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게시판입니다.
Date 16/01/22 00:53:18
Name   저퀴
Subject   홈월드 데저트 오브 카락을 플레이하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COH)나 던 오브 워 같은 몇 안 되는 인기 RTS를 개발 중인 렐릭은 이 장르의 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개발사입니다. 그러나 좀 더 오래 이 장르를 사랑했던 분이라면 하나의 게임을 더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3차원 공간으로 구현된 우주 내에서 전투를 벌였던 홈월드 시리즈입니다.

 홈월드 시리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꽤나 혁신적인 RTS인데요. 앞서 언급한 렐릭의 두 프랜차이즈에도 꽤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건설하고 관리해야 하는 건물을 본부 역할인 모선으로 축소화했고, 단순하되 깊이 있도록 만드는 쪽이 최근 추세인 게임 시장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혁신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술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가진 건 아닙니다만, 3차원으로 전투기나 함선이 기동하면서 서로 싸우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게임하다 말고 화면을 당겨서 구경하도록 만드는 좋은 광경이기도 했죠.

 그리고 이렇게 훌륭했던 작품이 판권 문제부터 시작해서 후속작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실제로 오늘 언급할 이 게임이 소개될 때까지는 일부 요소만을 차용한 RTS들을 빼고는 명맥이 끊겼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더랜드 시리즈의 개발사로 알려진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홈월드 프랜차이즈의 판권을 구입했고, 그 이전에 신생 개발사인 블랙버드 인터렉티브가 탄생해서 추억을 끄집어내기로 합니다. 하드웨어란 이름의 킥스타터 게임으로 시작했던 그들의 게임이 기어박스의 협력에 따라서 홈월드의 프리퀄인 데저트 오브 카락으로 재탄생했죠.

 데저트 오브 카락은 배경이 우주에서 사막으로 뒤덮인 지상으로 바뀌었다는 점만 빼고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완벽한 홈월드의 계승작이 되었습니다. 하나뿐인 지휘함인 모선을 기반으로 병력을 확충하고 사막에 널린 자원을 획득해서 적과 싸우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RTS가 되었죠. 오히려 3차원 배경이 일부 유저들에겐 조금 진입장벽이 되곤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그럴싸한 변화였습니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적의 화력 투사에 반응하지 못하고 터져 나가는 아군 차량이나 매크로 부담을 최대한 줄이긴 했습니다만, 반대로 마이크로가 실질적으로 중요시되는 게임이 아니라서 몇판 하다 보면 사막의 포격전만 멀리서 지켜보는 게 전부일 때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일할 거리가 넣어줬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다만 아주 만족스러운 첫 인상과 달리, 게임의 완성도가 훌륭한가에 대해서 고민하면 전 아니라고 생각되더군요. 대표적인 문제점은 게임의 볼륨에 꽤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진영은 두 곳 뿐이고, 전체적인 운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빼면 옛 홈월드처럼 큰 차이가 있는 편이 아니고, 유닛은 간단한 역할 구분으로 서로 상성 관계에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런 게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고 해서 게임이 훌륭해지는 건 아니죠. 그러나 RTS를 배워봅시다 수준의 단계적인 구성을 가진 캠페인과 멀티플레이를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거기다가 가격 면에서 60달러 풀 프라이스가 아닐 뿐, 50달러 가량의 금액을 고려하면 더 낮은 가격의 스탠드 얼론으로 출시된 공허의 유산이나 DLC가 정말 짜증날 정도로 많습니다만, 진영 DLC 하나만 구매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 같은 경쟁작보다 나은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정말 난 홈월드를 좋아했고, 그들의 이전 이야기를 듣고 싶으며, 친구들과 함께 사막에서 전쟁을 벌여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다면 전 추천드리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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