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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5 00:08:10
Name   Toby
Subject   연애 편지
발렌타인 데이가 지나갔네요.
오랫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발렌타인데이였는데 올해는 홍차넷 덕분에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발렌타인데이의 존재를 까먹고 있다가 아침에 타임라인을 보고 생각났어요.
그래서 아내에게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네" 했지요.
그러고서는 "음... 나는 오늘은..." 하고 운을 띄우면서 한참 생각해보다가 갖고 싶은게 생각나지 않아서 "엄마가 청소를 했으면 좋겠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애칭으로 엄마라고 부르고 있어요)
긴장한듯이 쳐다보면서 듣고 있던 아내는 "뭐야... 어이없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아내가 만삭이라 차로 출근길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차타기 전에 아내가 편의점에 다녀오더니 로아커 초콜릿을 던져주면서 "자 선물이야"하더군요.
맛있게 초콜릿을 냠냠했습니다.

오늘은 최근에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들 눈에 담겨있는 미소가 제가 연애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저는 연애할 때 편지를 많이 썼더랬습니다.
아내는 손편지를 더 좋아했지만, 저는 손글씨가 별로 예쁘지 않고 글씨 쓰는게 힘들어서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구입한 편지지에 프린트를 해서 주곤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성한 편지들이 파일로 남아있는게 많습니다.

생각나서 암거나 하나 찾아보니 연애시작한지 반년쯤 지난뒤에 썼던 편지네요.




---------------------


오늘도 날씨가 덥네요.
햇볕이 쨍해서 살 타기에 좋은 날씨인듯 해요.
선크림 바르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에 운동 다녀오면 다 씻고 없어서 하나 더 사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겨우 언덕하나 오르면 회사인데 싶어서 주저하게 돼요.

아시다시피 요즘은 회사에서 시간 여유가 좀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교보에 들렀다가 시장기 느낀김에 저녁을 좀 일찍 먹자하며 버거하나 먹었어요.
근무시간에 한가하게 여유 부릴 수 있어 좋지만, 여유가 있다해도 특별히 할 건 없네요.
괜히 창밖 바라보다, 길거리 왔다갔다하면서 아가씨 생각 할 뿐이에요.

회사에 돌아와도 내가 있는 2층은 휑하네요.
전에 내가 사진찍어 보내서 아가씨도 넓이를 가늠할 수 있을, 꽤 넓은 사무실에 에어컨은 팽팽돌아가고 들리는거라곤 벽하나 건너 서버실에서 냉각팬 돌아가는 소리뿐이라 고요하지만,
이 시원하고 조용해서 쾌적한 넓은 사무실에 나 혼자앉아서 생산하는 것이라곤 아가씨 생각뿐이에요.

회사에서 웹서핑으로 소일거리하는 시간과 아가씨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이랑 어느 쪽이 더 많을까요?
글쎄요. 난 잘 모르겠네요.
못본지 오래됐다고 생각해보면, 만날 때 반겨주는 아가씨 모습도 보고프고,
붙어있는동안 손잡고 매만지는 느낌도 생각나고 그래요.
스킨십은 다른 사람으로도 대체될 수 있는거라 했지만, 인내했던 시간 덕분인지 사랑함으로 깊어진 만남에선 다른 사람과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돼요.
내가 경험이 없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자유하려는 합리화일까요.
잘 몰라도 그런건 아닌거 같아요. 그래도 내 마음 내가 잘 아니까요.

아가씨는 그렇게 놀며 시간보낼거면 편지나 많이 써달라고 했지만, 내가 무슨 핑계를 들면 그럴듯 할까요?
이를테면, 이렇게 쉬는건 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꾸준히 비슷한 빈도로 편지를 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거라고 해볼까요.
혹은 집중 안되어서 시간 보내는건 어쩔 수 없지만, 정신놓고 놀다보면 계속 놀게될지도 모른다고 하면 아가씨가 이해해줄까요?
난 뭐가 좋을지 잘 모르겠네요. 그럴듯한 핑계 하나 골라서 아가씨가 붙여주세요.
이런 이야기 꺼내봤자 긁어 부스럼밖에는 안되겠어요.
말 꺼낸김에 아가씨에게 좀 더 신경쓰도록 해볼께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 쓰잖아요. ^^

편지지를 좀 더 사볼까 했는데, 더 이상 이 편지지를 팔지 않아요.
언제라도 밤에 생각나서 편지쓰면 줄 수 있게, 편지지가 없어서 제 때 편지를 못쓰는 상황이 없도록 편지지를 많이 사놓았었는데.
이젠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 갈 수 없겠네요.
계속 똑같은 것 보다는 아가씨도 아기자기 예쁜 편지지에 주는걸 더 좋아하시겠지요.

요즘처럼 뜸하게 볼 때는 짧게 만나니까 같이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아가씨가 들려준 은미네 이야기처럼. 한참 안보니까 이제 좀 보고 싶고해서 좋다고.
생각하면 괜히 피식 웃게 되는데, 우리도 그럴때가 있을까요.
에전에 아가씨 시험기간이라서 자주 못볼 때는 많이 보고싶고 그랬었어요.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잘 가는 것 같네요.
물론 생각해보면 지내는 동안에는 시간이 잘 가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내고 나서 돌아보면 몇 달의 시간도 찰나처럼 느껴지니까.
앞으로도 함께하는 시간들이 계속되어서 1년을 돌아보게되면 그 때도 찰나처럼 느껴지겠지요.
그렇게 금방 금방 시간은 가버릴텐데, 얼떨결에 보내버리고 후회하기전에 더 지금 이 시간들 잘 보내야 할텐데 말이죠.

아가씨 좋아하는 마음 여유있을 때 많이 쌓아두려고 적금을 계속 붓고있는데,
통장을 아가씨가 갖고 계셔서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모르겠어요.
난 부자되고 싶은데. 납입금 안 밀리고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나요?
기간이 짧아서 많이는 못 모았겠지만 계속 모아서 아가씨 마음 사버리려구요.

뭘하든 아무도 상관않는 혼자라는 삶보다는 자유롭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사뭇 새롭고 좋은 것 같아요.
계속 아가씨를 알아가게 되고, 나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되는 것 같고.
가끔 욕심부릴 때도 있고, 잘 안 된다고 자책할 때도 있고.
시간이 지날 수록 덤덤해질 때도 있고, 긴장 풀릴 때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실수도 꽤 많이 했네요.
너무 느슨하지 않도록 다시 조금 긴장도 넣어줘야겠어요.
서로 부족함도 메워주고 용서하고 감싸주는게 좋은 사랑인거겠죠?
철딱서니 없는 친구들의 유치한 표현 같아서 난 싫어하는 말이지만... 계속 예쁜 사랑 하도록 해요 ^^

아가씨 공부하는거 옆에서 지켜보면, 누구나 그렇듯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게 감당 하는거지만.
확실히 아가씨가 나보다 공부에 소질있어보이고. 잘 하는거 같아요.
하나님이 달란트를 모두에게 주셨으니 자기 잘 하는거 계속 열심히 해야지요.
PSAT이야기 하고, 공무원 이야기를 하는걸 보면.
꼭 법이 아니어도 괜찮은걸까 궁금하지만 나는 그냥 지켜볼뿐이에요.
필요하다면 다양하게 생각해보는건 좋은 것 같아요.
뒤돌아보지 않고 세운 목표 향해 내달리는 저돌적인 자세도 필요할 수 있지만.
난 그렇게 돌아보며 확인하는 모습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중요한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성서한국 참가하는 것도 물어봤을 때 '괜찮겠다' 라고 대답해 줄 걸 그랬다는 생각도 뒤늦게 들더라구요.

언젠가 아가씨가 '내가 계속 공부만 할 것 같냐'고 물어서 '응 그럴거 같아'라고 한적 있지만.
그건 그냥 아가씨 공부 끝나기만 고대하면서 지켜보지 않으려고 그런거에요.
처음 데이트 신청하던 날 아가씨가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부터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아직 아가씨도 어떻게할지 정하지는 않았으니까.
몇 년을 더 공부한다고 해도 그냥 기다려보려고 하고 있어요.
모세는 40년, 요셉은 20년 넘게, 바울은 3년이었는데.
우리 아가씨는 얼마동안 준비하게 될까요.
준비하다보면 언젠가 쓰임받는 그런날이 올거에요.
그럼 내가 옆에서 보고 있다가 알려줄께요.
내가 전에 이야기 했던 그 날이 왔다고.
아가씨 수고하고 고생하고 힘들어했던거 다 자양분이 되어서
지금 쓰임받고 보상받고 있지 않냐고. 보라고.

나도 뭐가 될진 모르지만. 열심히 준비하며 살아야지요.
매일매일 하루를 충실하게.
오늘은 좀 놀았지만요.

오늘은 회사에서 생일자 파티가 있는 날이었네요.
끝나고 요기거리를 주는데 깜빡해서 괜히 버거먹고나서 피자 또 먹었더니 배만 부르네요.

방금 아가씨랑 통화했는데, 목소리 들으니까 반가웠어요.
그런데 반가운척도 못하고 그냥 안부만 묻고 말았네요.
덥고 피곤해서 약간 맥빠진듯 해서 안스럽긴 하지만, 날씨 좀 서늘해지면 아가씨도 다시 편히 쉴 수 있겠지요.

더운 여름 힘들어도 조금만 더 잘 견뎌봐요.
시원한 가을이 곧 올테니까.
가을오면 만날 때 아가씨 주머니 달린옷 입고 만나러 나올께요. ^^

2009. 08. 14
아가씨를 아끼고 사랑하는 Toby가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2-27 09:4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0
  • 연애편지는 추천.
  • 마음에 몽글몽글 설렘이 피어나요.
  • 아가씨..너무나도 이쁜 단어인 것..
  • 부러워서 춫현
  • 넘나 달달한 것 ㅠㅠㅠㅠ
  • 달콤함이 마음 한가득! ♡


열대어
김훈씨 소설이 생각나는 글이었네요.
잘 봤습니다 :D
김훈 소설을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 과찬이시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토비님은 글이 참 투명해요. 마치 묵직한 돌확에 담긴 잔잔한 맑은 물 같아서 평소에도 공지글이나 댓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근데 연애편지도 그런 느낌이...!?!
그렇습니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솔직하게 말하는걸 좋아해서, 솔직하게 말하는 것 밖에 못합니다 ㅎㅎ
우와아아. 지금 엄청나게 대단한 걸 훔쳐본 듯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당
훔쳐보기는 재미있지요 ㅎㅎ
줄리엣
참 달달해요. 그러고보니 글도 참 토비님이랑 비슷하네요. 따뜻하고 솔직하고 어른스러우시고. 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편지 써본 적이 언젠가 싶어요. 저도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편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에요.
요즘은 시간 많으실테니 마음이 동할 때 쓰시면 되겠네요 ㅎㅎ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담담한듯 스윗하셔요... 엉엉
나이들어서 하는 연애는 담담합니다? ㅎㅎ
알료사
아가씨라... ㅎ

혹시라도 여자로 다시 태어나면 이런 편지 한번쯤 받아보고 싶네요... ㅎㅎ
결혼전에 제가 아내를 부르던 일종의 애칭이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극존칭의 느낌이기도 하지요. 중세시대 하인들이 주인집 따님 부르는 느낌으로?

근데 어떤 분들은 제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아가씨가 뭐냐 면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아마 그 분들은 아가씨의 부정적 어감을 떠올린듯 해요. 술집아가씨라던가 그런...
알료사
읭 ; 전 딱 보자마자 전자 같았는데..
뭐 그걸 싫어했던 분은 제가 쓴 편지를 본게 아니라 평상시에 한 두마디 얘기할 때 실제 입으로 말하는 걸 들었던 상황이었으니까 이 글에서의 맥락을 느끼기는 어려우셨을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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