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게시판입니다.
Date 15/07/01 18:44:48
Name   kpark
Subject   WOW유감
0. 서두 - 이 글은 게임 운영이나 밸런스 등에 대한 고찰이 아닌, 개인적인 플레이 경험에 대한 소감을 담고 있습니다.

1. '하드 레이드 유저(or 레게)'의 기준이 뭘까요? 매 확장팩, 매 패치마다 하드모드 올클리어를 한 사람? 아니면 한번이라도 하드모드 마지막 보스를 잡아본 사람? 이런 식으로 '해당 레이드 던전의 라스트 보스를 잡아봤는가'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시간 단위로도 가능하겠네요. 1주일에 레이드를 8시간 이상 해본 사람? 12시간 이상? 아니면 일 단위로 2일, 3일, 4일? 뭐, 기준이 너무 높은 가요?

2. 와우에 나름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몇 년이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리치왕 세기말에 뒤늦게 뛰어들어서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있고, 가장 오래 쉬었던게 4개월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하드레게'라고 자칭하기엔 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요. 하드모드 마지막 보스를 잡아본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리치왕때 얼음왕관 드림워커 하드까지 잡았던 게 제일 많이 갔던 거 같아요. 판다리아 오픈 직후에는 공심 3/6, 영봄 2/4까지 갔는데 이것도 제 기준엔 제일 많이 진행한 축에 속하네요. 어째 인터넷에 보면 다들 하드모드 올클리어 한번씩은 해보셨던데.

3. 끝까지 가보지도 못한 놈이 이런 말하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력이 안돼서 끝까지 못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고정 공대 같은거 하지 않고 막공만 해왔고, 매주 빼먹지 않고 파티를 간 것도 아니었어요. 쉽게 말해 흔한 막공유저라서 진도 나가는게 느렸습니다. 가서 X맨 한적은 없어요. 딜킹 힐킹 이런거까진 아니어도 막공 가면 비슷한 템렙에서 DPS는 계속 높은 축이었거든요. 그래서 재밌게 즐겼어요. 원래 게임도 자기가 잘한다고 느껴야 재밌지 자기가 못한다고 느끼면 재미 없잖아요.

4. 근데 막공으로 진도 빼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템도 잘 안나오지, 나오면 돈 없어서 못먹지, 겨우 돈 모아서 가면 그날따라 헬팟이지... 그렇게 몇주 지나고 중간중간 시간 안돼서 한 주 빼먹고, 그러다 보면 1하드 3하드 하던게 5하드 7하드 파티만 보이고 제 템렙으론 그런데 가기가 힘들더라고요. 거기다 한 3개월 진득히 했으면 모르겠는데 2개월 쯤 되면 불감증 생겨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들어와보면 어느새 다음 레이드 던전이 나오거나 세기말.

5. 뭐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마지막 보스를 잡는다는 쾌감이 없는 건 아쉽지만 그 앞의 보스들도 하나하나 잡을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있었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남들은 별 거 아니었을 일반 리치왕을 잡았을 때, 그리고 모구샨 금고 마지막 보스(이름 기억이... -_-)를 하드로 클리어했을 때? 전자는 와우에서 처음으로 잡아본 '레이드 끝판왕'이라서, 후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정공대 해봤을 때라 기억에 남네요. 심지어 모구샨은 계속 헤딩만 하던 중에 남들 몰래 전화받으면서 트라이했는데, 전화가 끝나기도 전에 클리어하는 황당한 일이.

6. 판다리아도 이전과 비슷한 이유(일정과 불감증)로 중간에 접게 됐습니다. 복귀해보니까 템렙이 너무 차이나서 현질 정도로는 따라잡질 못하겠더라구요. 마침 공격대 찾기라는 시스템도 생겼고해서, 싱글 플레이 시나리오 깨는 기분으로 공찾만 돌렸습니다. 그러다 등장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시작부터 달렸습니다. 보스가 7명 뿐인 '높은망치' 던전은 저에게 안성맞춤이었어요. 마침 레이드할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편이었고, 길지 않아서 잘 질리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시 질렸습니다(-_-). 마침 시간도 안되고 과금도 끝났고 해서 3개월 정도 쉬고 복귀하니, 새 던전 나오기 전의 세기말이었어요. '검은바위 용광로'가 막바지로 갈 때. 그게 2달 전의 일입니다.

7. 오랜만에 와우할 시간이 나서 신나게 3개월부터 끊고 시작했습니다. 근데 파티창을 살펴보니 뜨는 건 7신화, 8신화, 9신화, 10신화... 템렙은 넘사벽. 대충 손님으로 가서 아이템 열심히 지르면 따라잡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웅 단계 템을 다 맞추면 685니까, 대충 5신화 팟 정도에 손님으로 가면 되려나. 근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랩니다. 주말에 3시간을 멍하니 채팅창만 바라보는데도 그놈의 파티는 뜨질 않더군요. 뭐 그냥 제가 운이 없었던 거겠죠. 한 10시간 기다렸으면 2~3개는 떴을텐데 시간이 안 맞았던 거에요. 근데 그날 이후로 와우에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8. 아이템과 업적의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요. 6.2 패치가 되고 나서 주말에 제가 한건 타나안밀림 퀘스트가 전부였습니다. 캐릭터를 전부 돌린 것도 아니고 제일 템렙 높은 하나만 잡고 해봤는데 레이드는 할게 없더라고요. 갑자기 앞으로의 일이 눈앞에 펼쳐져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공찾, 부캐만 하면서 시간 때우다가 주말에 운이 좋으면 손님으로 아이템 맞추러 갈 수 있겠지. 근데 나한테 그렇게 진득히 파티를 기다릴 시간이 있을까? 아마 아닐 거 같은데. 파티 찾는데만 1~2시간, 순수 던전만 도는데 2~3시간. 도합 최대 5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하고 그것도 파티가 있는 경우에만. 아마 앞으로 대부분의 레이드 유저는 신규 레이드 던전에 몰릴테고, 예전 레이드 던전을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거기다 골드 수급도 못한 나로선 아이템을 가져가려면 '현질'은 필요악일테고...

9. 제가 '부지런하지 못해서' 아니면 '불감증이 심해서' 이렇게 느낀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이제 주말에도 하루 밖에 투자할 시간이 없는 현실의 벽이 문제일지도. 근데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봤습니다. 뭐가 이유가 됐던 간에, 내가 이 모든걸 '수고스럽게 여겨가면서' 이 게임을 하고싶은게 맞는 걸까? 옆에 LOL 아이콘을 보고 나니 그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생각해보니 결국 LOL이란 대체재가 있어서 그런걸지도요 -_-. 어쩄든 지금은 [시X 게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이 말이 입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10. 어찌 됐든... 와우가 재미 없어져서인가, 내가 바뀌어서인가 이런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게임을 즐기는 걸 보면 제가 바꼈다는 쪽이 맞을 거에요. 그냥 다만, 드라마나 소설에서 볼 수 있는것처럼, 오랜 관계가 자연스럽게 끝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모르겠어요, 이렇게 궁시렁대놓고 몇 달 있다가 보면 아키몬드 잡고 헤벌쭉 하고 있을지도. 근데 당분간은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WOW야, 너에게 이렇게 말하게 돼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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