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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02 14:42:22
Name   커피최고
Subject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과 5월 광장의 어머니회

5월 광장의 어머니회(Asociación Madres de Plaza de Mayo)의 올해 2월 집회 현장.

'5월 광장의 어머니회'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이 일으킨 더러운 전쟁 기간동안 실종된 사람들의 어머니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도 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자신들에게 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극심한 탄압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종정책'이라고 부르죠. 말그대로 사람들을 납치하여 '실종'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그 피해자 수는 최소 9천명에서 최대 3만명까지 추산되고, 여전히 생사를 종잡을 수 없는 이들 역시 부지기수입니다. 이들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되살려달라며 여전히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국가의 폭력'을 잊지 말자고요.

아르헨티나를 위시한 라틴 아메리카가 이러한 참혹한 역사를 낳을 수 밖에 없던 배경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미국'이 있는 법이죠.

2차대전 이후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빈곤해지면서, 유일하게 시장이 잘 굴러가던 국가는 오직 미국뿐이었습니다. 전세계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던 셈이고, 실제로 당시 미국은 전세계 제조업 시장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그렇게 생산수단을 갖추고 있으면, 공급이 과잉되어 미국 내에서는 이를 다 소비 못하게 되죠. 이는 미국 자본주의가 다시금 위기에 봉착할 것을 예고하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신흥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기에 이릅니다. 그 대상이 될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정책입죠. 그래서 당시 세계 경제 구조인 GATT 체제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외 사항이 존재하였습니다. 글로벌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저개발 국가에게 특혜를 줘야만 했으니깐요.

문제는 그렇게 특혜를 주더라도, 개발도상국들이 이익을 보기 힘들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서구 국가들은 이미 제조업 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그 외의 상품들을 비서구사회(개발도상국)에게 요구하였습니다. 아무런 힘이 없는 개발도상국은 사또 말씀을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광물을 비롯한 각종 자원 수출에 주력하였습니다. 그렇게 7080년대 구리 등의 자원들은 똥값이 됩니다.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의 외채가 이 때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잘못된 세계 경제 정책으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의 외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총수요가 줄어들어가고, 석유파동과 베트남전쟁 등 다양한 요인들과 맞물리면서 케인지언 모델의 한계가 부각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 내 정치공학적인 다이내믹과 함께 하이에크를 위시한 신자유주의 학파가 득세하게 됩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정작 최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 곳이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시카고 학파 2세대가 있었죠. 록펠러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은 시카고대학교는 자신들이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미국 내 메이저가 되기 힘들다는 점을 인지하고, 일찌감치 국제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1세대가 하이에크를 비롯한 2차대전 이후 건너온 유대인, 2세대가 라틴아메키라, 그리고 3세대가 인도와 중국의 아시아죠.

이야기를 다시 케인지언으로 돌려보자면, 이들은 총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근대성'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근대적 교육 시스템, 미디어의 활성화, 그리고 재정 지원이죠. 그러면 근대적 시민이 나타나고, 이들의 합리성이 경쟁하는 기업을 만들어 낼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나타날 것이라고요. 그래야만 총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호황을 누리겠죠.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미국의 자본가들이 열성적으로 가담했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석유파동과 베트남 전쟁과 같은 요인들로 인하여 미국이 더 이상 원조를 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외교의 방향은 이러한 원조를 줄이는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케인지언의 예측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는 커녕, 독재정권이 등장하고 있던 상황에서 새롭게 지미 카터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美정부와 자연주의 학파를 계승하고 있던 민주당 원로들은 '인권' 정치를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합니다.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친미반공 군사독재정권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친구가 아니게 되었고, 각국에서 반정부 투쟁이 활성화되기에 이릅니다. 그 결과가 해피엔딩이 아니라, 참혹한 피의 역사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아르헨티나 케이스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고, 한국의 유신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죠.

이러한 참혹한 결과를 두고, 데이비드 이스턴 같은 학자들은 그 원인을 '개발도상국'의 원시성과 그 정치시스템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갑자기 많은 것들(근대교육, 미디어 등등)이 투입되어도, 개발도상국들의 수용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죠. 갑자기 투입이 늘어나서 과부하 상태가 일어나고, 국가는 overload satate가 될 수 밖에 없다고요. 미국의 국제경제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합리화하기 위한 수작이죠.  그가 내놓은 대안도 아주 걸작인데, "'투입'을 줄이자!"입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이런 논리가 먹혀들어가기 쉬웠고, 미국 네오콘이 정권을 쥐면서 이러한 자기합리화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학자들이 바로 헌팅턴과 후쿠야마입니다. 특히 헌팅턴은 그의 저서 <정치발전론>에서 "투입을 줄이지 않으면 라틴아메리카를 살릴 수 없다. 그러니 투입을 줄이기 위해 노조억압, 교육기회 제한, 언론장악 등을 해야한다는 우익 파시즘적인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군의 정치적 역할을 긍정하였고, 그 영향을 받은 수많은 라틴아메리카 인재들이 군사정권에 협력하는 구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동시에 구성주의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 친미반공 군사독재정권은 다시금 미국의 절친이 됩니다. 전땅크도 이 때 지구황제에게 윤허를 받게 됩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먼저 이야기한 아르헨티나는 물론이거니와, 지구 반대편 한국까지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게 됩니다. 그 1차적인 책임은 각국의 군사 독재정권에게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월드시스템을 관장하는 미국에게 있을 겁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학자들은 이집트의 S. Amin, 브라질의 C. Furtado, 그리고 미국의 I. Wallerstein으로 대표되는 종속이론학파입니다만..... 아직 머릿 속에서 잘 정리가 안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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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저는 축구를 좋아합니다. 현대축구에 포커스를 두고 있긴 한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클래식 축구 파트가 바로 80년대 브라질 축구입니다. 황금 4중주를 대표하던 '지쿠' 녹화 비디오가 집에 있었던게 이유였죠. 그래서 이 때 축구경기들과 관련 글들을 쭉 보다가 지쿠와 함께 황금 4중주를 구성하던 소크라테스라는 선수가 특별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가 속해 있던 구단, 코린치안스는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당시 브라질 군사정권에 항거했거든요. 

그러자 그 배경이 궁금해져서 관련된 공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기본 지식도 부족하고 머릿 속에 너무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이러한 맥락의 이야기로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이브 드잘레이의 <궁정전투의 국제화>입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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