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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6/13 11:41:01
Name   플레드
Link #1   https://www.aljazeera.com/features/2021/6/10/why-is-populism-so-unpopular-in-japan
Subject   외신기사 소개 - 포퓰리즘 정치인이 일본에서 등장하기 힘든 이유
외신 기사를 번역해야겠다고 글을 쓰려고 시작하니 이렇게 마음먹은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전에도 좋은 기사를 읽을 때마다 '이거 번역해서 올리고 싶다' 생각하고 번역하다 슬슬 양이 적지 않아 보일 때 쯤, '외신 기사 무단으로 번역해서 게시글 올리는거 저작권 문제 있는거 아닌가?' 생각들어서 찾아보니 역시나 저작권 문제될 소지가 있고 이를 스스로 변명삼아 슬쩍 묻어갔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걸 또 까먹고 호기롭게 기사를 번역해서 올리겠다고 스스로 박제까지 해 버렸으니.

먼저, 혹시라도 저 같이 외신을 번역해서 올리시려는 분이 있을까봐 설명하면 대부분의 외신 기사는 한국이 가입한 국제조약에 의해 저작권으로 보호받으며, 그 번역문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 하더라도 해당 매체의 명시적 허락이 없이 공공에 게시할 경우, 상업적 목적이 아나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하려는 알자지라 영문판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이를 진행할만한 계획도 없어 보이므로 문제 삼을 여지는 적어 보이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홍차넷과 같은 대형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 위험을 피해 기사 전문을 번역하는 대신, 기사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기사가 올라온 알자지라(Al jazeera) 미디어네트워크를 소개하면, 1994년 영국 BBC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합작하여 TV 방송국을 시작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검열이 심해지자 BBC가 사업을 포기했고 이를 카타르 국왕이 사들여 1996년 카타르 도하에 본사를 두고 중동(middle east)지역 다른 왕조나 정치세력의 검열이나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알자지라 TV방송국을 설립하였습니다.
이렇게 아랍지역 외에는 큰 인지도가 없던 알자지라였지만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소식을 직접 전하며 서방세계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지금은 TV방송 뿐만 아니라 아랍어, 영어, 매거진 등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최근과 같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이 격화되면 별도 세션을 만들어 관련 기사를 제공할 정도로 기본적으로는 중동지역언론이지만 유럽, 미국 뿐만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소식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자 알자지라 영문판 대문


오늘 소개할 기사는 2021년 6월 10일 알자지라 영문판 인터넷 기사 '왜 일본에서 포퓰리즘은 인기가 없나' 입니다.
일본 뉴스 몇 개 검색했더니 구글 추천뉴스에 뜨는 걸 보고 접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메이저 언론사도 아닌 알자지라에서 일본의 최근 사건이나 동향을 전하는 기사가 아니라 일본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등장하기 힘든 정치, 사회적 특징을 일본에 거주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여 비교적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서 기사 링크와 간략한 기사 내용,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https://www.aljazeera.com/features/2021/6/10/why-is-populism-so-unpopular-in-japan

기사에서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단어를 제가 아는 포퓰리스트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듯 한데, 이 말이 최근 많이 쓰이지만 실제로 무엇을 지칭하는지 통용되는 정의가 없다고 지적하며, 일반적으로 스스로 'the people'을 대변하며, 사회의 필연적 진보를 가로막는 부패한 정치 엘리트들에 맞서 싸우는 정치 지도자들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포퓰리즘이 역사적으로 북아메리카나 유럽 국가들보다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등장했다고 하며 몇 가지 원인을 분석합니다.


구글 Ngram 검색 'populism' 단어 빈도수 변화 그래프

1. 포퓰리스트와 같은 아웃사이더가 등장할 수 없는 일본의 정치적 환경
  1980년대 중반, 나카소네 야스히로(1982년 ~ 1987년 총리 재직) 당시 일본 총리는 미국 레이건, 영국 마가렛 대처와 같은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 철도, 전기전화 공사들을 여러 개의 회사로 나누면서 민영화 시키고, 세력이 크고 급진적이던 공공노조들을 탄압하여 와해시킵니다. 이렇게 각 회사 별로 나뉘어지고 보수화된 노조들은 세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대규모 투쟁이나 파업의 동력을 상실하고 임금협상이나 작업장 내 안전과 같은 문제에 집중하였고,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을 바탕으로 한 풀뿌리 상향식 정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1955년 일본 내 가장 큰 라이벌 정당이던 일본 자유당과 일본 민주당이 합당하여 구성된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으로, 앞서 언급한 사회운동에서의 정치참여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경의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이 크게 높아져 정치 아웃사이더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2. 지나치게 양극화 되지 않은 일본 국민들의 사회적 환경
  일본도 지난 20년 간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여러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연금, 실업급여,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유럽이나 미국정도의 불평등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경제, 문화가 도시-농촌으로 양분화 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본은 정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농촌에 재정지원을 하여 양극화 정도가 덜합니다. 도시-농촌 양분화가 심화되면 농촌 사람들은 경제, 문화적으로 잊혀지고 낙후된 사람들로 인식되고 불만이 가중되지만 일본 도시 사람들은 주말마다 농촌지역을 방문하여 음식과 문화를 즐기면서 경제적, 심리적 유대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장려하였고 도시, 농촌사람들 스스로의 차별의식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렇게 양극화 되지 않은 도시-농촌지역의 인식은 서로를 적대시하고 인기를 끌어야하는 포퓰리스트들이 자리잡게 힘들게 하였습니다.

3. 정치적으로 무시받는 이민자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민자들(또는 난민들)이 크게 증가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치인들이 이에 따른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이민자들의 수용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포퓰리즘이 주목받게 되었다면, 일본은 이민자들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지만(한국은 2019년 기준 체류외국인 약 250만명, 전체 인구대비 약 4.8%) 정치적으로는 언급되는 일이 거의 없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듭니다. 이유는 유럽과 미국은 결국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기존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킨다면 일본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4. 일본 정치에서 포퓰리스트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하지만 이런 일본에도 비교적 포퓰리스트로 여겨지는 정치인이 있으니, 한국에게는 꽤나 익숙하지만 다소 의외인,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입니다. 고이즈미는 일본 자민당의 다른 정치인들과는 차별적인 정치스타일로 포퓰리스트의 이미지를 얻었고, 고이즈미 내각이 핵심공약으로 추진하던 2005년 일본 우편사업 민영화가 우편행정 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집권하고 있던 자신의 자민당 내에서 법안 반대표가 속출하자 중의원 해산의 강경기조를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리버럴 경향이라고 알고 있던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포퓰리스트라는 주장에 갸우뚱 하기도 했지만, 고이즈미가 한국에 유명한 게 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뉴스에 나왔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정치 고비마다 신사 참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기도 하네요.
(기사에는 관련 내용이 많은데 일본 국내 정치 내용이고 기사 전체 흐름과도 거리 있는거 같아 여기까지만 소개합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기사 본문과 일본 우정 해산 관련 위키피디아를 참고해주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EC%9D%BC%EB%B3%B8%EC%9D%98_%EC%9A%B0%EC%A0%95%EB%AF%BC%EC%98%81%ED%99%94

앞선 고이즈미 총리의 예와 같이, 주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포퓰리즘이, 일본에서는 기존 정치 체제를 뒤엎거나 반대하는 독립적인 그룹을 형성하기보다 일본 자민당 내에서의 정치인 개개인의 정치스타일로 나타나거나 중의원 우정해산과 같이 오히려 기존 정치세력을 공고히 하는 예상 밖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별개의 정치세력화 되지 못하고 일본 자민당 당내 계파싸움이나 힘겨루기 수준에서 정리되고 있습니다.

5. 마치며
  본문 기사는 미국 트럼프, 유럽 극우 포퓰리즘과 일본 포퓰리즘에 대한 비교지만 기사를 읽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과 비교하여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일본 정치에서 노동, 사회참여로 인한 정치인의 등장이 없어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으로 포퓰리즘 정치가 등장하지 못하는 토양이 조성되었다면, 일본과 반대로 민주화,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한국의 7,80년대와 이를 통해 집권한 정치세력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인과관계에 따른 당연한 귀결일까요. 영토가 작고 직사각현 모앙으로, 봉건제를 거치면서 지역 특색이 남아있는 일본과 달리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제가 강한 한국에서 도시-농촌의 양극화와 박탈감은 피할 수 없는 지리적 한계일까요. 부동산 정책, 지역, 세대, 성별갈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지만 이런 갈등을 완화시키려는 노력보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 오히려 더욱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정치인들 속에서 혐오마저 혐오하게 되었다면 모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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