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5/01/19 23:18:01
Name   whenyouinRome...
Subject   저에게는 원칙이 있습니다.
https://redtea.kr/fun/67728 글을 읽고.

이미 홍차넷에서였든 이젠 로그인조차 하지 않는 pgr에서든 이미 읽었고 그 때 눈물을 또르르 흘렸던....

두 번째로 읽으니 저도 한 마디 쓰고 싶어지네요..

저도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맞았습니다.

제가 맞았던 제일 첫 기억이 다섯살인거 같으니 참 드러운 기억이 일찍도 있었네요..
아빠가 엄마에게 던진 사기 재떨이가 제 턱을 강타하고 찢어져서 응급실 같던게..... 아직도 그 상처는 남아있습니다.
참 서글픈 기억이죠....

그나마 네 살이 아니라 다행인가.. 그 때도 맞았을텐데...

뭐 그 뒤로도 맞다가 뒤지기 직전까지 맞았던것 같기도...

우리 홍차넷에도 저같은 슬픔을 가진 분들이 있으시죠...

링크 글은 엄만데 저는 아빠란 점이 다르긴 하지만...

하도 그렇게 쳐맞고 자라니까 뭐랄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그런 아빠 밑에는 그런 아들만 있다는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나봅니다.

그렇게 살기는 싫었으니까...

그래서 제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훈육할 때가 됐을 때 세운 원칙이 있습니다.

1. 내 감정이 안 좋을 때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다.

그런데 실수로 화를 내면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2. 내 감정이 안 좋을 때 아이가 잘못을 하면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야기 한다.

3. 체벌 전에 경고로 기회를 준다. (2회 경고 3회차 체벌)

4. 징계의 범위는 사전에 합의한다 (니가 앞으로 또 이런 잘못을 하면 발바닥 10대다. 종아리 20대다 등등)
그리고 절대 합의된 징계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5. 아이의 잘못 때문에 화가 났을 때 그 순간 아이를 체벌하지 않는다.
반드시 나의 감정이 가라앉고나서 아이를 체벌한다. (중요: 감정이 섞이면 체벌이나 징계가 아닌 폭력이 됨)

6. 절대 손으로 아이를 때리지 않는다.

7. 절대 발로 아이를 차지 않는다.

8. 밥 먹을 때 야단치지 않는다. (편식해서 하는 가벼운 잔소리 제외.. 이건 부모님들 다 인정하시죠??)

9. 체벌은 정해진 혹은 합의된 도구로 한다.

10. 아이가 잘못해서 징계를 받으면 나도 똑같이 받는다. (ex> 아이 종아리 10대 = 아빠 종아리 10대)

이런 원칙을 세우고 아들을 키우지만 그럼에도 저 원칙을 지키는게 참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거 다 지켰어요. 진짜 딱 하나 이번에 처음으로 어긴거 하나 있습니다.

아들이 징계 받으면 나도 똑같이 받는다>>> 평소엔 발바닥 때려서 나도 혼자서도 내 발 때리는데 이번엔 종아리를 때려서

혼자서는 도저히 못 때리겠어서 아내에게 부탁했더니 아들이 처음 종아리 맞았을 때 열대는 때려주더니 그 다음에 또 종아리를 맞아야 할 때는

"여보, 여보 정도면 진짜 잘 했다. 여보가 맞을 이유가 없는데 왜 맞냐? 난 못 때리겠다. 그리고 혼자서도 때리지 마라" 해서

어기게 됐습니다. 뭐 솔직히 맞기 싫어요 저도. 아프잖아요...ㅜㅜ

그 말 듣고 그래.. 그래도 나는 말도 안되는 폭력은 안쓰는구나.. 하고 위안 받긴 했습니다..

아들은 저에게 맞고 나서 30분 뒤에 깔깔대며 웃고 있습니다.

저랑 장난치며 웃어요. 그러다 종아리 건드리면 아야아야 아프다고~! 하며 짜증도 부립니다. 대신 잘못한건 인정합니다.
앞으로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건 안 믿습니다만...

전 3일은 기죽어 살았는데.... 대신 저 인간 내가 커서 보자 하며 이를 갈았지.....

그거 보며 행복합니다. 그래 내 아들이 뚜디맞고도 나 좋아하며 장난치는데 이보다 좋은 결과가 있나??

뭐 제 인생 목표였던 좋은 남편 좋은 아빠 되기에서 아내가 좋은 남편으로 얼마나 동의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전 제 원칙은 지키고 살았고 제 기준에 현재까지 좋은 아빠는 된 거 같습니다..

전 아빠를 이긴 적은 없습니다.

이길 필요가 없었거든요..

이런 제 모습은 누가 이길 필요도 없는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그냥 평범한 아빠입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2-04 12:4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9
  • 평범의 기준이 너무 빡센거 같읍니다...
  • ㅠㅠ
  • 아버지...
  • ㅠㅠㅠ
  • 아....반성. 딸한테 맨날 화내는 데 ㅠ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38 기타애착을 부탁해 - 커플을 위한 보론 (1) 소요 25/02/07 611 11
1437 기타LLM에 대한 두서없는 잡썰 (3) 21 덜커덩 25/02/05 974 21
1436 일상/생각여행을 나서면 집에 가고 싶다. 4 풀잎 25/01/30 838 10
1435 꿀팁/강좌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3. 인클로저 설계 Beemo 25/01/29 877 4
1434 체육/스포츠해리 케인의 무관에 대하여. 12 joel 25/01/27 1019 12
1433 체육/스포츠볼링 이야기 20 거소 25/01/19 743 5
1432 일상/생각저에게는 원칙이 있습니다. 13 whenyouinRome... 25/01/19 1614 49
1431 일상/생각집사 7년차에 써보는 고양이 키우기 전 고려할 점 12 Velma Kelly 25/01/18 1017 20
1430 일상/생각입시에 대해 과외하면서 느꼈던 것들, 최근 입시에 대한 생각 12 Daniel Plainview 25/01/17 1583 16
1429 정치/사회민주당을 칭찬한다 13 명동의밤 25/01/15 2115 34
1428 꿀팁/강좌전자렌지로 탕후루 만들기 레시피 수퍼스플랫 25/01/11 778 7
1427 정치/사회탄핵심판의 범위 및 본건 탄핵심판의 쟁점 6 김비버 25/01/06 972 14
1426 IT/컴퓨터인공지능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빨" 5 T.Robin 25/01/05 1085 8
1425 음악2024 걸그룹 6/6 6 헬리제의우울 25/01/01 968 26
1424 정치/사회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제2차 변론준비기일 방청기 8 시테 25/01/03 1315 26
1423 정치/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16 당근매니아 24/12/23 1375 13
1422 정치/사회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차가운 거리로 나서는 이유 10 삼유인생 24/12/08 1638 84
1421 일상/생각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난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노래 4 소요 24/12/08 1227 22
1420 정치/사회 나는 더이상 차가운 거리에 나가고 싶지 않다. 9 당근매니아 24/12/08 1723 43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7 알료사 24/11/20 4918 33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458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1046 33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309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3 매뉴물있뉴 24/10/28 2370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287 3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