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05/11 22:00:56
Name   구밀복검
Subject   엄마는 20%를 이해한 북토크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1298.html#cb

...책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였다... 나는 자기소개를 하며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엄마가 와 있음을 알렸다. 그렇게 북토크가 시작됐다....온라인 회의 프로그램에 문자통역 기능을 켜서 진행하는 방식...

...시작과 동시에 깨달았다. 이 기능은 화자의 말을 정확하게 통역하지 못한다는 걸. 문자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걸. 게다가 신간은 그동안 써왔던 책보다 밀도가 있었다. 엄마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개념투성이였다. 잘못된 통역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반영됐다. 엄마는 알아듣기 어렵다는 듯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결국 통역을 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내가 했던 말을 요약하고 엄마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예시를 들어 통역했다. 모든 이들이 나를 바라봤다. 통역을 제대로 해냈다면 좋았겠지만 불가능했다. 음성언어로 말하다가 모드를 바꿔 수어로 발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통역사로서의 통역도, 작가로서의 말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여러분은 지금 농인 자녀의 삶을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객 중 한명이 엄마가 행사 내용 중 몇%를 이해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왼손으로 20이라고 말하고 오른손으로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선을 긋고 다시 동그라미를 그렸다. 퍼센트라는 뜻이었다...

...실패하지 않은 강연을 하고 나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쾌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날은 현실을 자각했다. 딸의 이야기도 20%를 겨우 이해하는, 정보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말이다. 어쩌면 나는 성공하는 강연이 아니라 실패하는 강연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앞으로는 실패의 자리를 열어보려 한다. 실패하는 강연, 실패하는 북토크, 실패하는 퍼포먼스, 실패하여 20%에 머무르고 마는, 그리하여 현재를 직시하는 경험을 당신과 해보고 싶다.



소피아 코폴라가 사랑도 통역이 되냐 헙디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42 사회아이스하키협회 "선수들, 대통령 만나고 상황 이해" 10 유리소년 18/01/18 1844 0
14457 사회국내1호 무가선 저상트램, 부산 남구 달린다 3 알겠슘돠 19/01/25 1844 0
32892 사회"생일 축하" 기름 뿌리고 '화르르'…청년 삶 무너졌다 5 swear 23/01/05 1844 0
1665 사회'법은 통과됐지만' 베누진A 17/01/20 1844 0
10626 정치文대통령, 오늘 '세월호 순직' 유족 등 국가유공자와 오찬 알겠슘돠 18/06/05 1844 0
1667 정치'농담처럼 질문하라'... 반기문 강연의 수상한 각본 5 tannenbaum 17/01/20 1844 0
38275 IT/컴퓨터'나의 찾기’ 韓선 왜 안되나?… 애플, 묵묵부답 19 먹이 24/06/26 1844 1
19081 사회어느 외국 특파원의 기자수첩 1 swear 20/03/05 1844 1
3212 사회낙인 찍힐라.. 편견에 막힌 '정신과 진료' 알겠슘돠 17/05/23 1844 0
5260 정치김동철 "부결 책임론 어이없어..金 잘못 없어, 문제는 文대통령" 7 tannenbaum 17/09/12 1844 0
5264 기타(조.중.동 주의) 북한과 러시아의 신(新)밀월관계 empier 17/09/12 1844 0
20368 사회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낸 기부금도 회계 누락한 정의연 1 empier 20/05/24 1844 0
9619 사회한진총수일가 자택서 미신고 수입명품들 나와… 소환 가능성 1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8/04/23 1844 0
10901 사회의사 대신 예비군훈련 간 제약회사 직원.."자발적 행동" 주장 14 알겠슘돠 18/06/21 1844 0
10903 정치드루킹 수사팀 '구인난'..특검 출발부터 난항 4 알겠슘돠 18/06/21 1844 0
10138 사회공임 '1300원 인상' 탠디 파업, '절반의 승리'인 이유 1 알겠슘돠 18/05/15 1844 0
18844 사회학대로 숨진 7개월 아이 두개골 골절…미혼모 "던졌다" 5 swear 20/02/24 1844 0
34717 정치윤대통령 "원폭 위령비 참배 너무 늦어 송구" 5 덕후나이트 23/05/20 1844 1
8606 사회횡단보도서 아이 잃고도.. 교통사고로 인정안돼 두번 웁니다 알겠슘돠 18/03/14 1844 0
9118 사회담배 네 갑 훔쳐 경찰 조사받던 고등학생 스스로 목숨 끊어 3 알겠슘돠 18/04/05 1844 0
10656 사회'삼성노조와해' 수사, '상부 보고' 진술 확보..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곧 소환 Credit 18/06/06 1844 0
6050 사회해병대, '집게로 혀 당기기' 가혹행위 부사관 구속영장 1 tannenbaum 17/10/26 1844 0
34210 사회모텔 침대에 진드기·빈대 '꿈틀'…사장 "청소했다, 환불 안 돼 3 swear 23/04/12 1844 0
33955 사회이인규, ‘협박 수사’가 자랑인가 5 과학상자 23/03/26 1844 0
8868 사회'노란 승합차' 독점 현대차에 뿔난 어린이집·유치원·학원 6 맥주만땅 18/03/27 1844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