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4/01/01 01:26:40
Name   쉬군
Subject   안녕! 6살! 안녕? 7살!!
2024년 새해가 밝았고 제 아이는 7살 (만 6살)이 되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최고 형님반으로 올라가고 내년이면 학교를 갈 나이죠.

다만, 몇번 글을 쓴적이 있지만 여전히 저희 아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느리고, 조금 특별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매년 저희 아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었어요.

말이 늦었던 저희 아이여서 5살까지는 저희 아들이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소원을 빌었고 50개월에 말을 시작했죠.

그리고 작년에는 특교자로 입학한 유치원에서 큰 사고 없이, 그리고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길,

욕심을 부리자면 엄마아빠와 짧게나마 대화라도 할만큼 말이 늘었으면 좋겠다..정도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 결과로 올해 저희 아이가 너무 귀엽다며 예뻐해주시고 매일매일 사랑이 가득한 장문의 카톡을 보내주는 선생님들 만나고, 또래 친구들과의 사회성이란게 없는데도 옆에서 놀아주고 챙겨주는 멋지고 예쁜 친구들을 잔뜩 만났습니다.

엄빠와의 대화는...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원하는 의사표현은 확실히 하고 가끔 기분내키면 엄빠가 묻는말에 대답도 해줍니다.

아, 지가 필요한건 확인히 이야기 합니다. 에버랜드를 가고 싶다거나, 동물원에 가고 싶다거나, 장난감이나 과자가 사고 싶다거나 뭐 이런...

물론 여전히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하진 않아서 서운하긴 합니다. 하원할때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대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고 하고 그래요.

감각이 예민해서 큰소리가 나거나 화려한 뮤지컬이나 영화같은건 보기 무서워하고 돌발 행동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아이는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유치원 수업시간에 잠시나마 착석도 할 수 있고, 친구들과의 활동에 같이 참여하고 친구들과 가끔은 놀이도 함께 한대요.

편식이 심해 고기, 소세지, 돈까스 같은게 아니면 입에도 안대던 아이가 유치원에서는 다른 반찬들을 조금씩 먹어 보기도 하구요.

말은 느리지만 한글은 친구들중에 가장 먼저 익혀서 혼자 유튜브 검색도 하고 유치원 친구들 이름 초성퀴즈에서 힌트 하나 안쓰고 1등도 했어요.

뒤늦게 6살이 되어서야 춤이 재밌는지 춤바람이 나서는 영상보면서 춤도 따라하고 장기자랑에서는 댄스 독무대도 끝까지 잘 해냈습니다.

얼마전에는 처음으로 편지를 써와서 엄마를 감격시키기도 했습니다.



아이에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그저 하루하루 잘 자라주는 것에 감사하며 지내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보여줄때마다 놀라움과 감격은 몇곱절로 크게 다가옵니다.

2023년 제가 빌었던 소원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저희 부부에게 안겨주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볼때는 6살인애가 저거 하는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라고 말 할수도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다 감사할따름이죠.

---------------------------------

그렇게 저희 저희 아이는 6살이 지나고 7살이 되었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긴합니다.

내년이면 학교를 가야하는데, 과연 학교를 가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주변 입학할 학교에는 특교자 TO가 있어 아이가 특교자로 입학이 가능할까요?

이제 학교에 가면 유치원과는 다른 사회생활이 시작될텐데 남들과 다른 저희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요?

저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걸까요?

등등의 걱정이 잔뜩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해봐야 해결되는건 없다는것도 잘 알고있습니다.

이제 7살의 아이에게 지금까지 해왔던것 처럼 최선을 다해 믿어주고 사랑해주는게 가장 중요하겠죠.

가끔은 저 고민들에 짖눌려 힘겨울때도 있겠지만 그때는 또 제 아이의 모습에 일어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

24년이 밝았습니다.

올해 7살의 아이에게 바라는 소원은 단 하나입니다.

엄마아빠와, 친구들과 대화하는 아이가 되게 해주세요.

혼자만의 세계를 깨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해주세요.

어떤 신께 올리는 소원인지 저도 잘 모르고, 이게 큰 욕심인줄 알지만 올해 꼭 이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리고 저희가족, 아니 이 글을 보시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도록 보살펴주세요.

새해가되고 한 살 더 먹더니 주저리주저리 말만 길어지네요.

저는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저희 아이를 꼭 끌어안고 인사해주어야겠습니다.

"안녕? 7살이 된 사랑하는 아들아? 올해도 잘 부탁해!"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1-16 08:3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9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빠로서도 7살이니까요 같이 크고 계시네요 보기 좋아요
  • 쉬군님 글을 보면 요즘 눈물이 ㅠㅠ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5142 34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322 33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961 32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197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2311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189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820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2116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1129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411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281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618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265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165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791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609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88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845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777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3025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2012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270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2078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287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841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