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2/05/02 10:07:23
Name   집에 가는 제로스
File #1   SmartSelect_20220501_090410_NAVER.jpg (113.9 KB), Download : 9
File #2   SmartSelect_20220501_090401_NAVER.jpg (105.0 KB), Download : 14
Subject   검경수사권 조정- 국가수사총량은 얼마나 증발하였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 경찰 미처리 사건 6만건 넘게 늘어

https://redtea.kr/news/29274

2021년 미처리 사건 수 24만6900건
전체 접수 사건 4.7만건 줄었지만 미처리 늘어

201만1256건의 사건을 접수했으나, 이 가운데 24만6900건(12.27%)을 처리하지 못한 것

▲2017년 5.53%(215만1659건 가운데 11만9062건) ▲2018년 6.08%(201만9242건 가운데 12만2877건) ▲2019년 7.12%(213만2934건 가운데 12만1894건) ▲2020년 8.98%(205만8268건 가운데 18만4966건) ▲2021년 12.27%(201만1256건 가운데 24만6900건)

뉴스 게시판에 이런 기사가 있었죠. 심각한 문제인데 막상 이런 명확한 근거가
수치로 제시된 기사에서는 댓글논쟁도 없습니다. 이런 것이 '본인의견에 불리한 정보를 미리 회피하는'
현대인의 진영논리 수행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저는 위 기사를 보면서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미처리 사건이 [고작 6만건], [3%남짓] 늘어났다고?

제 체감은 절대 그정도 비율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고작 그정도 문제라면
제가 그동안 엄살을 피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겠죠. 물론 3개월 걸리던게 11개월 걸리는 것도
문제겠지만 '년'을 넘어 지연되는 사건빈도가 겨우 3%증가하는 수준일리가 없었습니다.

자세히 기사를 들여다보니 답이 보이더군요.

[접수건수가 4.7만건 줄었음에도]

말도 안되는 일이죠. 검찰의 직접수사가 폐지됨에 따라서 경찰의 접수건수는
훨씬 훠얼씬 훨씬 많이 [늘어났어야] 합니다. 그런데 접수건수가 줄었다고?
경찰놈들 바쁘다고 하는게 다 엄살? 이상하죠. 경찰 일 많아진 건 그냥 눈에도 보이는건데
접수건수가 줄었다고?

여기서 형사사건 진행 체감과 일치하는 현상이 보이는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경찰에서 사건 접수를 거부하는 겁니다.
'이거 안되요' 라고 돌려보내는 일이 아주 폭증한거죠.

그게 가능해? 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네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문서로 써서 내지 않으면 가능합니다.

좀더 납득하기 쉽게 고쳐드리면 누가 소란을 피우거나 부부쌈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서 출동했을 때 경찰이 '진짜 고소하시겠어요? 좋게좋게 하시죠'
를 좀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출동기록은 남지만
사건 접수는 안되는거죠.

지금까지도 가능했고 앞으로고 계속 가능할 일이죠.
고소장을 문서로 써서 내는 것도 안받고 돌려주면서 가라고 하면
거기서 아니다 나는 이거 불기소되도 낼거다 라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접수가 안됩니다. 이용구 택시기사 상해건처럼 '이건 안받은 걸로 할게요'
라면 된단 말이죠.

그래서, 그럼 도대체 이런 '사실상의 접수거부'는 얼마나 되는걸까요?
의뢰인들의 하소연 빈도를 보면 체감은 매우 높습니다만,
직접적인 통계를 낼 수는 없는 종류의 문제죠.
결국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저는 다른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 두가지 수치의 관련성을 주장할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하시는 경우에는 제가 어떤 단계에서 오류를 범했는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732

1. 2021.의 범죄피해건수는 예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합니다.

2. 검경수사권 조정전에는 형사사건이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과 검찰에 접수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3. 검찰 직접수사권이 사라졌으므로, 기존 검찰접수 사건이 줄어든 정도의 사건이
경찰에 추가로 접수되어 접수건수는 크게 늘어나야 합당합니다.

4. 2020. 검찰접수 사건수는 240만건. 2020. 경찰접수건수는 205만건입니다.
2021. 검찰의 접수사건수는 154만건. 86만건의 사건이 줄어들었습니다.
검찰접수가 86만건이 줄어들었음에도 경찰접수도 6만건이 줄어들었죠.
최대 92만건의 국가수사총량이 증발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형사접수 건수의 거의 50%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실제 피해발생 수를 기준으로 보면 33%정도 되겠군요.

다만 그렇다면 2021. 범죄건수가 290만건 가량 되었다는 의미가 되므로
1. 전제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체감상으로도 50%정도는 아닙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미처리 건수가 겨우 6만건 늘어났다는 관점은 2021. 범죄가 갑자기
20%가량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됩니다. 즉 이 또한 합리적인 평가일수가 없습니다.


5. 검찰접수건수는 경찰접수건수와 중복된다는 관점에서 살펴봅시다.
2020. 검찰접수 사건수는 240만건. 2020. 경찰접수건수는 205만건입니다.
수사권 조정전에는 경찰접수건수는 무조건 검찰로 넘어가야하는 것이었으니
검찰 직접접수(경찰을 거치지 않은) 건수는 35만건 정도라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2019.의 경우 검찰접수 20만건, 경찰접수 213만건으로 검찰 직접건수 37만건. 다른 기간에도 대동소이함)

6. 그렇다면 2021. 경찰접수건수는 35만건 가량 늘어났어야 정상적인데, 반대로 5만건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40만건 정도의 접수거부가 늘어났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20. 형사건수 240만건과 비교해보면
46만건의 거부+미처리 증가. 대충 20%정도의 거부 지연이 있군요. 체감 빈도와도 거의 일치합니다.

240만 범죄건수 중 40만건의 범죄자들이 수사도 받지 않고 활개치고 있고
그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의 보호를 박탈당한 채 신음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를 넘기지 않은 지연의 피해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형사기능의 20%가 형체도 없이 증발한 것이죠.

3%정도 문제가 있다더라 라고 생각하면서 판단하시면 안된다는겁니다.
20%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서 판단을 하셔야 하는 겁니다.

----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논의에 대해 제 입장은 명확합니다.

민주당정권의 이 비리방탄법, 수사증발법에 찬성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악랄하거나' 둘 중 하나의 이유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악랄한 사람이 그리 많을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행이 많지요.

중세교회에서는 페스트 병균의 존재와 전파경로를 몰랐기에 페스트가 창궐할때
사람들을 교회에 모이게 하여 신께 기도드렸습니다.
무지가 악의보다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악의는 숨기기 어렵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선의는 선의로서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는 자로서, 침묵은 양심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대답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인이기 이전에 아는 자로서도 자격미달이지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5-17 09:2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4
  • 알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견해, 잘 봤습니다. 많이들 보셨으면 하는 좋은 글이라 추천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4 일상/생각큰고모님 4 Schweigen 20/05/02 4603 27
957 기타출산과 육아 단상. 16 세인트 20/05/08 4592 19
460 역사삼국통일전쟁 - 2. 살수대첩 22 눈시 17/06/26 4587 14
1149 정치/사회노인 자살률은 누가 감소시켰나 10 구밀복검 21/12/06 4584 32
988 문화/예술지금까지 써본 카메라 이야기(#03) – Leica X2 (이미지 다량 포함) 12 *alchemist* 20/07/23 4581 7
459 일상/생각급식소 파업과 도시락 3 여름 소나기 후 17/06/30 4581 5
1174 문화/예술한문빌런 트리거 모음집 27 기아트윈스 22/03/06 4562 53
437 일상/생각[회고록] 그녀의 환한 미소 17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5/24 4551 13
1137 일상/생각마치츄카町中華 6 向日葵 21/10/18 4544 39
945 창작그 애 이름은 ‘엄마 어릴 때’ 14 아침 20/04/08 4541 12
1246 과학이번 카카오 사태에 가려진 찐 흑막.jpg 코멘터리 18 그저그런 22/10/25 4529 24
1091 정치/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완) - 성교육의 이상과 실제 18 소요 21/05/18 4525 27
424 일상/생각나도 친구들이 있다. 3 tannenbaum 17/05/03 4515 14
1052 정치/사회건설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13 leiru 21/01/13 4506 16
1004 철학/종교나이롱 신자가 써보는 비대면예배에 대한 단상 14 T.Robin 20/08/31 4506 6
1058 문학오늘부터 5월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는 20 순수한글닉 21/02/04 4503 24
1003 문화/예술한복의 멋, 양복의 스타일 3 아침커피 20/08/30 4489 5
390 일상/생각누군가의 운구를 함께 한다는 것 8 그럼에도불구하고 17/03/17 4484 23
1100 일상/생각안티테제 전문 29 순수한글닉 21/06/29 4475 34
1034 의료/건강심리 부검, 자살사망자의 발자취를 따라간 5년간의 기록 4 다군 20/11/28 4460 5
968 정치/사회미국 제2의 독립기념일과 트럼프 - saying the quiet part out loud 8 다시갑시다 20/06/12 4460 15
1159 경제OECD 경제전망 - 한국 (전문번역) 8 소요 22/01/06 4446 21
1195 정치/사회검경수사권 조정- 국가수사총량은 얼마나 증발하였나 36 집에 가는 제로스 22/05/02 4443 44
1118 기타정신분열증의 맥락 - 왜 타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가? 15 소요 21/08/20 4414 13
1051 정치/사회미국의 저소득층 보조, 복지 프로그램 칼웍스 5 풀잎 21/01/13 4406 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