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04/02 20:31:03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사는 게 x같을 때 떠올려보면 좋은 말들
친구 A가 등산로에서 우연히 동행하게된 중년의 여성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인생은 견뎌내야할 고통이 아니라 살아내야할 신비랍니다. 그분의 우아한 음성과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등산으로 인한 약간의 산소결핍이 어우러져서 A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나봅니다. 그 한마디 말 덕분에 그 친구는 지난 십여년 간 꽤 긍정적인 기분으로 여러 어려운 일을 견딜 수 있었답니다.

마태복음의 한 구절을 좋아합니다. 대충 [가능하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내 뜻대로 하지는 말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뭐 이런 말입니다. 특히 앞부분을 좋아합니다. 내게 떨어진 이 운명이 x같지 않다고 강변하지 않지요. x같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뿅 바꿀 수도 없습니다. 주어진 십자가를 들고 가는 용기있는 실존의 원형이라고 생각합니다.

B에게 들은 말입니다. 큰 파도와 작은 파도와 멋진 파도와 초라한 파도가 서로 질시하고 무시하며 왁자지껄하지만 언젠가 다 부서져 바다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돌아간다는 말도 옳지 않습니다. 파도는 애초에 바다에서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파도는 바다가 자기 자신을 보고 느끼는 감각기관으로 바다와 한몸입니다.

우리는 우주의 감각기관으로 우주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돌기입니다. 자기가 자기 몸을 감촉하며 기뻐하는 것을 자위행위라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주 구석구석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는 것은 사실 우주가 자신의 감각기관을 가지고 자기 몸을 만지작거리고 핥짝거리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코스믹 마스터베이션(cosmic masturba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가만 생각해보면 살아서 밥만 먹어도 즐거움이요, 눈알만 굴리고 있어도 즐거움이요, 나아가 의식이 돌아가고있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주자위대입니다.

친애하는 대원 여러분. x같은 일은 매일 생깁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누구하나 할 거 없이 자랑스런 우주자위대 소속입니다. 이 점 잊지 마시고 매일매일 발기차게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A와 B는 모두 실존인물입니다. 제가 지어낸 이야기 아닙니다. 일상생활 쌉가능합니다 ㅇㅇ)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4-13 07:3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1
  • 만물성애라는 긍정마인드는 추천합니다.
  • 격리는 옳돠
  • 지온나조쿤요!
  • 추천을 누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 와우..새로운시각...
  • 코스믹 마스터베이션에서 X랄을 탁 치고 갑니다
  • 영화 소울이 생각나는 글이네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98 문화/예술브로드웨이와 인종주의 - 흑인 배우가 앙졸라스를 할 때 16 코리몬테아스 17/08/22 8938 8
827 과학블록체인의 미래 - 2018 기술영향평가 보고서 2 호라타래 19/07/03 7122 24
1416 기타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20 20
134 문학비극적 영웅의 조건 7 팟저 15/12/25 6835 6
97 정치/사회비동시성의 동시성과 한국의 페미니즘 40 난커피가더좋아 15/10/31 8283 6
1308 일상/생각비둘기야 미안하다 14 nothing 23/06/29 2743 10
193 의료/건강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이야기 20 모모스 16/04/25 11945 13
1344 일상/생각비오는 숲의 이야기 38 하얀 23/12/14 2667 56
1172 정치/사회비전문가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향후 추이 예상 20 호타루 22/02/28 4878 28
932 정치/사회빌게이츠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NEJM 기고문 (시론) 16 Zel 20/03/11 5643 13
1347 일상/생각빙산 같은 슬픔 10 골든햄스 23/12/17 2313 37
1302 일상/생각빨간 생선과의 재회 13 심해냉장고 23/05/21 3159 22
649 문학빨강머리 앤 : 캐나다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12 구밀복검 18/06/16 7959 15
99 일상/생각삐딱하게 사는 것, 사실은 세상이 내게 원한 것 41 난커피가더좋아 15/10/25 8027 11
1016 창작사귀지도 않고 헤어진 제 친구의 연애 아닌 연애 이야기 33 아침커피 20/10/12 6941 17
1077 철학/종교사는 게 x같을 때 떠올려보면 좋은 말들 34 기아트윈스 21/04/02 8002 31
86 역사사도 - 그 때 그 날, 임오화변 16 눈시 15/10/14 6588 8
83 역사사도 - 사랑치 않으시니 서럽고, 꾸중하시니 무서워서... 7 눈시 15/10/08 6073 7
87 역사사도 - 역적이되 역적이 아닌 8 눈시 15/10/16 5953 8
84 역사사도 - 지옥으로 가는 길 5 눈시 15/10/09 6121 4
112 역사사도세자의 아들 - 홍씨와 김씨 (1) 7 눈시 15/11/08 6189 9
588 문화/예술사라진 세계, 우아한 유령(Vanished World, Graceful Ghost) 9 하얀 18/02/06 7924 16
665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20 기아트윈스 18/07/19 5924 44
441 기타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 11 소맥술사 17/06/01 6391 35
523 기타사랑. 그리고 자립성과 구속성의 균형 - 도날드 위니캇의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16 호라타래 17/10/04 7064 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