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05/09 12:48:26
Name   구밀복검
Subject   사회화되지 않는 손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5090300045

...미디어에 출연해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말하는 전문가를 본 적은 많았지만 전셋집을 구해 기뻐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배제돼 있다가 사망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갈 수 있는 빌라에 사는 게 소원이었다. 2018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대출로 절반, 동거인과 지인에게 빌린 돈 절반을 모아 그 꿈을 이루었다. 보증금 9000만원에 월세 20만원. 강서구 화곡동의 12평짜리 빌라였다.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언덕 위의 집이었지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왠지 서울살이에 성공한 것 같았다. 빌라거지라는 말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상관없었다. 속상한 건 따로 있었다. 집에 근저당이 있었다. 전세가가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근저당을 조정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집주인이 크게 화를 냈다. 부동산이 중재하려 하자 집주인이 1000여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며 자기가 소유한 집 리스트를 보여줬다. 부자 아니면 사기꾼 같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야속하게도 SH는 SH가 빌려준 돈에 대해서만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사는 내내 보증금 4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 3년 전 보증금 떼일 일 없는 청년주택에 당첨됐고, 입주하려면 혼인신고서가 필요해 결혼을 했다. 이삿날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는데, 극적으로 세입자가 나타나 내 순서에 터지지 않은 폭탄을 넘겨주고 탈출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미국 정부는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퍼부어 기업을 살렸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어떤 손실은 사회화되지 않는다... 한국은 은행이 아니라 세입자의 피 같은 돈을 지렛대 삼아 집을 매매하는 전세가 있다. 집을 매매하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는 건 은행이 아니라 세입자였고, 파산하는 것도 은행이 아닌 세입자다. 은행이 무너지면 국가 문제가 되지만, 세입자가 무너지면 개인 문제가 된다... 사회화되지 않는 구조적 피해는 사적 죽음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3년 전 내 보증금을 지켜준 세입자는 중소기업대출을 받은 청년이었다. 그와 또 다른 세입자의 안녕을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죽음으로 나타나는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릅탄보다 무서운 전세 폭탄



1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596 국제"학부모 악마화는 해법 아냐" 교권 붕괴 먼저 겪은 일본서 배운다 21 카르스 23/07/31 1684 13
34940 사회한국은 '아이 낳아라' 말할 자격도 없는 나라다 9 뉴스테드 23/06/05 1724 13
34557 사회사회화되지 않는 손실 7 구밀복검 23/05/09 1547 13
33838 정치여당 "의원 정수 절대 증원 없다…전원위 개최 여부 다시 판단" 32 물냉과비냉사이 23/03/20 1576 13
33294 사회2001 아카시 유족이 2022 이태원 유족에게 6 dolmusa 23/02/02 1373 13
33193 사회"지하철 이용자는 전장연 시위 지지하기 어렵다" 사실일까? 30 구밀복검 23/01/26 2062 13
32121 정치"주최 없다" 정부와 경찰 반복된 주장…8년 전 매뉴얼엔 8 매뉴물있뉴 22/11/05 2293 13
30744 사회‘무릎 꿇은 호소’ 그 후 5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1 늘쩡 22/08/06 2167 13
29882 사회“지각한 시간도 근무 인정”…전장연 시위 ‘지각 연대’ 합니다 8 늘쩡 22/06/15 2452 13
29165 사회"쉬게 해달라" 굶는 노동자에게 '빠바'는 '비타500'을 건넸다 5 자공진 22/04/22 2460 13
28538 국제“우크라이나와 대만 위기는 연결된다…‘노’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중요” 6 구밀복검 22/03/09 2623 13
28387 정치러시아의 침공 원인, 이재명 “젤렌스키 때문” 윤석열 “억지력 부족” 59 syzygii 22/02/26 5192 13
28335 정치장애인 지하철 시위 현장 찾은 심상정 “이재명·윤석열·안철수도 약속하라” 9 ギラギラ 22/02/24 2692 13
26203 사회시민의 신뢰 좀먹는 정치 16 소요 21/10/18 2437 13
23377 사회2021. 2. 19. 서울광장 1천명 운집. 61 나코나코나 21/02/19 5933 13
22249 사회내가 퇴사하는 이유 5 호라타래 20/11/09 3237 13
21039 사회서철모 화성시장, “가족이 있는데 왜 국가가 장애인 돌보나” 망언 22 자공진 20/07/18 3973 13
19311 정치與 "이념·성소수자 등 소모적 논쟁 유발 정당과는 연합 안 해" 31 Schweigen 20/03/17 3266 13
19260 사회"우리 매장 다녀 간 확진자... 빠른 쾌유를 빌어요" 2 하트필드 20/03/13 3569 13
19133 사회김용현씨 인터뷰 1 기아트윈스 20/03/08 1755 13
19094 사회"눈물이… 고맙습니다" 경북에 보낸 전남 `사랑 도시락' 감동 3 Schweigen 20/03/05 2164 13
18910 사회‘한 달 살기’ 그 후 1년 대림동을 다시 가다 4 자공진 20/02/26 2120 13
18047 외신[일본-뉴스포스트세븐] 젊은 성우와의 결혼을 꿈꾸는 45세 「어린이 방 아저씨」의 말로 11 자공진 20/01/02 3574 13
17205 정치임태훈 "황교안 계엄문건, 한국당 법적대응 제발 해주길" 33 The xian 19/10/22 3981 13
16972 정치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 49 제로스 19/09/30 5184 13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