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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5/13 23:46:09
Name   Folcwine
File #1   석탄가격.png (18.6 KB), Download : 7
Subject   최근 한전 적자에 대한 해설


한전의 1분기 7.8조원 적자가 많은 분들에게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적자는 작년부터 예상되던 부분이었지만 최근 원자재 급등세까지 겹치면서 규모가 상당히 커졌죠.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올해 예상되는 한전의 적자규모는 17조원이며, 최악의 경우 30조원까지 예상됩니다. 한전이 공기업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반복해왔지만 이정도의 적자 규모는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자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보니 정치와 연결지어서 설명하려는 글들도 많이 보입니다. 일부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1. 에너지 위기

에너지 위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난건 2021년이었습니다.

2021년 여름부터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유럽은 이때 폭염으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습니다. 전력소비는 계절성이 있어서 하계, 동계로 1년에 2차례 피크 시기가 옵니다. 2021년 겨울에 2차 위기를 겪지만 다행히도 추위가 약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이때 영국은 전기요금을 100% 가까이 인상하는 등 유럽 국가들은 수십% 전기요금을 인상합니다. 텍사스에서도 정전으로 큰 난리가 났었죠.

이제 다음 위기는 곧 다가올 여름입니다. 이 사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여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졌습니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에너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너무 빨랐기 때문입니다.]

태생적으로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의 변동폭이 매우 큽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수요에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믹스를 구성할 때 원자력, 석탄, 재생에너지를 기저발전으로 두고 가스발전을 통해 수요변동에 대응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예상보다 바람이 적게 부는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많이 낮았습니다. 그 부족분만큼 가스발전을 더 돌려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바람도 덜 분다"…유럽 풍력발전업계 울상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08180?sid=104

인프라를 새로 만드려면 당연히 수년의 시간과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탈화석연료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였습니다. 그래서 당장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도 다시 석탄, 가스의 생산량을 원하는만큼 늘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존 업계에 [탈화석연료]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기대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정책에 따라 언제든 퇴출대상이 될 수 있는 산업에 과감히 막대한 자본투자를 하는 바보는 없겠죠. 게다가 인력난, 자재난으로 물리적으로도 바로 증산도 불가능한 상황이고요.

시추공 늘린 美 셰일업계, 증산 못하는 이유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01332?sid=104

게다가 재생에너지 확대로 [그린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할수록 원자재 수급은 어려워지고, 전력수급은 불안정해지며, 이게 다시 원가를 상승시키는 것입니다. 전세계 공급망 대란이 에너지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단기간에 해소될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EU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까지 친환경 에너지로 포함된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당장 에너지가 부족하여 사람들이 추위나 더위로 죽고, 경제가 망가지고 있으니 [에너지 안보]가 탄소 중립보다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2. 우리나라는 어떻게?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게 좋은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석탄 가격입니다. 첨부한 그림은 호주 뉴캐슬 유연탄 가격입니다. 2020년 50달러였던 유연탄이 지금은 4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무려 8배의 가격 상승이며, 이건 생산량이 적은 희토류도 아닌 '석탄'입니다.

폭등 정도론 설명 못해...'미친' 유연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056715?sid=101

기사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가격이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이전 고유가 시기였던 2008년에도 석탄가격은 12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유가는 100불을 넘었는데 석탄은 2008년보다 3배 이상 비쌉니다. 한전의 적자폭이 이전에 발생했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이유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 생산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줄었던 수요가 회복되자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지금 세계 각국은 비싸더라도 에너지를 일단 확보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기후협약(COP26)도 어기고 있고, 석탄화력 발전량도 늘리고 있습니다.

에너지 위기는 작년부터 시작이었지만 6개월 후행하는 SMP와 공기업인 한전에 적자를 쌓는 식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합니다. 지금 상황은 구조적 문제이므로 단순히 요금만 인상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는 균형잡힌 에너지 믹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석탄, 원자력, 가스발전이 각각 유의미한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에너지원의 수급 불안에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습니다. 지금은 특정 발전원을 퇴출시키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에너지믹스 구성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달성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매년 주기적으로 순환정전을 겪고 막대한 산업피해를 감수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유럽의 국가들은 수십% 전기요금을 인상하였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작년 대비 17% 전기요금을 인상하였습니다. 당분간 연료비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높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력산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내수만 하는 규제산업으로 에너지산업이 계속 존재한다면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도 계속 그저그런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0년간 애매한 상태에 놓여있던 전력산업입니다. 철도에서 코레일, SR이 나뉘어 운영하며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20년간 이어져왔습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계속 방치하는건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오히려 공기업들을 다시 합쳐서 제대로 수직계열화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타 전력회사들처럼 해외사업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매출 다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단순 저가 수주로는 중국과의 경쟁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과거 UAE 원전 수출처럼 전방위적인 밸류체인에서 다양한 기업과 정부가 협업하여 경쟁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는 만큼 쉽지 않은 길입니다. 당장 요금을 인상하는 것조차 매우 부담가고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은 존재하고, 단순히 정치 싸움으로 가서는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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