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11/29 14:23:12
Name   고양이카페
Subject   둘째를 낳았습니다.
한시간 전 와이프가 둘째를 낳았습니다.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곰곰히 생각하니,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으로 저희 부부가 수혜를 보는 금액은 도합 300만원 내외입니다. 올해 만 31세인 저와 만 29세인 와이프의 근로소득 합계는 5천 이하이며, 서울 거주 무주택자입니다. 저는 이 지원금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산후조리와 양육입니다. 산후조리원 2-3주에 500만원은 훌쩍 나가고, 산후조리원을 안가도 산후조리도우미를 고용하면 월 100만원 가량 소요됩니다. 그마저도 한달만 지원금이 나오고 2개월째부터는 월 220만원을 줘야 도우미분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와에프는 제왕절개했는데, 병원에서 최소 6주간은 가사노동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남편의 출산휴가는 주말포함 10일입니다. 남편의 육아휴직은 무급입니다. 의사와 정부정책만 봤을때는 엄마의 가사노동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남편이 가정에 기여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모아둔 자산이 없고서야 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오른 전세값으로 제1금융권 신용대출까지 받은 저희 부부는 제2금융권이나 주변 가족의 도움을 구해야합니다.

티비에서는 연예인 엄마들이 예쁜 조리원에서 요가도 하고 마사지도 받으며 몸매관리를 시작합니다. 그런 조치를 해주지 못하는 제가 못나게 느껴집니다. 의사들은 산후 6주간이 몸매회복의 골든타임이라고 합니다. 와이프는 괜찮다고 하지만, 첫째 낳고 나서 결혼전에 입던 옷들을 정리하던 모습이나 쇼핑하다가 마음에 든 옷의 사이즈가 없어 속상해하던 와이프의 모습이 기억나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유튜브, 육아서적, 의사선생님들 의견은 공통적으로 최소 3년 동안은 부모가 직접 양육해야한다고 합니다. 와이프나 저나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몇 개월전 부터 집근처 주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10여곳을 알아봤습니다. 금액은 최소 월 100만원 가량 소요되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오후 3시까지 밖에 영업하지 않고 가까운 가리는 자리도 없습니다. 모아둔 자산이 없는 저희 부부는 의사의 권고대로 키우지도 못하며, 어린이집에 운좋게 맡기더라도 오후 3시에 애기를 데려올 방법이 없습니다. 저와 와이프중 한명이 휴직하거나, 이모님을 고용하거나, 주변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지금은 주변 가족들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2년이 지나면 상승한 전세값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이사해야할겁니다. 일가족이 다같이 이사하는게 아닌 이상 제가 셋째를 염두에 둘 일은 없습니다. 저출산 예산이 200조라고 하는데, 전혀 체감되지 않으며 몇몇 프로그램은 산모가 직접 신청해야지만 지급해줍니다. 애기를 갖는데 장애요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결혼은 강력히 권장하고 다닙니다만, 애기는 갖지 말라고 합니다.

저출산예산이 와닿지 못하는 이유는  1. 금액이 짜잘짜잘합니다. 건당 20-30만원 단위이며, 주택문제나 생활비문제의 답이 되지 못합니다.  2. 양육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위탁시설은 오전8시부터 오후 7-8시까지 해야 맞벌이 부부가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3. 정책설계가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기본 전제부터가 맞벌이부모가 애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 모아둔 자산이 없는 20대-30대초반 부부가 애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합니다. 물론 난임시술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이제 와이프가 병실로 옮기내요.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저는 부동산과 저출산대책 두개만 보려고 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12-14 09:3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2
  • 필요한것을 잘 정리해주신 듯 합니다. 우리나라 저출산대책에 적지않은 예산이 편성되어 있을텐데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5134 34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316 33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958 32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195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2307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186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816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2114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1126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409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274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616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260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165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789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608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88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843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769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3021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2010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268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2075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285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839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