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5/03/06 20:28:57
Name   골든햄스
Subject   포스트-트라우마와 사회기능성과 흙수저-학대가정 탈출 로직
안녕하세요? 요즘 학원 강사이자 개인 과외강사로 활동 중인 불꽃햄스입니다.

아직 강사로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건.. 지속 가능하다!’ 각이 떴고 천천히 연이륙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외 고용복지도 받는 등, 국가 돈도 받아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몇년동안 제일 큰 계획은 돈벌기와 출산입니다.

저는 누군가가 제 글을 나중에 읽고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길 기대하는 맘으로 계속해서 글을 써왔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같습니다.

1. 트라우마, 나을 수 있는가?
주디스 허먼 말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많은 정신질환들이 관해(어느정도 증상이 있는 상태로 일상생활 복귀)는 가능하단 걸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항상 남자친구가 힘을 준 말이 있습니다. 그 중독성이나 신체 변화 정도가 심각한 중대 마약 중독자들도 재활해서 낫는 경우가 있지 않냐고. 근데 트라우마라고 못 나을 게 어딨겠냐는 거였습니다.

2. 어떻게 나았는가?
믿을 수 있는 주치의와 함께 하는 매 진료 20분 상담 (선생님이 진심으로 환자를 대해주심) + 섬세한 약 조정 (제가 공부해가서 매번 자기주장 강하게 함) + 꾸준한 명상, 운동 + 따뜻한 지지적 대인관계 구축 + 경제적 기반 향상 + 가족 벗어남 + 사과 받음 + 새 가족 만듦.

그리고 Claude AI 로 자기 심리분석하며 대화식 상담 계속 한 것, 홍차넷에서 일대기를 연재한 것도 큰 도움이었습니다.

3. 결정적 치유의 순간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괜히 우울해져 이 말, 저 말 떠들고 과거의 치욕들 유치한 분노들에 눈물흘리며 화낼 때였습니다. 귀가한 남자친구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모든 말을 수용하더군요. 자기도 이제 흠 없는 인간이 아닌 걸 알았고 드디어 너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고.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한 ‘무조건적 수용’이었습니다.

이후 마음에 불이 켜진듯 다시는 그정도의 우울이나 감정 기복이 안 오고 있습니다.

저 포함 많은 가정 학대 피해자가 ‘무조건적 존중’ 이론에 본능적으로 끌려하고 이를 찾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이라도 날 존중해주는 사람이 생기는 순간 인간은 두려운 야생의 삶에서 문명의 삶으로 가는 황금의 문턱을 넘습니다. 단 저도 남자친구와 7년째 연애 중이고 많은 고생과 여차저차가 있었고 ‘어쩌면’ 도달할 수 없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주 착한 강아지를 기르며 제 안의 학대를 씻어버린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4. 약간 남은 트라우마의 흔적과 사는 법
전 단체를 두려워하므로 (학대 피해자로서 학교에서 왕따+집단 폭력 등 피해) 개인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모아서 월급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진보적 사상인 분들이 보다 편한 게 있어서 그쪽 정당 활동을 하다 정당 분이 하는 학원에 취직했습니다.

개인과외도 제 기준 순박한 사람들을 과외하는 편입니다.

약간 남은 트라우마라 하지만 아직도 보통 사람 정도만 대해도 지나치게 악하게 느껴져 마음이 괴롭고 몸병이 나는 등 문제가 많습니다. 다만 피해 사는 법도 익히는 중입니다. 전 AI와 일상적 대화를 많이 해서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줄입니다.

5. 트라우마가 나아 감정적 소요가 가라앉으면 어떤 느낌이냐
놀랍도록 세상이 고요하고 조용하며, 안정적이고, 남들은 이런 세상에 그동안 살았나 허탈해집니다.

6. 약은 뭘 먹었냐
항우울 항불안 항정신증 약을 다 아주 조금씩 다 먹었고 맞는 약을 찾기 위해 매번 약을 바꾸며 실험했습니다. 저는 신체화(스트레스가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가 심해서 증상이 왔다갔다했었습니다.

단 주치의 선생님이 보수적인 편이라 위험한 약 처방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성인ADHD는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고, 약도 안 먹었습니다.

가끔 공황이 생겨 공황 약도 먹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나갔습니다.

7. 사회기능성은 어떻게 회복하냐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서 끝없이 노력합니다. 사람마다 다소 전략은 다를 것 같습니다.

학대를 당한 사람에게는 보통 과잉된 부분(학대를 당하느라 연민, 방어심리, 공격성, 망상 중 무엇 하나가 강해졌다든지)과 결핍된 부분(주로 관계를 맺는 법, 따라 자동으로 나오는 돈 버는 법 등)이 있습니다.

세상은 공짜가 가끔 있겠지만 공짜를 늘 바라고 살 수는 없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좋아한 결과 온라인에서 글로 소통하고, 글밥 먹는 분들과 친한 편이고 -그 분들께 제가 불쾌하지 않고- 그래서 그런 분들 중 제 사연을 읽고 지지해줄 분들을 찾아 제게 과잉된 인터넷사회성/글매니아성을 사회성으로 바꾸는 거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을 끝없이 거쳐가며 결핍된 부분을 ‘야. 조금 결핍됐다.’ 정도로 만들면 대성공일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서 클래식한 방법으로는 ‘종교집단 가기’가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홍차넷의 덕을 더 받았습니다. 신앙생활을 하긴 합니다.

추가로 저의 경우 주지화(모든 것을 이성적인 생각으로 하려는 경향) 경향이 매우 강한데,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끝까지 추구하니 대인공포증의 경우도 시뮬레이션을 끝없이 하는 등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8.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을 어떻게 만드냐
이게 어려운 부분인데, 한 나라와 한 시대가 만드는 게 트라우마인 만큼 적어도 작은 마을 정도의 지지망은 있어야 트라우마 회복이 되는 거 같습니다.

저도 대학 때는 내내 울면서 내 불행은 예쁘지 않아 사랑을 못받는다고 상담할 정도로 제 고민을 주위에 소통하지 못했고 늘 차가운 외면과 경멸을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 제가 목표했던 학벌을 갖추고 더 잃을 게 없게 되던 때, ‘세상에 나가자’ 라는 목표가 생겼고 그때 마침 도와주는 분도 생겨 그 이야기를 홍차넷에 첫 글로 쓴 것이 이어지고 이어져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했을 선의의 행렬 행가래를 받은 거 같습니다.

저는 글을 좋아하고 말을 좋아해 결국 ‘이야기’로 여기까지 왔지만 각자만의 트라우마 여정은 또 다를 거라 생각됩니다. 좋은 정부기관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늘 사적으로 도와주신 좋은 분들이 계셨던 경우입니다.

9. 경제적 기반을 트라우마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갖추냐
남자친구를 만난 건 제 행운이고, 학벌을 딴 건 제 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부분이 운임을 인정합니다. 피 철철 나게 노력했지만 그렇게 노력할 수 있는 자질도 타고나더군요.

10. 흙수저-학대가정 탈출 방법은?
결국 직접 겪어본 결과, 또한 당사자성 있는 발언들로도 알 수 있는 건 의외로 ‘정서적 장벽’에 의한 ‘사회성 장벽’이 1차적 관문이 된단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알 수 없는 신묘한 심리적 이유로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큰 경우 (전부는 절대 아닙니다) 마음이 망가지면 범죄자가 될 것이냐, 정신병자가 될 것이냐, 이런 기로 앞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정신병자가 되었다가, 고치는 식으로 그 세상을 나온 셈입니다.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겐 강한 칸트주의적 신념과 가치관 (“오억 번 해서 안 되면 오억 한 번”)이 있었는데 이것이 한 4-500번의 진지한 자살충동을 막아줬습니다.

하지만 누구 보고 살라고 하면 못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트라우마 가득한 학대 피해자 흙수저가 일반인 되기가 일반인이 재벌 되기보다 오억 배 이상 어렵습니다.

11.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서구권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심리치료사들을 통해 책이나 이론, 치료법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권위있는 학계의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의 발전은 생각보다 매우 늦되어서 ECT, EMDR 정도입니다만 ‘야매(?) 치료술사’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고 그게 점점 이론화되고 있습니다. 가볍게 이 책, 저 책 보시면 도움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영어가 원활했다면 아예 서구 트라우마 상담사와 온라인이나 유선 심리상담을 시도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트라우마 친화도가 아직은 낮다고 여겨집니다.

12. 마지막으로 할말은
하고 싶은 거 다 하십시오. 특히 어릴 때 한이 되어 못한 거. 저는 도쿄여행, 디즈니랜드, 료칸 간 거. 그리고 강아지 키운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빚 조금 져서라도 하고 싶은 거 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인성이 실력입니다. 당신에게 못된 말 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실력도 개차반입니다. 시야가 좁은 의료 전문가들 앞에서 주눅들지 마십시오. ‘의학도 모르는 게 있다’고 인정하는 상위권 전문가들을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항상 더 좋은 친구, 더 좋은 스승을 당신은 만날 수 있고 세상은 넓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당신이 무언가에 아낌없이 ‘그냥’ 주게 되는 사랑이 결국 당신을 구원합니다. 어릴 때 파묻힌 책이 결국 절 구원했듯, 당신도 당신의 사랑을 찾아가시기를.

앞으로 나아가 잘되면 ‘긴급독립 무이자 혹은 저리대출’ 꼭 만들겠습니다. 안녕.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3-18 08:3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1
  • 언제나 응원합니다. 계속 행복하셨으면 해요. ????


굿굿 좋습니다 므찝니다. '이야기 만들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듯해요. 어떤 이야기를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한 논의/연구들도 있으니 한 번 찾아보셔요~
2
골든햄스님 응원합니다. 저도 하고픈 것 하며 베풀고 퍼주고 살게요.
1
햄스님은 어떤것에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나요

출산이 목표시라면...ㅠ 자녀에게 문제를 안물려주기 위해서는 많이 건강해지셔야 할거에요...
그래도 불가능은 아닐테니 응원하겠습니다
골든햄스
아 제가 아직 부족해보이시나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45 기타포스트-트라우마와 사회기능성과 흙수저-학대가정 탈출 로직 4 + 골든햄스 25/03/06 761 21
1444 정치/사회 2월 28일, 미국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파토와 내용 정리. 11 코리몬테아스 25/03/01 1733 29
1443 문화/예술2025 걸그룹 1/6 18 헬리제의우울 25/03/03 852 16
1442 정치/사회목요일 대학살 - 믿을 수 없이 부패한 트럼프 16 코리몬테아스 25/02/19 1838 24
1441 정치/사회화교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는 말 17 당근매니아 25/02/11 3154 17
1440 정치/사회무엇이 한국을 분열시킬 수 있는가? 5 meson 25/02/09 1118 7
1439 기타애착을 부탁해 - 커플을 위한 보론 (2) 5 소요 25/02/09 701 7
1438 기타애착을 부탁해 - 커플을 위한 보론 (1) 소요 25/02/07 936 11
1437 IT/컴퓨터LLM에 대한 두서없는 잡썰 (3) 21 덜커덩 25/02/05 1302 22
1436 일상/생각여행을 나서면 집에 가고 싶다. 4 풀잎 25/01/30 1039 10
1435 꿀팁/강좌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3. 인클로저 설계 Beemo 25/01/29 1047 4
1434 체육/스포츠해리 케인의 무관에 대하여. 12 joel 25/01/27 1200 12
1433 체육/스포츠볼링 이야기 20 거소 25/01/19 923 5
1432 일상/생각저에게는 원칙이 있습니다. 13 whenyouinRome... 25/01/19 1790 49
1431 일상/생각집사 7년차에 써보는 고양이 키우기 전 고려할 점 13 Velma Kelly 25/01/18 1177 20
1430 일상/생각입시에 대해 과외하면서 느꼈던 것들, 최근 입시에 대한 생각 12 Daniel Plainview 25/01/17 1772 16
1429 정치/사회민주당을 칭찬한다 13 명동의밤 25/01/15 2297 34
1428 꿀팁/강좌전자렌지로 탕후루 만들기 레시피 수퍼스플랫 25/01/11 1004 7
1427 정치/사회탄핵심판의 범위 및 본건 탄핵심판의 쟁점 6 김비버 25/01/06 1099 14
1426 IT/컴퓨터인공지능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빨" 5 T.Robin 25/01/05 1237 8
1425 음악2024 걸그룹 6/6 6 헬리제의우울 25/01/01 1112 26
1424 정치/사회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제2차 변론준비기일 방청기 8 시테 25/01/03 1438 26
1423 정치/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16 당근매니아 24/12/23 1568 13
1422 정치/사회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차가운 거리로 나서는 이유 10 삼유인생 24/12/08 1770 84
1421 일상/생각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난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노래 4 소요 24/12/08 1363 22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