작가들은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피렌체 조토의 종탑과 두오모는 각각 서쪽과 동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언제 어느 쪽을 바라보면 역광이고 순광인지 예측할 수 있다. 언제 어느 곳을 올라갈지 계획할 때 참고하자.

11. 로마에서의 이동 계획을 미리 고려해서 교통 티켓을 구매할 것. 로마패스니, 24시간권이니, 72시간권이니를 구매할 수도 있겠으나 금전적으로 의외로 좋은 방법은 충분한 양의 1회권을 사 두고 필요할 때 하나씩 쓰는 것임. 탈 때마다 티켓을 구매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넉넉히 준비해 두는 것이 편할 때가 많음. 지하철과 버스 티켓은 같은 것으로 쓸 수 있다. 버스에 탄 후에 펀칭을 잘 해 주어야 하니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아 둘 것.

12.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알고 있는 만큼 볼 수 있음.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관건인데, 이탈리아 여행은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음. 큰 줄기는 고대 로마사, 기독교문명,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미술사.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 중 괜찮았던 것은 '나의 로망, 로마'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의 르네상스 관련 파트가 있음. '난생 처음..'시리즈는 중학생 이하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술술 읽히게 쓰여져 있어 빠른 시간 안에 독파가 가능할 것임.

13. 유로XX나라 등의 현지 가이드 투어는 취향에 따라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면 괜찮을 때가 있음. 너무 의존하기 시작하면 자유여행의 장점을 잃어버리기 쉬울 것 같다.

-가이드 투어를 하면
사전 지식 습득에 시간을 덜 써도 되며, 책만 봐서는 피부에 다가오기 어려운 고급 지식을 쉽게 풀어서 열정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다. 유적의 입장 예약 등의 문제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 여행 초기에 가이드 투어를 하면 해당 투어내용 이외에도 맛집 등 전반적인 여행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 항상 사람의 물결 속에서 혼잡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아는 지식을 또 듣느라 소중한 시간을 쓰게 될 수도 있다. 마음 가는 유적이나 전시품이 있더라도 원하는 만큼 들여다보지 못하고 남의 템포로 끌려다니게 된다. 간혹 가이드가 전해주는 지식이 잘못되었거나 여러 면 중 한 쪽 면만 알려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너무 철석같이 믿지는 말자.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으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내 템포대로 시간을 쓸 수 있다. 여기저기 헤매이며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잘 찍힌 사진이 나올 때까지 많은 시도를 할 수도 있다. 복잡한 유적이나 박물관에서도  투어러들의 물결이 지나간 사이사이 비교적 여유있는 시공간이 생기곤 한다. 입장할 곳의 운영시간, 입장 예약 등을 미리 챙기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시간낭비를 하거나 아예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니 미리 신경쓸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 갈 시간이 있을 경우 추천.



11
  • 언젠가는 이탈리아에 가볼 수 있겠죠ㅠ
  • 상세한 팁 감사합니다
  • 이태리는 무적권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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