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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1/13 06:59:10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등려군과 대북방송 이야기 |
鄧麗君, 1953 - 95 대만 가수예요. 우리나라에선 첨밀밀로 유명하구요. 등장 당시부터 특유의 음색으로 중화권을 뒤집어놨고, 후에는 일본에도 진출해서 챠트를 점령했었대요. 저는 삼촌들보다 연배가 한참 아래라 잘 몰랐는데 80년대 때 가요 좀 들었다는 삼촌들은 다 알고 있더라구요. 오늘 본교에서 중국학 학회가 있어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그 중 한 분이 대만에서 등려군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활용했으며 중국의 반응은 어땠는지 등등에 대해 복잡한 사회과학이론 용어를 덕지덕지 써가면서 발표했어요. 밑의 두 영상은 그분이 프리젠테이션에서 썼던 걸 유튜브에서 제가 다시 찾아본 거예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으셨죠 내 마음은 진짜예요, 내 사랑도 진짜예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한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으셨죠 내 마음은 변치않고, 내 사랑도 변치않아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한답니다 가벼운 입맞춤은 이미 내 마음을 움직였고 깊디 깊은 이마음 이토록 당신을 그리워하게 하네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으셨죠 생각해 보셔요. 이것좀 보셔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한답니다 음색좀 봐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이런 건가 싶어요. 또 음악의 다른 요소들이 가사와 쫄깃하게 조응해서 메세지 한 줄 한 줄이 몹시 또렷하게 전달돼요. 남성 청자들은 이 노래를 듣고 자기 파트너의 간절한 마음을 발견했을 때의 감격을 상상했을 것이요, 여성 청자들은 한 때 가졌던 (혹은 지금 품고 있는) 자신의 간곡한 마음이 노래에 공명하여 달짝쌉살한 감상을 받았을 거예요. 실로 명곡이요 명가수예요. 이 곡을 필두로 등려군은 전 아시아권에서 거대한 명성을 얻었어요. 대륙에서도 그녀의 노래를 담은 카세트테이프가 들불처럼 퍼져나갔대요. 당국에선 사회주의체제를 위협하는 독소라며 단속을 했지만 단속이 불가능할 정도였대요. 이처럼 그녀의 노래가 공전의 인기를 끌자 대만의 국민당정권은 이 인기가수를 체제선전과 심리전에 동원했대요. 대표적으로 진먼(金門) 같은 데 보내서 군부대를 위문하고 확성기를 통해 대북방송을 한다든지 말이지요. 진먼은 대만 영토중에 중국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에요.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게 대만 영토인 게 이상할 정도로 중국 코 앞에 알박기가 되어있는 곳이랍니다. 고작 5km 떨어져있대나 뭐래나. <금문고량주(金門高粱酒)의 고향이자 알박기의 대명사 진먼> 예전에도 격전지였고 지금도 최전선인 이곳은 당연히 심리전의 전장이기도 했어요. 대륙과 워낙 가깝다보니 눈으로 보이는 건 물론 확성기 하나 잘 설치하면 소리도 다 들리게할 수 있었대요. 그래서 날씨 좋은 날이면 확성기 틀어서 체제선전하고 풍선에 이것저것 매달아서 북으로 보내고 그랬다나봐요. 풍선에 매달아보낸 것 중엔 등려군 테잎도 있었다고..ㅎㅎ 친애하는 대륙동포여러분, 등려군이예요. 저는 지금 진먼의 방송시설에 와서 대륙 연안의 동포여러분께 방송을 하고있어요. 제가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자하는 말은, 그러니까, 저는 몹시 흥분되게도 [자유조국]의 최전선에 있는 진먼에 올 수 있어서 매우 기쁘고 행복합니다. 저는 대륙의 동포여러분도 우리들과 함께 똑같이 민주와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래요. 오직 자유, 민주, 그리고 풍요로운 생활환경 속에서만 개인의 이상을 실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또 모든 청년들이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때라야 국가의 미래가 빛과 희망으로 가득할 수 있답니다. 머지않아 이곳에 다시 돌아와 진먼전선의 형제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물론 대륙 연안의 동포 여러분들과도 역시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빌며, [민주 만세]. 감사합니다. 이건 91년에 등려군이 진먼에 방문해서 저 무시무시하게 생긴 대형 스피커를 통해 대륙 쪽으로 선전방송한 걸 녹화한 영상이에요. 어째 레토릭이 우리나라 대북방송과 대동소이한 것 같아요. 저 달달한 목소리로 저렇게 조곤조곤 프로파간다를 읊어줬는데 과연 대륙쪽에서 이걸 들은 사람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이거 발표하신 분이 인터뷰 기록 중에 재밌는 거 몇 개를 공개해줬는데 그 중 백미가 ㅋㅋㅋ "멀리서 뭐라고 떠드는데 잘 안들리고, 그런데 목소리는 달콤하고 좋았어요. 그래서 로맨틱한 이야기를 하나보다하고 느긋하게 누워서 듣다가 잤지요. 근데 그거 무슨 내용이었대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1-23 09:15)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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