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2/12/26 22:24:51수정됨
Name   뉴스테드
Subject   충성서약이 아니면 공개처형하는 ‘부족’ 같은 사회에서 말하기의 어려움
https://n.news.naver.com/article/036/0000047540?cds=news_media_pc

[엄기호의 이야기 사회학]연극 <트라이브스> 연출가 최지혜와 나눈 대화, 충성서약이 아니면 공개처형하는 ‘부족’ 같은 사회에서 말하기의 어려움

고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학생은 결석했고 그 결석에 대해 담임선생이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러니 며칠 학교에 나오지 못할 것이다. ○○가 학교로 돌아오면 다들 따뜻하게 맞이해주도록 해라”라고 종례 시간에 급우(級‘友’)들에게 알렸다. 급‘우’라는 말처럼, 친구 사이를 가정하는 학‘급’에서 ‘담임’으로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공지였다.

그러나 이 공지는 곧 작은 소란을 일으켰다. 몇몇 학생이 불만을 표출했다. 담임이 그 학생에게 물어보지 않고 학생 신상을 다른 학생들에게 알린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판이었다. 한편에선 ‘권리의식’의 강박적인 표출이라 볼 수도 있었지만 그 불만을 학생들이 제기한 이유는 권리의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려의 핵심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가지고 언제 어떻게 다른 학생들이 당사자를 모욕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었다.

작품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다. 언제 어디서 내가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디폴트(기본값)로 대다수 학생에게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이 가장 믿었던 공간에서 가혹한 ‘배신’을 한두 번 경험하면서 큰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함부로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을 넘어 끝까지 감춰야 하는 게 있고 그것만이 자기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관계의 바닥을 지배하는 건 상처와 불신이었다.

...

이렇게 입을 다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트라이브스>의 최지혜 연출가는 이 점을 놀랄 정도로 분명하게 간파했다. 부족은 입을 다문 자를 또 위험시하기 때문이다. 부족은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하며 소통 능력으로 또 위계를 만든다. 그는 “공동체는 잘 소통할 것을 강요하는 곳”이라며 그것도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강요하며 이것이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요구하는 많은 일 중 하나”라고 간파했다. 그러면 또 “젊은 세대는 ‘잘’ 수행하기 위해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익히거나,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익혀갈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는 참으로 비참하다. 두 종류의 사람이 나온다. “무례할 정도로 친절하거나, 아니면 아예 무례하거나.”

---

제가 어릴때 했었던 고민은 이미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저 멀리 사라졌고
요즘 시대의 청년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싶어 놀라움이 솟구치는 순간
아 맞다 나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자랐었지하는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7363 정치스웨덴 연구기관 "한국, 민주화→독재화 전환 진행" 3 dolmusa 24/03/08 1924 1
9716 정치김무성 의원, 인사청문회 중 피감기관 돈으로 사파리 투어? 6 그림자군 18/04/25 1924 0
32756 사회심야 미상 항적에 공군 비상 출동…수도권 주민 '깜짝' 다군 22/12/28 1924 0
22005 사회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역대 최고 상승률·가격' 기록했다 6 Leeka 20/10/12 1924 0
35829 정치윤 대통령 살해 위협 게시물 올라와…경찰, 집무실 인근 수색 16 매뉴물있뉴 23/08/16 1924 1
37109 경제홍콩 법원, 中 부동산 '공룡' 헝다에 청산 명령 2 활활태워라 24/01/29 1924 0
1014 정치불 난 서문시장 온 박근혜, 10분만에 돌아가 5 elanor 16/12/01 1924 0
4598 정치홍준표 "朴, 국정운영 잘못한 책임 간과 못해..출당문제 논의"(종합) 1 벤젠 C6H6 17/08/17 1924 0
2807 정치심 "문의 복지공약 후퇴" 문 "후퇴 No, 실무자 착오" 30 moira 17/04/20 1924 0
2808 정치文, 타임지 인터뷰 "오바마 대북 정책 '전략적 인내' 완전히 실패" 3 black 17/04/20 1924 0
2297 사회59층짜리 일산 초고층 아파트 주변 땅이 꺼진다? 4 Toby 17/03/11 1924 0
35067 국제"우리나라 희망적" 한국 51% 일본 26%...보수일수록 낙관했다 4 카르스 23/06/15 1924 0
2812 정치안철수 '한국당과도 연정' 첫 시사..더 짙어진 보수색 10 피아니시모 17/04/20 1924 0
21500 사회5년간 ‘407차례’ 돈 빌려준 직장 동료, 남은 건 상처뿐… 7 swear 20/08/26 1924 0
2045 기타내일 중부 다소 많은 눈..남해안 폭우 2 Toby 17/02/21 1924 0
12798 사회제주漁民 “예멘인들 얘기도 하지 말라” 어민과 난민은 왜 등돌렸나 2 April_fool 18/09/23 1924 0
37121 경제"하트뿅 어피치 안녕"...카카오톡, 무료 이모지 없앤다 8 the 24/01/31 1925 0
13059 정치美 국세청, MB 부자 '소환장' 발부.."돈 세탁·탈세 혐의" 3 벤쟈민 18/10/21 1925 1
3845 사회대구 D은행 간부들, 비정규직 여직원 '갑질 성추행' 파문 8 Beer Inside 17/07/04 1925 0
19973 사회군인권센터 “계룡대 군사경찰에서 신병 집단구타” 5 Schweigen 20/04/25 1925 0
3846 정치'레드라인' 시험하는 北 ICBM 발사…한반도 정세 격랑 1 Beer Inside 17/07/04 1925 0
5126 사회"한번만 마음을 열어주세요"..원망만 남은 장애인학교 토론회 3 알겠슘돠 17/09/06 1925 1
33798 정치강제징용 해법안 ‘찬성33%-반대60%’, 주69노동제 ‘찬성40%-반대54%’ 8 카르스 23/03/17 1925 0
34054 정치당정, 전기·가스 요금 인상 잠정 보류…"여론 수렴 후 결정" 5 퓨질리어 23/03/31 1925 0
12296 정치양심적 병역거부자 근무지, 교도소·소방서·119분야 우선 검토 7 벤쟈민 18/08/19 1925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