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 케이스가 아니라도 좀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스토킹 범죄에서처럼 이전에도 비슷한 행위로 타인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게서 추가 범행이 우려되거나, 치료받지 않은 정신질환자가 심신미약인 상태에서 이미 타인을 해쳤는데 추가적인 범행의 위험이 있을 때,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추가적인 비극을 맞았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죠. 다른 사람을 해칠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과정을 공개할 정도로 범행의 고의가 뚜렷해도 공권력이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못한다는 건 좀 그래요. 물론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증거인멸이나 도주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능성, 우려만으로도 한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뭔가 보완적인 제도가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해요. 한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국가가 법관의 재량을 인정했다면,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에도 무게를 두어 재량을 인정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지은 죄에 맞는 처벌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는 살인 예비음모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저런 인터넷 글이 딱히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보긴 어렵고
준비과정 공개라는 것도 오히려 그 공개라는 점이 진지한 계획인지
인터넷 어그로인지 분별이 쉽지 않지요.

증거인멸이나 도주위험은 구속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것일뿐
그 사람이 구속되는 이유는 그냥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때문인게 아니라
본인이 이미 저지른 범죄의 수사를 위해서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능성, 우려만으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게 아니죠.
그리고 저기서 말하는 증거인멸에는 피해자에 대한 회유 협박 살해등
인적증거 인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요지는 예비 범죄를 처벌하자는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해칠 위험이 높아보이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바뀔 필요는 있지 않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꼭 형사소송법의 구속이라는 제도가 아니라도, 위해 우려가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위험을 차단할 만한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거에요. 물론 사람의 내심의 의사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일어나지 않은 일의 가능성 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겠지만, 법관의 판단 정도로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법관도 틀릴 수 있지만, 그 정도의 신뢰와 재량을 받는 사람들이긴 하니까요. 이석기 사건을 잘 모르는데, 내란음모에 대해서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가 2심 이후 무죄로 선고되었으며 대법원에서 내란음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확립되었네요. 형사 처벌과 다르기는 하지만,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조처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도 세밀한 판단 근거들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