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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6/03 14:53:33 |
Name | 저퀴 |
Subject | 토탈 워: 워해머 리뷰 |
전 토탈 워 시리즈의 팬인데요. 특히 시리즈 중에서 쇼군 2를 가장 사랑하는 편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걸작이라 생각하고요. 그래서 로마 2와 아틸라가 나왔을 때도 장점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쇼군 2에 비하면 퇴보한 후속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편입니다. 사실 둘 다 쇼군 2의 연장선에 가깝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새로운 배경을 시도한 워해머가 좀 더 색다른 게임이길 원했습니다. 일단 이번 작은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출시되었는데요.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전작들의 유저들이 만든 패치들도 오역이나 오타는 굉장히 많았고, DLC가 나올 때마다 번역 속도가 못 따라가서 영문판으로 즐길 때도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기분 좋은 변화입니다. 대신 카오스 워리어를 DLC로 팔아먹은 건 욕을 먹고도 남는 짓이라고 합니다. 그 이전에도 진영을 DLC로 팔아먹은 적은 많지만, 아주 많은 수의 진영이 존재했던 전작들에 비하면 전체 진영이 다섯 곳 밖에 없는 게임에서 하나를 DLC로 팔면 당연히 문제가 있는거죠. 가장 훌륭한 점은 영웅의 육성과 기술 연구입니다. 아주 재미있고 파고들 여지가 많아요. 게임 내에서 직관적으로 표현해서 더더욱 좋고요. 있다가 언급하겠지만, 요원 시스템이 이 정도 완성도만 가졌어도 불만이 없을 겁니다. 또한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서 능동적으로 목표를 지정해주는 점도 아주 좋은 점입니다. 숙련된 플레이어에겐 강제적이지 않아서 좋고, 이제 토탈 워를 접하는 플레이어에겐 목표를 가르쳐주죠. 전작에 있던 별도의 튜토리얼이 없어졌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아예 새로운 배경을 소재로 한 게임이지만, 전작에 있던 변화를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아틸라에 있던 유목민을 카오스 워리어에 도입했고, 약탈 경제로 운영하는 부분은 그린 스킨이 계승했으며, 진영의 성격과 파벌에 따른 외교 시스템은 게임 전체에 녹아 있습니다. 쇼군 2의 확장팩이었던 폴 오브 사무라이의 포격 지원은 이번 작에선 각종 마법이 계승한 셈이고요. 아주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주면서도 게임의 본질을 건들지 않았습니다. 냉병기 시대, 원시적인 화약 병기까지만 도입된 전장이기 때문에, 워해머도 전작들과 크게 이질적이지 않은 토탈 워 시리즈에 속합니다. 오히려 그 이후의 시대를 다룬 엠파이어나 나폴레옹에 비하면 더욱 비슷한 편입니다. 그리고 시리즈 내내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발매 직후의 불안정한 퍼포먼스도 이번 작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플레이에 악영향을 주는 심각한 버그는 거의 없고, 발매 시점의 권장 사양 이상의 PC로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없는 질 낮은 최적화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작인 아틸라에 비해서 쾌적하게 플레이가 가능해서 더욱 좋았고요.(물론 이건 맵의 크기나 병력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져서인 것도 있습니다.) AI도 이 정도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틸라까지만 해도 우회 기동을 하다가도 한번 막히면 멍청하게 밀려서 패배하는 수준이었는데, 야전이나 공성전이나 적을 제대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빈도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또한 궁병만 잔뜩 데리고 다니다가 기병 돌격에 몰살 당하던 운영도 없어졌고요. 캠페인은 대체적으로 훌륭하지만, 쇼군 2부터 지적된 단점들은 개선되기는커녕, 로마 2와 아틸라를 거쳐서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요원 시스템이 있습니다. 쇼군 2의 요원 시스템은 깊이 있는 육성 시스템, 적절한 역할 분담, 진영마다의 개성까지 구현한 좋은 요소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워해머의 요원 시스템은 밸런스까지 망가진 게임의 암 덩어리입니다. 모든 요원이 하는 일이라곤 다 똑같은 수준이고, 플레이어는 고 난이도에서 일방적으로 괴롭힘만 당합니다. 전장에 합류할 수 있다는 추가점을 빼면 차라리 게임에서 없어지는 게 나은 수준입니다. 또한 진영 선택지에 있어서도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작은 진영이 아닌 영웅을 골라서 시작하는 방식인데, 영웅까지 개성이 강하다 보니까 플레이가 굉장히 획일적입니다. 예를 들어서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로마 2에선 카르타고로 포에니 전쟁을 재현할 수도 있었지만, 플레이에 따라선 로마와 함께 지중해를 양분한다거나 하는 플레이도 가능했거든요. 반대로 워해머에선 제국이 뱀파이어 백작과 협력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고, 나머지 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해전이 통째로 날라갔다는 점도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원작에 해군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구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토탈 워에서 해전이 갖는 비중이 결코 적은 것도 아니고요. 멀티플레이는 구색만 갖춘, 쇼군 2 이후로 퇴보 중인 토탈 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늬만 있는 랭킹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목표 의식도 심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랭킹 매치는 뭐하러 만들어둔건지 의아한 수준이에요. 그나마 스타크래프트2 같은 RTS처럼 체계적인 래더 시스템이라도 마련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조차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은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역사적인 배경 대신 워해머를 택한 선택도 시리즈가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시리즈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 쇼군 2 이후로 빈약한 멀티플레이나 해전 폐지 같은 부분은 아쉽긴 합니다만, 게임 플레이의 본질을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추가점을 넣었음에도, 그로 인해서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버린 엠파이어 같은 전작에 비하면 무작정 늘리기만 하지 않은 선택도 전 옳았다고 봐요. 남은 건 이런 소재로 돈이 아깝지 않은, 정성이 들어간 DLC나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전작들은 개인적으로 정말 돈이 아까운 완성도였거든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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