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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9/20 23:30:34
Name   카르스
Link #1   https://www.kdi.re.kr/share/conferPtView?sd_no=2133&pp=6&year&month&sm_no=531
Subject   한국 수도권-지방격차의 의외의 면모들

한국의 수도권 - 지방격차는 흔히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됩니다. 수도권에 절반이나 사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지역격차의 실질적 양상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한국의 수도권-지방 격차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편인지, 과거대비 심해졌는지는 생각보다 판단하기 복잡한 문제고,
비수도권 내부도 광역지자체별, 도시규모별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 한번 각잡고 시리즈글 쓰려고 했는데, 논문 수십개 인용해가며 글 쓸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접한 KDI의 지역격차 관련 영상을 소개해 보렵니다.
결론은 거점형 지역발전을 하자는 흔한 제안에 불과한데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인용하는 자료가 흥미로운 동시에 통념과 다른 부분이 많았고,
무엇보다 제가 글 썼다면 인용했을 자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못쓴 글 일부나마 건진다는 느낌으로 한번 소개해봅니다.

한국 인구가 2019년에 자연감소를 시작했고, 그 상황에서 수도권이 인구로는 2019년에, 
경제력으로는 2015년에 절반을 돌파한지라 지방이 죽어간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성토가 강해진 상황인데요.
여기까지는 다들 아는 이야기인데, 여기서부터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전국 이동률의 급격한 감소를 언급합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이촌향도 때문에 급격하게 높아진 지역 간 이동률은 
1990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고, 최근에는 50여년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애초에 이촌향도기가 1990년대 즈음에 끝난지라 자연스러운 트렌드이긴 합니다.
인구이동률이 높은 청년층 상대 인구비율이 고령화로 줄어드는 나쁜 요인도 있고요. 




그러면서 1980-1999, 2000-2019년의 광역시도 간 인구이동 지도를 비교하면서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이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고 밝힙니다.
인구이동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양상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하는데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촌향도기와 비교해 인구유출이 줄어든 건 당연합니다.
다만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양상이 근래의 일은 아니며, 과거보다는 오히려 약해졌음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수도권 인구비율은 1960년 21%, 1970년 29%, 1980년 36%, 1990년 43%로 이촌향도기에 10년에 7~8%p씩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다가
2000년 46%, 2010년 49%로 집중속도가 10년에 3%p 상승으로 약해졌고, 이것은 더 약해져
2020년 50%, 2030년 51%, 2040년 52%, 2050년 53%(2030년부터는 예정)로 10년에 1%p 상승까지 약해집니다. 
수도권 인구집중속도는 오히려 과거보다 느려졌어요. 

그리고 같은 비수도권인 강원, 충청, 호남은 인구유출이 확실히 약해졌는데 
홀로 추세가 그대로인 영남지역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은 1인당 GRDP(지역Region별 1인당 GDP로 생각하시면 됩니다)가 낮은 지역일수록 심했습니다.
지역경제가 약할수록 인구유출이 심하다는 상식적인 결론인데요.

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비수도권도 충청, 강원, 제주는 인구순유출이 없거나 약하게나마 순유입되고 있습니다. 대전은 유출이 심하지만 세종, 충북, 충남의 유입이 상쇄하고. 
진짜 인구 순유출 심한 지역은 영호남이고요.
인구 순유출로만 따지면 비수도권도 충청-강원-제주와 영남-호남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모든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빨린다고 알고 있으면 지역정책 세울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 추세에 울산(GRDP 높은데도 유출 심함), 제주/강원/세종(GRDP 낮은데도 유출 약함)의 예외가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보이고.
 
그리고 1985-2000년엔 1인당 지역총생산(GRDP) 기준으로 봤을 때
GRDP가 낮은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아서 지역격차가 줄었는데,
2000년-2015년엔 1인당 소득 기준으로 소득이 낮다고 성장률이 높지 않아 지역격차가 줄지 않았음을 언급합니다.

왜 기준이 한쪽은 GRDP고 다른쪽은 소득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한국 지역격차가 2000년 즈음까지는 줄어왔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감소추세가 멈췄거나 도리어 격차가 늘어났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요.

이렇듯 지역격차의 추세가 시기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의 지역격차가 과거보다 약해졌는지 심해졌는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기준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약해졌다고도, 심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제일 놀라운 부분인 국제비교.
한국은 광역지자체 단위든, 기초지자체 단위든 지역격차가 OECD에서 양호한 편입니다. 광역지자체는 낮은 쪽으로 1위(...)
이 상대적 위치는 2008년이나 2018년이나 거의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이 통계에도 불구하고 지역격차가 왜 심하다고 생각할까요?
서울을 선망하고 지방을 낙후되었다고 생각하는 서울중심적인 심상 때문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지역격차가 심각해서?
조그마한 격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인들의 가치관 때문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지역격차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그동안 광역지자체 간 격차는 줄어왔지만, 기초지자체 간 격차는 커졌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기초지자체 단위로 지역격차를 줄이는 건 타국 사례상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지역발전을 거점도시들 위주로 하고 그 파급효과가 인접 지역에까지 미치게 하는 거점정책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집적경제의 효과를 이야기하면서
일반기업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지만, 혁신형 기업이나 혁신성장기업은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몇몇 대도시 주변에 몰려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혁신형 기업은 수도권을 넘어 천안-대전까지 이어지는 벨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혁신성장기업도 천안-대전 라인과 춘천에 몇 보이고요. 
네. 혁신의 측면에서 한국은 수도권을 넘어 수도권-대전까지 연결된 벨트가 형성 중입니다. 
수도권의 낙수효과가 충청도와 강원도 일부까지 넘어가는 게 보입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개발에서 거점도시 전략은 강조하는데, 저자는 그 전략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광역시 인구들이 인천을 제외하면 죄다 감소하고 있고, 청년층 추이는 더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으로 전국 단위로 청년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이라 그 효과를 통제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저자는 거점도시의 파급효과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광역도시 등의 거점도시에 인구, 산업,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전략으로 파급효과를 내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말했듯이 결론보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더 흥미로운 발표였습니다. 
한국의 지역격차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인데, 복잡한 양상을 빨리 알아차려야 제대로 된 발전전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지역균형 담론도 업그레이드가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10-04 12:0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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