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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11/08 15:14:43 |
Name | 트린 |
File #1 | final(small).jpg (182.3 KB), Download : 16 |
Link #1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3664245 |
Link #2 |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herlock |
Subject | 셜록 홈즈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앞으로 더 낼 것 같고요. |
셜록 홈즈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국민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해요. 친한 친구네 집에 가서 과자 먹고 놀다가 뭐 더 재미난 거리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니 책을 건네더라고요. 제목은 <명탐정 셜록 홈즈>. 얇고 볼품 없는 오래된 표지에 별 기대 없이 펼친 저는 몇 시간이 지나서 친구 사이에 전권도 못 빌려줘? 하고 억지를 쓰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4년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다음 웹툰에 입성하기 위해 그림 작가분과 만나 회의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얼음 넣은 에스프레소 한 잔이 아쉬운 날이었어요. 허겁지겁 역에서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죠. 그림 작가가 말합니다. “그럼 무얼 해 볼까요?” 저는 미리 준비해 온 노트를 내밉니다. 기획안이 잔뜩 들어 있는 물건이죠. “OO는 어떨까요. OOO는 OOO와 만나서 모험을 떠나는데-” “그건 좀 흔한 것 같아요.” 몇 개가 더 오간 후. “그럼 셜록 홈즈는 어떨까요? 제가 대1 때 써놓은 건데 홈즈 친구 왓슨이 여자예요. 싸움을 정말 잘해요.” “……느낌 있는데요?” 이렇게 해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음 웹툰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무려 스팀 펑크에 셜록을 섞은 물건이었죠. 비틀리고 어둡고 암울하고 반항적인 문화사조, 즉 펑크에 대한 동경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요. 중학교 때 영화 <블레이드 런너>를 우연히 본 뒤로 사이버 펑크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암울한 장면들과 배경에 무언가 홀린 것처럼 DVD를 사서 열 번 넘게 영화를 관람했죠. 사이버 펑크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레 펑크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서 드디어 스팀 펑크란 장르를 만나게 됩니다. 스팀 펑크는 보통 18, 19세기를 배경으로 20세기나 그 이상의 과학 기술력이 있는 세계를 그리는 장르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이 배경인 경우가 굉장히 많고, 전기 대신 엄청나게 발달한 증기기관이나 마법, 마법 같은 과학이 대신한 곳이죠. 스팀 펑크의 매력은 고풍스러운 가운데 우리와 역사가 비슷한 세계가 어떻게, 왜 바뀌었나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보고 즐기면서 역사가 분기한 부분에 대한 고찰과 교훈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설명과 이론을 넘어서서 제게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적이었던 스팀 펑크 장르의 첫 작품은 다름 아닌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였어요. 에반겔리온을 만들었던 가이낙스 사가 1990년 초반에 만든 이 작품은 NHK에서 쥘 베른의 장편 소설 <해저 2만리>를 애니화 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해당 금액을 착복하다시피 활용하며 원작의 스토리와 설정을 제멋대로 뜯어고치고 손봐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발명가인 장이란 소년이 정체불명의 돌 블루워터를 가진 소녀 나디아를 만나고, 블루워터를 노리는 그랑디스 일당에게 쫓기는 걸 구해 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처음에는 일반적인 시대상을 따르는 척하더니 뒤로 갈수록 고대 아틀란티스 대륙의 과학력을 이어받은 두 조직이 나와 엄청난 과학력으로 이뤄진 병기를 가지고 바다에서 우주까지 전 공간에서 전투를 개시하는 명작입니다. 여기서 저는 능글맞은 캐릭터의 필요성, 귀여운 캐릭터의 필요성, 극 초반과 중반에는 미야자키 하야오나 디즈니처럼 주인공들이 웬만해서는 다치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가는 노선 등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그동안 편집자로 활동하며 간간이 취미처럼 창작하는 작품은 어두운 이야기와 구성, 전개, 설정을 선호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을 좋아하던 저는 계속해서 같은 톤을 이어간다는 점은 본인의 한계를 본인이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개인적인 성찰보다는 어둡고 잔인한 이야기를 내내 만들어서 질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밝은 물을 하고 싶어진 거죠. 여기에 추가로 각종 첩보 관련 영상물과 도서를 훑으며 셜록 웹툰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어요. 해당 작품은 운 좋게 인기를 끌어 조회수는 총 2천만 클릭이었고, 미국과 프랑스의 웹툰 사이트와 앱에 연재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항시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어서 반대 급부로 시즌1 그림 작가분은 건강을 잃고 오래 쉬셔야 했고, 시즌2 그림 작가분은 시즌1 캐릭터를 이어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리즈 연재를 그만두셨죠.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시작한 저는 작품과 세계관에 책임을 지고, 이 시리즈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번 카카오 페이지 재 연재이고, 앞으로 이어질 작품들입니다. 뭐 결국 소설로 시작한 작품의 답은 소설이 아니겠어요? 셜록에 대한 새로운 해석,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광고글 죄송합니다.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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