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5/10/03 06:57:35
Name   CO11313
File #1   06544C01_D555_46E3_A7B4_BF8287701586.png (368.4 KB), Download : 52
Subject   육아 회복 시간


아이가 잠든다.  
숨결 고른 얼굴이 천사처럼 빛날 때,
비로소 찾아오는 한 줌의 자유가 있다.
종일 나를 조여 오던 보이지 않는 끈이 풀리며
“이제야 나로 살 수 있구나” 하고 속삭이는 순간.

산후 조리 초기,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아기가 잠들면 집안일 말고 너도 자거라.”
그러나 나는 그때,
잠든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거나
끝없이 이어지는 목록 속을 헤매며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
내 생각과 아이 생각의 비율은
언제나 1 대 9였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 당부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부모가 회복해야 아이도 온전히 품을 수 있다는,
삶의 무게에서 길어 올린 지혜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내 생각과 아이의 생각이 5 대 5쯤 균형을 이룬다.
아이는 자라나며 서서히 독립해 가는데,
나는 오히려 그 곁을 맴도는 듯하다.
이상하게도 아이의 손을 놓는 건
아이보다 내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배운다.
잠깐의 낮잠 속에서,
따뜻한 차 한 모금 속에서,
미뤄 두었던 책의 한 장 속에서,
고요히 멍하니 앉아 있는 그 짧은 순간 속에서.

그 작은 순간들이 쌓여
다시 아이를 웃으며 안아 줄 힘이 된다.

육아 회복시간.

부모의 마음을 지탱하는
아주 조용한,
그러나 꼭 필요한 쉼표.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10-14 09:1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88 일상/생각정리해고 당했던 날 47 소라게 17/03/15 6947 31
    1307 과학유고시 대처능력은 어떻게 평가가 될까? - 위험 대응성 지표들 18 서포트벡터 23/06/26 4445 31
    544 일상/생각무죄 판결 21 烏鳳 17/11/14 8551 31
    605 철학/종교감동(感動) 23 기아트윈스 18/03/22 8552 31
    615 영화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24 기아트윈스 18/04/10 8925 31
    836 역사고려청자의 위상은 어느 정도였을까? 17 메존일각 19/07/24 8434 31
    915 의료/건강BBC의 코로나바이러스 Q&A 14 Zel 20/01/27 8019 31
    1063 일상/생각30평대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 후기 28 녹차김밥 21/02/22 8355 31
    1077 철학/종교사는 게 x같을 때 떠올려보면 좋은 말들 34 기아트윈스 21/04/02 9328 31
    1121 일상/생각손님들#1 7 Regenbogen 21/08/25 5127 31
    1153 일상/생각도어락을 고친 것은 화성학과 치과보철학이었다 3 Merrlen 21/12/15 5418 31
    1460 일상/생각초6 딸과의 3년 약속, 닌텐도 OLED로 보답했습니다. 13 큐리스 25/04/21 2333 31
    1492 기타육아 회복 시간 8 CO11313 25/10/03 1253 31
    349 게임'헌티드 맨션' 후기 18 별비 17/01/21 9786 32
    408 정치/사회김미경 교수 채용논란에 부쳐 194 기아트윈스 17/04/07 11106 32
    849 기타부부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5 임아란 19/08/22 8138 32
    862 일상/생각서울 9 멍청똑똑이 19/09/19 6822 32
    914 일상/생각멘탈이 탈탈 털린 개인카페 리모델링 후기 51 swear 20/01/23 7867 32
    950 일상/생각자아를 형성해준 말들 30 ebling mis 20/04/21 6808 32
    966 일상/생각공부하다 심심해 쓰는 은행원의 넋두리 썰. 14 710. 20/06/06 7001 32
    1071 정치/사회우간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난민사유, 그리고 알려는 노력. 19 주식하는 제로스 21/03/17 6422 32
    1130 일상/생각합리적인 약자 9 거소 21/09/19 6745 32
    1147 일상/생각둘째를 낳았습니다. 15 고양이카페 21/11/29 5516 32
    1149 정치/사회노인 자살률은 누가 감소시켰나 10 구밀복검 21/12/06 6237 32
    1157 일상/생각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021년 결산) (스압주의) 24 쉬군 21/12/31 5393 32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