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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2/19 02:02:06 |
Name | 하얀 |
Subject |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국제 개발,원조의 경우) |
생각을 정리하고자 적습니다. 역시 할 일이 있을 때의 딴 짓은 달콤합니다. ‘근본적인 변화’, ‘시스템의 선순환’ 제가 작년에 네팔에 다녀온 이후부터 조금씩 조각 모음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1. 방글라데시 보건 사업 제가 후원 중인 단체에서는 임산부를 지원하고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방글라데시 모자(임부나 영유아)보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현지 출장 다녀오신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는데, 지역 내 산파나 의료인들을 만나 일하거나 봉사할 사람을 모으고 보건소를 만들고 이런 것은 사업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진행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하거나 아픈 여성이 찾아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방글라데시 같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여자가 이동해서 보건소까지 찾아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집안에서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 바로 여자의 시아버지나 남편입니다. 같이 데려와 주던가 아니면 최소한 이해는 해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마을마다 찾아다니고, 집집마다 방문해서 남성들에게 홍보와 교육을 하는게 더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제게는 이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모자 보건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가족인 남자들의 인식도 같이 바꿔야 한다는 점. 그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체를 보고 그 매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에 영국에 가서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와도 대화를 나눴는데 요새는 각 나라에 맞게 인식 교육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 제공해도 그 때 뿐이고,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찾지 않게 되니까요. 특히 경제력을 누가 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친구 말로는 이런 것도 수 많은 실패 - 예를 들면 다 엄청난 돈을 부패한 정권과 부패한 기업과 부패한 토착세력에 바치고, NGO가 떠난 뒤 모두 외면하는 사업들 - 를 하고 나서 경험으로 배워 알게 된 거라고 합니다. 문화가 아예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는 국제 개발,원조 분야에서는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기에 지금까지 수 많은 메이저 구호단체와 나라들이 실패한 경험에서 배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절대 실패를 해서는 안 되기에 오히려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 어쨌든 세상을 바꾸는 비밀은 어느 가정집의 밥상머리에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2. 르완다 생리대 회사 SHE 하버드 비지니스스쿨을 나온 엘리자베스 샤ㄹ프(Elizabeth Scharpf)가 세계은행 인턴으로 모잠비크에서 일할 때 현지 기업가들이 여직원들의 결근이 일년에 50일 정도로 많아 생산성이 낮다는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그녀가 그 원인을 찾아보니 여성들의 생리 때문이었습니다. 1.5달러쯤 되는 생리대가 너무 비싸 여자들이 생리기간에는 누더기 천이나 나무껍질,진흙을 사용하기에 직장 여성뿐 아니라 여학생도 그 기간에는 밖을 나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았고 이 문제는 원조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생리는 아주 많은 인원이 인생에서 오랜 기간동안 하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결국 아프리카에서 ‘지속 가능한 생리대 생산회사’를 만들기로 합니다.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거죠.
“그 순간 제가 할 일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한 국가가 저개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해결책이 크고 대단한 것이라 생각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사소해 보여도 무엇이 문제의 원인인지 발견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는 적절한 생리대를 제공하는 것,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내용) 벤처캐피털에 투자 받고 농업과 공학 교수를 찾아다녀 현지에서 조달가능한 적합한 소재를 찾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잘 자라고 있는 바나나나무 섬유가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르완다에 생리대 생산공장을 열고 ‘이동’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Go’라는 이름으로 생리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 Go 제품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들 생리대는 70센트에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변화가 크게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7년 1월 인터뷰를 보면 약 10,000개의 판매 기반을 가지고 있고 10배 이상 늘어나기를 기다린다는데 향후 진행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나나나무가 많은 르완다 동부에서 교육부와 연계해 기술학교 옆에 공장을 세우고 기술학교 졸업생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 밀착형 생산도 바람직해 보입니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건 중요하니까요. 그녀의 말 대로 여성의 생리라는 사소해(?) 보이는 것에도 문제의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언급하기 꺼려지고 민망한 문제라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요. 아마 사업체가 여기까지 오는데도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문제를 아는 것과 그걸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바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아는 누군가의 말대로 전체를 볼 수 있는 상위MBA 졸업한 능력자와 그 능력자의 의지일까요. 출처 SHE http://sheinnovates.com 2014년 생리대 보급으로 르완다 여성 교육의 미래를 열다 http://www.thefirstmedia.net/ko/?p=3683 2017년 인터뷰 (영어) http://blog.euromonitor.com/2017/01/banana-pads-in-rwanda-interview-with-elizabeth-scharpf-ceo-of-sustainable-health-enterprises-she.html 3. 인도의 앰뷸런스 사업 애큐먼 펀드(Acumen Fund)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NGO에 후원 중이지만 국제 개발, 원조에 대해 무조건적인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NGO단체들이 그 국가의 정부가 세금을 운용해 공공에서 할 일을 대신해주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민간을 키우기 위해 '자본주의 방식'으로 철저한 투자분석을 통해, 다만 투자 대상은 공익적 성격이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 중 선구적인 것이 애큐먼 펀드입니다. 2001년에 이 펀드를 만든 재클린 노보그라츠 여사는 어렸을 때 킬리만자로 산과 얼룩말 두 마리가 그려진 블루 스웨터를 너무 좋아해 자기 이름도 실로 새기고 매일 입고 다녔는데, 고딩 때 다 낡은 스웨터를 입고 학교에 갔다 놀림을 받고 그 옷을 버렸답니다.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르완다에 갔는데 길 거리 맞은 편에서 바로 그 옷을 입은 소년을 발견해 놀라서 그 소년을 붙잡고 옷을 확인하니 자기 이름이 있는 그 옷이 맞았답니다. 그래서 그녀가 쓴 책 제목도 '블루 스웨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세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길을 걷고자 했답니다. 바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냥 주는게 아니라 그들을 '고객'이자 '소비자'로 만드는 길이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매일 매일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더욱 '시장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시장의 고객과 소비자로 대접하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TED강연(2009년), 약 17분 애큐먼 펀드에서는 많은 사업에 투자했는데 그 중 인도의 앰블런스 사업을 보겠습니다. GDP의 4%만을 의료비에 투자한다는 인도에서 의료 상황은 열악합니다. 위의 방글라데시처럼 어찌어찌 병원이나 보건소가 있어도 갈 방법이 없습니다. 애큐먼 펀드의 투자를 받는 인도의 응급 앰블런스 기업인 Ziqitza는 소정의 돈을 받고 저소득층에 구급차를 지원합니다. 네 돈을 받고요. 이 포인트에서 마치 아이들 코 묻은돈을 뺏는 것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기만 그 시선 또한 시혜적 시선이 아닐까요. 존재하지 않거나 부패했거나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면 차라리 지불 가능한 적정한 가격의 양질의 서비스가 있는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거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야권의 맹공격을 받고 있는 안희정의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봅니다. (인도의 앰블런스,의료 사업에 대해서는 출처의 기사에 더 상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애큐먼 펀드의 사업 중 또 다른 유명한 것은 탄자니아의 모기장 생산이 있습니다.) => 인도의 흥겨운 음악과 미인 사장님이 함께하는 앰블런스 1298 출저 2015년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구급차를 어떻게 이용할까?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529469 이런 쪽에 대한 생각이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왜 그러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조각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백 미터를 한걸음에 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거대 로봇(에반게리온 정도 추천)이 아니라 인간인 이상 백 미터를 한 걸음에 갈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이상이, 우리의 눈이 저 높이 있어도 땅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이 상황(어쩌면 시궁창)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도 냉정하게 분석해서 알아야 합니다. 그 한계를 인정하고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다면 시스템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게 통찰력을 발휘한 것이고 맞는 거라서 동작 구조가,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다음 세대에 또 누군가는 시궁창보다 나은 상황에서 이상에 다가갈 수 있겠죠.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3-06 08:10)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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