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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3/09 13:21:21
Name   GogoGo
Subject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을 일주일 앞두고
20대 중반까지 제 체중은 얼추 65kg 전후였습니다. (키 169cm)

대학원(석사)-취업-결혼-육아-대학원(박사)을 거치며 체중이 거의 90kg에 육박했지만,
막연히 '살 좀 빼야지' 정도 생각했을 뿐 사실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유도를 시작하면서' 였습니다.
유도에 재미를 느끼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169cm에 90kg으로는 유도를 잘 할래야 잘 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보통 90kg 체급에 오는 사람들은 180은 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을 상대로 팔길이를 비롯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내가 키를 키울 수는 없으니 체중을 줄여야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대충 2023년 6월 말 경이네요.

원래도, 살이 쪘던 시절에도, 이러저러한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그런 제가 싫어하는 두 가지가 바로 달리기와 수영이었습니다.
'그 힘든 걸 왜 해', '이왕 운동 할거면 좀 재미있는걸 하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일단 살을 빼야겠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다이어트를 위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대충 2023년 8월 말 경이네요.

2023년 9월 말에 스마트 워치를 사고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23년 10월 98km
23년 11월 118km
23년 12월 107km
24년 1월 73km
24년 2월 122km
24년 3월 101km
별 다른 스케쥴 없이 하루 뛰고, 하루 쉬고 삘 받으면 좀 더 뛰고하는 전형적인 다이어트 러너였죠.

그래도 운동을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소위 말하는 1차 장벽이라는 10km 60분은 일찌감치 돌파했고,
24년 4월 9일에는 트랙에서 21.1km를 1시간 50분에 뛰기도 했었네요.

이 때 까지도 달리기는 그저 살을 빼기 위한 수단이었고,
달리기 대회 같은건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 무렵에 문득
'이왕 이정도 뛰게 된거 인생에 한 번 정도 풀코스 완주 업적작도 나쁘지 않겠다.
이왕 뛰는거 그래도 잘 뛰면 좋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에
25년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동아마라톤 풀코스 참가를 위해서는 '대회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한강 자전거 도로'를 뛰는 하프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였고,
본격적인 달리기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게 24년 4월 중순이었네요.

6월 2일 하프 마라톤 대회까지 대략 40일 정도 진행한 첫 훈련은
가민 스마트 워치에서 제안하는 훈련이었습니다.
목표 완주 시간 1시간 45분을 설정하고, 시계가 시키는대로 훈련을 했죠.
'조금 쉬운데?' 싶은 느낌이 있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순응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 계획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고,
24년 6월 2일 첫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 41분 08초를 기록하였습니다.
(대충 800미터 정도 짧았음)

동마 참가를 위한 기록도 마련했고,
제 목표는 오직 '동마에서 풀코스 완주 업적작'이었기 때문에,
다른 대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두 번째로 시행하게 된 훈련 프로그램은
디씨 런갤에 누군가 올려준 챗gpt가 짜주는 풀코스 완주 대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제 하프 완주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게 목표였죠.
대충 15주 정도 프로그램이었고,
1주일에 1회 정도 장거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챗gpt의 프로그램과 함께 마치고,
10월 중순 정도에 풀코스 마라톤을 위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게 됩니다.
잭 다니엘스(위스키 아님)라는 사람이 짜놓은 풀코스 완주를 위한 18주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동마를 대충 22주인가 남은 시점에서 시작하게 되어서,
18주 프로그램의 초반부를 제 마음대로 약간 변형하긴 하였으나,
일단은 어쨌든 '그 프로그램을 빼먹지 말고 따라가보자' 라는 목표하에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

제가 사회성이 심히 떨어지는 독고다이 스타일인데다,
애 셋을 키우고 있다 보니,
애초에 퇴근 후의 러닝 크루나 강습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했고,
오히려 직업 상 일과 시간의 시간 활용은 자유롭고,
또 성격상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활동은 잘 수행하는 저에게는
이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건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하와이로 가족 여행을 가서 참가하게 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는
1시간 30분 33초를 기록하며 조금씩 풀코스 기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25년 1월 18일이었네요.

말이 길어졌는데,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1년 정도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달리기 훈련을 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뛰어보지도 않고 깝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하면 이번 가을에는 sub-3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탐라에도 남겼듯이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애초에 달리기의 목표는 다이어트였고,
풀코스 참가의 목표도 단순히 업적작이었는데, 그 목표는 얼추 달성했으니까요.

사실 달리기가 한 번도 즐거웠던 적은 없습니다.
그냥 해야겠다고 맘 먹었으니까 숙제 하듯이 했던 거죠.
숙제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도 이럴진데, sub-3라는 기록을 목표로 잡는 순간 더 괴롭고 스트레스 받고 재미없어질텐데,
그 길로 스스로 들어갈 이유는 없지 싶습니다.

하프 130은 달성했고,
오늘 10km 39분대도 찍었으니,
얼추 마일스톤도 나쁘지 않게 수집한 것 같습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돌아봐도 '나 달리기 좀 뛰었어'라고
말하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한 것 같으니까요.

이러고 동마에서 첫 풀코스 한계를 넘지 못하고 울면서 걸어 들어가면 어쩌나 여전히 걱정이 되지만,
제가 쌓아온 마일리지를 한 번 믿어봐야죠.

동마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원하는 기록 내시길 응원합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대회 준비하시는 분들도 부상없이 원하는 목표 언젠가는 달성하시길 응원합니다.

저는 이제 1주일 후 다시 그냥 동네 천변 조깅러로 돌아가겠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3-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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