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위험운전치사상에서 살인으로 공소장을 변경한거였네요..-_-

이게 법리적인 인정여부를 고려해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넣는건 괜찮지만
살인과 위험운전치사는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사실관계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걸 예비적 공소사실로 넣기는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유죄입증은 결국 합리적의심을 배제해야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한다는 것은
다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제거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험운전치사의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
살인을 주장한다는 것은 공소자체가 살인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인정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안되지만 재판부는 거의 예단을 보여준 거나 다름없지요 ㅎㅎ

이거 위험운전치사지 살인은 안될건데? 너네 공소 잘못했는데?
vs 아니거든 살인 맞거든! 공소 제대로 한거거든!

검찰은 살인을 주장하면서 자기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싶지 않았고
법원은 검찰의 살인 주장이 앞뒤가 안맞게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ㅅ- 뭐 그렇습니다.

만약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험운전치사를 넣었다면 변호인으로서는
위에 단 댓글처럼 주장했을 거고,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죄 주장에 힘이 빠졌을 겁니다.

무죄주장하면서 피해자와 합의시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딜레마죠..

쓸 수는 있는데 매우 꺼립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처음부터 예비적으로 공소사실 넣을때는 종종 있는데
재판부가 지적하면 죽어라 안합니다..? -_-
(이건 개인적 경험에 따른 선입견이라 딱히 통계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조금 부연하자면 살인과 폭행치사/상해치사는 고의로 때렸고 죽었다는
자연적 사실 자체나 피고인의 행위 자체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예비적공소사실로
넣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두가지의 차이는 외부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피고인의 내심의 고의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살인과 '폭행치사'가 아닌 '과실치사'입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일부러 차를 들이받았느냐] [술먹고 과속운전하다 사고가 났느냐]라는
자연적 사실 자체나 피고인의 행위 자체가 전혀 다릅니다.

말하자면 A가 B를 밀어서 죽었다, 그런데
1)죽이려고 밀었다 2)자빠뜨리려고 밀었는데 죽었다 -> 이건 예비적 공소사실로 넣을만 하지만
1)죽이려고 밀었다 2)딴데보면서 걷다가 부딪혔는데 죽었다 -> 이건 예비적 공소사실로 넣기 어렵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앞에 것은 일부러 밀친 사실 자체는 똑같은 거니까 그걸 주장입증하고,
그다음에는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에 대한 입증을 하면 됩니다.
뒤에것은 일부러 밀친 사실과 딴데보다가 부딪힌게 다르기 때문에 검찰쪽에서
두가지 사실관계를 주장입증해야하는 꼴이 됩니다.

게임처럼 얘기하자면 입증을 위한 테크트리가 서로 달라지는데 양립불가능한 상황이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